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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수술실 CCTV 의무화 통과, 의료계 ‘분개’

23일 복지위 의결, 의협·병협 등 즉각 반발 성명…
권덕철 장관 “유예 2년간 의료계와 협의하겠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복지위를 통과했다.


의협·병협 등 의료계에서는 설치 의무화로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법안 통과 및 실행을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한 반면, 환자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오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이어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있어 범죄행위나 의료과실의 유무를 규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부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고,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촬영 요건과 관련,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해당 수술장면을 촬영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이 경우 의료기관 측은 응급수술 또는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하거나, 수련병원의 목적달성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촬영을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영상정보의 보안·관리방안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의 장으로 하여금 네트워크 분리, 접속기록 보관, 출입자 관리 등 안전성 확보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촬영정보의 유출·훼손을 방지하고자 했고, 영상정보에 대한 최소한의 보관기간을 ‘30일 이상’으로 법률에 규정하되, 구체적 보관기준과 보관기간의 연장사유 등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영상정보 열람요건에 대해서는 ▲CCTV 영상정보를 열람·제공할 수 있는 경우로, 첫째, 수사·재판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둘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중재 절차 개시 이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셋째,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가 동의하는 경우로 제한했다.


또한 ▲ 누구든지 촬영정보를 탐지·누출하거나 훼손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는 등 보안절차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을 충실히 마련하고, 시행일에 대해서는 하위법령 마련, 예산지원, 의료현장과의 소통 등 제도시행의 원활한 준비를 위하여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복지위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과 각종 단체에서는 다양한 발언과 입장이 쏟아졌다.


먼저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23일 전체회의에서 개정안 통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의 질의에 “의료계가 특히 현장에서 어려움을 가지고, 그 실행의 어려움을 말씀해 왔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 것인지 계속 의료계와 접촉을 해서 오늘 이렇게 여야 합의에 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생각이 든다”며 “2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 환자 단체, 의료계가 충분히 협의해서 2년 동안 준비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법안 발의자 중 한명인 신현영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에서 우려해 온 의료행위 위축문제, 비용문제 등에 대해 진전된 결론이 있었다. 보안 문제 및 정보 기록 범위와 기간에 대해서도 세부 조항을 두게 됐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여러분께서 수술실 안에서 충분히 안전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의료진으로부터 항상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하게 진료 받을 권리와 함께 100%의 진료를 받을 권리까지 지킬 수 있도록, 향후 2년간의 유예기간동안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며 “법안으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 중증 수술과목들의 의사미달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앞으로 필수 중증 의료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과 국회가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아직 법사위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법안 통과 및 실행 저지를 위한 노력에 각오를 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감시를 통한 통제는 의료를 병들게 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냈다.


의협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사회를 포함한 국제 의료 사회 또한 이러한 시도가 환자의 건강과 안전, 개인의 존엄을 훼손하는, 지극히 부적절한 방안임을 지적한 바 있다”며 “법안은 전문가 집단의 자율적 발전과 개선 의지를 부정하고 정치권력이 직접적으로 사회 각 전문영역을 정화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에 불과하며, 궁극적으로 의료가 지향해야 할 환자 안전에 대한 가치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높은 위험을 감당하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을 모두 감시 하에 놓아두고 그들의 행위 하나하나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이 제도는, 의료 환경에서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가급적 기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다 확산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이러한 이율배반적이며 기만적인 행태는 신의성실을 다하는 의사들을 좌절케 하며, 향후 지속, 반복될 보건의료의 많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선 의사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국회 본회의에서나마 복지위의 오판을 바로잡아 부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의료계의 충정 어린 고언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우리협회는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소원을 포함,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환자의 생명을 위해 현장에서 땀흘리는 모든 의료인과 병원계 종사자의 노고와 희생을 평가절하하는 법안이라며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병협은 “법안이 제19대 국회부터 발의됐음에도 그간 처리되지 않은 것은 내부감시에 수많은 현실적·정책적·법리적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수술부담이나 방어진료에 따른 환자 피해, 생명을 다루는 외과계 전문의 기피현상 초래는 물론, 의료인-환자 간 갈등·불신 조장과 소송·조정 폭증 등 사회적 피해가 장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의료·법률선진국에서도 이를 경계하고 있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병원계는 내부 설치의 대안으로 출입구에 CCTV를 의무 설치하고, 수술실 출입기준을 대폭 강화해 그간 문제가 된 직역 등을 출입 금지시키는 한편, 수술실 내부 CCTV 자율설치 의료기관의 명단을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설치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는 대안을 피력해 왔다”며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방안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하며, 내부 설치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환자단체는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수술실 CCTV 설치장소를 내부·외부 어디로 할 것인가와 수술실 CCTV 설치·촬영을 의무로 할 것인가 자율로 할 것인가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환단련은 “촬영한 영상의 열람이나 사본의 발급이 허용되는 요건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의료분쟁의 조정·중재 절차 개시는 포함돼 있지만 한국소비자원에서의 피해구제의 조정절차 개시는 빠져 있기 때문에 추가해야 한다”며 “또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수행하는 경우’는 법적용에 있어서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할 우려가 크고,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등 그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도 전공의 수련병원은 모두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도 높은 수술과 전공의 참여 수술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예외 요건 예시에서 삭제하고, 보건복지부령 개정 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향후 의료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