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인포데믹스’로 인해 제때 치료를 받지 않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포데믹스는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로 정보 확산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말한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오범조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간한 ‘공감NECA 2021년 제6호’에 실린 ‘인포데믹스: 보건의료 분야의 정보 왜곡’ 글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오 교수는 감염병 재난 극복을 위한 과학적인 접근의 장애물로 가짜뉴스를 꼽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대규모 인포데믹스(infodemics)가 동반되고 있으며 거짓정보는 전염병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잘못된 정보의 범람으로 의료계 또한 코로나19 진료와 방역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민들이 정보의 혼란으로 의료진의 말에 믿음을 가지지 못하거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한 일에 정부와 의료진이 역량을 쏟기 어려울 정도로 소극적인 참여를 하거나, 혹은 반대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보이며 과도한 요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한 사례들이 있어왔다.
오 교수는 “실제로 코로나 유행 초기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방역이 필요 없는 곳에 방역을 요청하는 경우나 개인정보를 과하게 요청하는 경우들이 있었다”며 “인포데믹스가 단순히 가짜뉴스, 잘못된 정보일 수도 있지만 각자 기대한 위험의 수준이 달라 과잉대응으로 이어져 현장에서는 방역을 담당하는 관련자들에게 큰 어려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인포데믹스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않게 되는 경향성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당수가 몸이 아픈데도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은 적이 있고, 이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2020년 3~5월의 유방암 진단 환자수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5% 정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는데, 이는 실제로 환자 수가 감소한 것이 아니라 유방암 검사 연기로 인해서 진단 건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즉,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면 환자의 예후와 의료비용 지출에 있어서 더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
오 교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공포 때문에 병원을 제때 방문하는 것을 꺼림으로써 비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향후 코로나의 대유행이 종료된 후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관리 불량으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이나 암과 같은 합병증의 발병이 크게 늘어날지 모른다는 예측이 실제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 발생 이후 우리나라에서 의료이용이 저하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감염의 장기화에 따라 의료이용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는 있으나 당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병원의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위험인식,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강화 등 다양한 것이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들이 혼재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오 교수는 “꼭 필요한데도 거짓정보를 따라서 의료기관의 방문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선택은 결국 더 많은 의료지출과 건강 수준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포데믹스의 영향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라며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왜곡된 정보들을 걸러내는 성숙한 개인과 사회의 노력을 통해 인포데믹스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코로나의 유행을 줄여나가려고 한다면 이전의 생활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