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보건의료 직역간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간호법 제정에 대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법안이라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도 이에 공감하는 한편,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의료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24일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박광온 송영길 남인순 서영석 허종식 이용빈 이수진 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이종성 허은아 의원,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김재정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제38·39대 회장,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윤석완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하 개회사 및 인사 주요내용 정리.
이필수 회장=지난해 정기대의원총회 석상에서 제41대 회장 당선인 신분으로 대의원님들께 인사를 드린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이제 임기 2년차로 접어드는 협회장으로 대의원님들을 뵙게 되니 긴장되면서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의협은 지난 한 해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작년 11월, 4차 대유행으로 인한 확진자 폭증으로 입원병상이 부족할 때 재택치료관리 모델을 만들어 국가적 재난사태 해결을 위해 앞장섰습니다. 올해 2월 오미크론 확산시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모델을 만들어 1만여곳의 동네의원들이 참여해 신속항원검사, 진료, 전화상담, 재택관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에 대해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으로부터 직접 치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는 언제든 다시 심화될 수 있고 신종 또는 변이의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각심을 놓지 않고 우리 의사들은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료현장을 꿋꿋이 지켜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19와의 사투 속에서도 저희 집행부는 국민을 향한 의료계 위상 강화와 회원 여러분들께 실익을 드리기 위해 전력투구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보건의료 전문가단체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며, 아울러 회원 권익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의 정치적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대외협력분야를 대폭 강화해 여·야 정치권과 정부에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의료계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소통에 역점을 두고 긴밀히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꾸준한 대국회 및 대관활동을 통해 정치권 및 정부와 활발히 소통하며 전문가로서 의료계의 입장을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정치권과의 소통 및 대화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한편으로 국민의 건강권에 반하고 회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각종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 14만 회원이 한 목소리로 대응해나가겠습니다.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들에 대한 우리 의사들의 목소리는,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잘못된 법안 제정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또한 괄목할 발전을 이뤄온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와 질서가 무너진다면, 저희 의사들은 그것을 막아내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만 합니다.
그런 책임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 저희 의사들은 10개 보건의료 관련단체들과 공동 연대해, 간호법 대응에 강경히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보건의료계 각 직역 모두가 갈등이 아닌 화합과 상생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어,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협력해나갔으면 합니다. 그 길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국회와 정부 등 여러분들께서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또한, 저의 첫 번째 공약이기도 했던 회원권익보호에 가장 중점을 둬 회원권익센터를 개소하고 회원권익보호위원회 활동을 강화해 매달 2000건 민원 접수하고 24시간 내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이 회원분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임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단체로서의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기 위해 취임 초부터 노숙자,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 봉사활동과 함께 최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경상북도에 성금전달,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의협주도의 헌혈 캠페인, 사랑의 열매와 협약식을 통한 사회적 약자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에 성실히 임하며 대국민 신뢰를 높이고 대한의사협회의 위상강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차기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발전을 위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아젠다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 정책 수립, 필수의료 살리기, 코로나19로 헌신한 의료진에 대한 존중 및 적절한 보상 마련, 동네 병·의원 중심의 즉각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 적정부담, 적정급여, 적정수가로 패러다임 변화 등 시급한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의료계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성민 의장=어렵고 힘든 코로나와의 전쟁이 서서히 그 끝을 맞이해 가고 있지만 주위의 의료 환경은 우리가 진료에만 힘쓸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서 시작해 모든 의료 행위의 전반을 파악하고 관리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의무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므로 국가도 당연히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보호해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지원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먼저,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긴급한 상황에서 일시적인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의료제도나 진료방식의 변화를 조속히 수습하면서, 긴급한 의료에 대한 국가적 대응능력을 키우고 방역이나 치료에 있어서 정치적 관점이 아닌 과학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수시로 변하는 방역지침을 뉴스를 보고 알아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답답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로,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억지 간호법제정과 같은 것에서 보다시피 직역이기주의만을 내세우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거나 국가 보건의료계 전체에 큰 혼란과 문제를 야기하는 일은 없도록 제대로 된 직역간의 업무범위를 확실히 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모든 분들이 다 알듯이 저수가에 의한 의사들의 희생이 바탕이 된 것임을 확실히 인식하고 제대로 된 수가체계를 확립해,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인구감소와 노인 의료비 증가로 인한 문제점 등을 잘 파악하면서 모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건강보험제도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사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늘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생각해 주셔서 그러한 모든 것들이 단순한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정부에서 의사를 대하는 태도가 일방적인 정책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진심으로 더불어 논의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의 전문가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