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간호계의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간협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의협은 법안 폐기를 위한 총력투쟁 전개를 선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9일 오후 4시 회의를 열고 김민석 최연숙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3건의 간호법 제정안을 병합심사해 의결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됐으며, 국민의힘에서는 발의자인 최연숙 의원만 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소위를 열어 간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회의 2시간 전에 통보했다”며 “간호법은 직역 간 이견이 심하다. 논의를 통해 차이를 좁혀가고 있었는데 민주당의 통보는 다수당의 횡포와 갑질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심도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제정법안을 기습 의결해 국민과 보건의료계를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또 법안 폐기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9일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금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하고, 간호법 제정안을 여야 합의 없이 단독으로 의결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하는 특정 직역에 대한 특혜를 천명하는 것임에 대한의사협회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간호법안이 제정법안으로서 심도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 불가결함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의결됨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법안의결은 국민과 보건의료계를 무시하는 처사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규정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국회의 가장 큰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남용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치는 간호법 제정을 강행했다. 이는 국민에게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간 의협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단순히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문제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게 되므로 간호법이 제정돼는 안 된다는 입장을 국회에 강력히 전달해 왔다.
의협은 “더불어민주당은 범보건의료계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결국 특정 직역집단의 편을 들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해치는 무리한 입법을 감행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며 “국회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범보건의료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보호를 위한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만큼,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단독법 폐기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포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우리의 강력한 투쟁의 원인은 명백히 국회가 제공한 것인 만큼, 이후 우리의 행동에 따라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혼란, 그에 따른 국민의 피해와 불편의 모든 책임은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단독법 폐기라는 목표를 향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여야 합의된 간호법 조정안이 통과된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간협은 간호법이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성명을 내고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국민의 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라며 “초고령사회, 만성질환 증가라는 예고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선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국회가 응답했다. 이는 국회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간호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없어 간호인력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지역 간 수급불균형에 놓여 있어야 했다”면서 “이제 간호법을 토대로 종합적인 간호정책이 시행돼 양질의 간호인력이 양성되고, 높은 수준의 간호가 전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첫걸음을 딛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간호법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전문화된 간호사의 역할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자평하고 “간호법이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제 간호법안 제정까지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만 남게 돼 법안 통과를 둘러싼 국회와 보건의료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