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은 자궁 내벽에 근육세포가 증식해 혹을 형성하는 질환을 말한다. 암과 같이 전이를 하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악성이 아닌 ‘양성 혹’이고, 가임기 여성에서 많게는 세 명 중 한 명에서 발견될 만큼, 여성에게는 감기처럼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정인철 교수의 도움말로 자궁근종의 발생 위치와 이에 따른 증상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자궁은 아기를 가졌을 때 잘 늘어날 수 있도록 대부분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궁근종이 잘 발생하는 유전적 특징을 가졌거나 환경적 자극에 의해 자궁 근육 세포의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면 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덩어리, 즉 근종을 만들게 된다.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의 자극으로 발생하고 커지기 때문에 초경 이후에서 폐경 이전에 많이 발생한다. 한국여성 평균 초경연령은 대략 만 12세, 폐경연령은 만 49.7세이므로 그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것이다.
근종 대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며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20대는 10% 정도이지만 40대에 유병률이 40~50% 정도로 가장 높고 근종에 의한 증상으로 진료를 받는 비율도 가장 높다. 폐경이 되면 크기가 점차 줄어든다.
자궁근종의 발생원인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자극 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모녀, 자매간에 근종이 있으면 가족에서도 근종이 발생할 위험이 크고, 이란성보다 일란성 쌍둥이에서 자궁근종의 발생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았을 때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초경이 빠를수록, 임신 횟수가 적을수록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자궁근종의 발생도 증가한다.
자궁근종은 대부분 무증상으로, 특별한 통증은 없지만 혹이 생긴 부위와 크기 증가에 따라 증상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발생 위치는 자궁 구조대로 세 군데로 나뉜다.
첫째 자궁내막 근처에서 발생하는 ‘점막하 근종’이다. 자궁 내막은 월경이 만들어지고 임신했을 때 배아가 착상하는 곳으로, 이곳에 근종이 생길 경우 월경과다, 비정상출혈, 과다 출혈에 의한 빈혈, 불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크기가 커지면서 점차적으로 월경 양이 많아지거나 월경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월경기간이 아닌데 피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출혈이 많아져서 빈혈이 발생하면, 어지럼증과 심한 피로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월경이 많은 날이어도 하루 6번 이상 생리대를 바꾸거나 잠을 잘 때 월경 양이 생리대가 넘칠 정도로 많다면 꼭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또 점막하 근종일 경우 자궁이 근종을 일종의 이물질처럼 인식해 월경 중에 밀어내어 제거하려고 애쓰면서 생리통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자궁 근층에 발생하는 ‘근층내 근종’이다. 일반적으로 증상은 가장 적은 근종이지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치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자궁 내막을 침범하면서 점막하근종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월경통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세 번째는 자궁 장막층 아래에 생기는 ‘장막하근종’이다. 장막하근종은 자궁의 바깥을 향해 자라는 특성이 있어서 이로 인해 복부 팽만이 느껴질 수도 있다. 또 근접 장기인 방광을 누르게 되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직장 쪽으로 위치하면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정인철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주변 장기를 압박하는 듯한 증상 및 임신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근종의 크기가 많이 커져서 골반을 벗어나게 되면 아랫배에서 단단한 덩어리가 실제 손으로 만져지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근종의 크기가 많이 커지도록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 단순히 아랫배가 나오고 살이 찐 것으로 오해하고 넘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교수는 “자궁근종은 초반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아 근종의 크기가 커진 것을 단순히 아랫배가 나오고 살이 찐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고, 근종이 커져 골반을 벗어난 후 아랫배에서 단단한 덩어리가 손으로 만져질 때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라며 “따라서 적절한 때 발견해서 잘 치료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