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스릴러 영화’ 본격 등장…흥행 관심

美·日처럼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학영화 발전 기대

스크린쿼터 철폐 등으로 침체위기에 놓인 한국영화계에 의학스릴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등장할 전망이어서 그 흥행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기파 배우 정유석의 첫 주연작으로도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수술 중 각성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의학스릴러 영화이다.
 
수술 중 각성이란 수술중인 환자가 어떤 이유로 인해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수술상태 등을 기억하는 경우를 뜻한다.
 
정유석은 이 영화에서 미혼의 마취과의사 장석호로 출연하며 극 중 친구로 나오는 외과의사 류재우(김민준)와 팽팽한 긴장을 선보이게 된다.
 
이 영화의 홍보대행사인 영화인의 이명진 담당자는 “7월말에 크랭크인에 들어갈 예정으로 아직은 영화의 전체적인 컨셉트를 잡는 단계이기 때문에 장르가 의학스릴러라고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의학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사실 헐리우드나 가까운 일본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의학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매우 드문 편이다.
 
주인공이 의사로 나온 경우는 종종 있지만 본격적인 의학드라마를 표방한 영화는 닥터K(곽경택 감독, 1999년)와 종합병원 천일동안(최윤석 감독, 2000년) 정도다. 
하지만 이들 영화도 흥행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닥터K의 경우 당시로서는 특이한 의학 소재 영화로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첨단 의학과 샤머니즘의 결합이라는 드라마가 소재를 받쳐주지 못해 미스터리도 아닌, 멜로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되면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종합병원 천일동안도 드라마 종합병원을 연출한 최윤석 감독의 데뷔작이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 영화는 의학보다는 멜로에 초점을 맞췄는데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신파로 인해 식상하고 뻔한 눈물 짜기 라는 등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의학관련 영화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과 달리 헐리우드에서는 다양한 의학관련 영화 및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재벌2세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나 기억상실증, 출생의 비밀이 난무하는 국내드라마와 달리 외화는 사실적이며 감성적이고 똑똑하기까지 해 많은 매니아들을 양산중이다. 그리고 의학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 ER, 닙턱,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 등은 국내에서도 방영돼 많은 매니아들을 양산해 낸 드라마들이다.
 
이들 드라마의 특징은 의학을 소재로 한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난치병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생생하게, 때로는 처절하고 살벌하게 보여주거나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레지던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패치아담스, 썸딩 더 로드 메이드 등 의학관련 영화도 꾸준히 제작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만화천국답게 의학을 소재로 한 만화도 많은데 이런 탄탄한 원작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양산되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닥터코토의 진료소, 의룡, 뒤돌아보면 녀석이 있다, 구명병동 24시, 헬로우 블랙잭, 한밤중의 비, 사이코 닥터, 키라키라 히카루 등이 전문가 수준으로 축적된 의학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들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의학드라마나 영화가 매우 약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많이 나오지도 않지만 그나마 의학에 대한 묘사가 비 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된 의학드라마 및 영화가 나와 많은 의사들이 공감하면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상훈 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