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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사님들, 환자도 ‘대체조제’ 알 권리 있습니다

최근 서울에 사는 한 취재원 A씨가 기자에게 전해준 이야기다. 병원의 처방전을 약국에 제출하고 약을 지어서 귀가했는데, 실제 처방전에 나온 약과 제조돼 받은 약의 이름이 달랐다는 것. 이에 전화로 약국에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그제서야 “처방된 A약이 없어서 B약으로 넣었어요. 이름은 달라도 같은 효력을 내는 약입니다.” 했더란다.

안타깝지만 이런 일은 아직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 같다. 기자도 지난 달 같은 경험을 했다. 병원 밑의 한 약국에서 약을 지었는데, 추후 유선으로 문의하고 나서야 처방받은 약이 아닌 대체약 제조 사실을 알게 됐다. 한 번이면 실수려니 하겠지만 그 다음 주에 추가로 동일한 약을 처방받았을 때도 별도의 설명 없는 대체약 제조가 반복됐다.

만약 환자가 처방과 다른 약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끝까지 인지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환자가 덜 민감해 그냥 넘어갔다가, 예측할 수 없었던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어땠을까? 일부 약사들의 안일함에 환자의 알 권리가 배척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듣고 직접 경험하면서 의사들의 성분명 처방 반대에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주로 제네릭으로 대표되는 대체약들도 생물학적 동등성에 대한 시험도 통과한 약물이기에 대체약 조제가 무조건 나쁘거나 싫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구가 다양한 만큼 개인에게 잘 맞는 약 또한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적응증을 가졌더라도 a라는 약이 환자와 맞지 않아 b라는 약을 처방받았는데, 약사가 이를 무시하고 a를 조제해줬다면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약의 효능과 이상반응을 떠나서, 약을 복용할 환자도 모르는 대체약 조제는 약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약사법에서도 대체조제를 할 경우 약사가 처방전을 지닌 자에게 대체 조제한 내용을 알리도록 규정돼있다. 

약사들의 집단인 약사회는 약 품절 사태를 이유로 국민건강 수호의 한 방법인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이 허용되지 않은 지금도 환자들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알리지 않는데, 성분명 처방이 허용되면 대체조제 사실을 고지하는 약사들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게 될 수도 있다.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시작한 일이 국민건강 악화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직접 법안을 통과시키는 정계부터 국민까지 많은 이들의 지지가 필요한 작업이다. 

의사들의 거센 반대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 역시 당위성을 보태주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민들이 약사를 믿고 따를 수 있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 지금 이 시간에도 고군분투하는 다른 약사들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몇몇 약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확실히 짚고 가야 한다. 

지난 2월 17일, 1887명의 새내기 약사들이 탄생했다. 정확한 조제와 복약지도로 새내기 약사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 약사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