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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환자 위해 나서는데 이유는 필요없어요”

대한의사협회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재난의료지원팀 박홍준 단장 인터뷰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3차 대유행이 심화되자 연일 의료인력 부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의협은 11월 18일 최대집 회장의 전 회원 서신을 통해 공중보건위기 상황에 긴급 투입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지난 7월 발족한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통해 대거 모집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지원단의 목적과 배경, 지원현황, 운영방식, 수당 및 연수평점 인정 등 궁금한 내용을 대한의사협회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재난의료지원팀 박홍준 단장에게 들어봤다.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 재난의료지원팀의 목적과 구성하게 된 배경은?


의협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경북 대구지역이 한창 심각했을 당시 전국 의사들이 앞다투어 경북 대구지역으로 의료지원을 나갔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단 구성을 논의하게 됐습니다.


예전 사스나 메르스 등 전염병이 대 유행이었을 때에도 언제나 의사들은 자발적으로 현장에 투입됐고, 이번 코로나 초기 때에도 이렇게 의사 개개인의 의지와 개별 참여 방식으로 의료지원이 이뤄졌는데 이왕이면 보다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즉, 의협 차원에서 미리 의료지원자들의 인력 풀을 갖춰 놓고 의료지원 투입이 필요하거나 급박한 경우에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의사들을 적기적소에 파견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으로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지난 7월 지원단을 구성키로 최종 결정했으나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확대 등 소위 4대악 의료정책으로 전국의사 파업이 한창일 때였고, 자연스럽게 동 지원단의 활동도 위축됐습니다.


이후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재확대되자 지난 11월 말부터 공중보건의료지원단을 상설 조직으로 전환하고 재난의료 상황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지원단 산하에 의협재난의료지원팀을 별도로 구성하게 됐습니다.


◇현재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의 지원 현황은? 모집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은 지난 11월 18일 의협 공중보건의료단 지원을 독려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각 시도의사를 통한 협조요청, 그리고 대회원 안내 등을 통해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12월 18일 현재 1018명이 모집됐습니다.


주로 전용 지원사이트(https://forms.gle/ca1giu5RiAr6Vjjz9)를 만들어 지원단 가입을 희망하는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신청하는 방식 위주로 모집했고, 인터넷을 통한 지원방식이 여의치 않은 회원분들은 시도의사회와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에서 별도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모집했습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많은 회원분들이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5000명이 목표라고 했는데 이제 1000명정도 모집했다. 향후 어떻게 지원을 늘릴 생각인가?


현재까지 모집된 인원 대부분이 지원사이트를 통해 지원했는데 이 방식이 익숙하지 못한 회원들에게는 불편한 부분도 있어 가입을 주저하는 회원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시도의사회와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에서 직접 신청도 받았으나, 보다 더 회원들이 쉽게 가입하고 전체 현황들을 볼 수 있는 지원단 전용 홈페이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에는 지원단 홈페이지를 통한 모집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정부에서 지원단으로 어떤 식으로 지원 요청을 하고 있으며, 현재 정부의 요청 현황과 파견된 의사회원은 있는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핫라인을 형성해 긴밀하게 업무협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코로나19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들도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중등도 이하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중증환자 치료병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관에서 필요한 의료인력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의협은 국민들에게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의료인력을 매칭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절차 및 흐름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보건소, 의료기관,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필요한 의사 인력에 대해 ‘의료지원 요청서’를 작성해 관할 시도(지자체)로 제출
② 시도에서 중수본(인력관리팀)으로 지원 요청
③ 중수본, 시도 요청 사항 중 공공의료인력(공보의, 군의관 등)으로 충원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사협회에 민간 의사인력 요청
④ 중수본 요청에 따라 의협재난의료지원팀은 지원인력을 확정해 중수본, 시도, 요청기관에 동시 통보
⑤ 의협재난의료지원팀 지원의사, 해당 요청기관에서 근무계약서 작성 및 근무


◇‘코로나19 등 재난 발생지역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전교육을 파견 전 회원들에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의협 의료재난지원팀은 이번기회에 코로나19 등 재난발생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중보건 및 재난 전문 의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수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재 관련 학회 기존 프로토콜을 참고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수당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먼저, 지금과 같이 국민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당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많은 의사들이 이미 의료지원에 참여해 왔는데 수당의 높고 낮음을 고려하고 손익을 따져 결정했다면 대부분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의료지원에 참여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내게 더 이익이 되니 참여하겠다는 의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의사가 이미 자신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의료기관에 고용돼 일하는 입장에서 코로나19 의료지원에 나섬으로써 진료를 중단하게 되면 상당한 피해와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수당은 보상이나 포상의 개념이 아니라 최소한의 보전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의료기관들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의료지원에 참여하기 위해서 진료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서 의료지원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들의 부담을 조금은 더 덜어줄 수 있도록 수당이나 지원 대책을 보강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봉사에 참여했던 의사가 질병을 얻었는데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파견 의사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도 필요해 보이는데.


중수본 업무지침이나 규정상에는 파견 의사가 단 하루만 근무하더라도 산재보험에 가입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근무 중 사고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해당 지자체 및 보건소에서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하거나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현장에 나선 의사들은 오로지 국민 건강을 위해 본인의 안전과 생업조차 뒤로 하고 참여하신 소중한 분들인 만큼 이분들에 대한 보호와 안전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지켜줘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다면 먼저 방역의 최전선에 서있는 의료진을 소중한 인력으로 바라보고 최소한의 보호 조치와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파견 의사들에 대한 수당 외에 연수평점 인정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이는데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재난의료지원팀 지원단 의사를 대상으로 일정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연수평점을 부여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중보건과 감염관련 교육이 주가 될 것이며, 동 과목을 이수한 분들에게는 필수평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중입니다.


이와 병행해 의료지원으로 현장에 투입된 시간을 일정부분 연수평점에 반영하거나 다른 인센티브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회원 및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의사들의 헌신에 대해 우리 사회가 ‘덕분에 챌린지’로 화답했지만 잠시였고, 정부는 곧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들을 속속 강행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의료계의 투쟁이 벌어졌고 ‘영웅’이라던 의사들은 곧 국민건강을 볼모로 삼는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당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를 이뤘지만 의사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며 대구에서 한달동안 헌신적으로 일했던 의사가 이제 다시는 정부를 위해 나서지 않겠다며 배신감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회원을 보호해야 할 의협이 3차 유행에서 코로나19 의료지원을 위해 다시 나선다는 것에 대해서 적지 않은 내부의 우려와 회의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이 담긴 목소리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런 저런 조건이나 우려와 상관없이 당장이라도 어디든 보내달라는 회원들의 자원도 이어졌습니다. 비록 또 다시 ‘토사구팽’이 반복될지 모르지만 확진자 수가 천명을 넘어서고 국민이 고통받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의사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국민건강의 수호자와 의료 전문가를 자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의협이 왜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느냐며 질타를 하는 회원도 계셨습니다.


흔히 의사들이 너무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을 갖기도 하지만 사실은 의외로 우직하고 낭만적입니다. 환자를 위해 나서는데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동료 의료인들의 짐을 우리가 아니면 누가 나누어 들 것인가, 의외로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감염병 창궐에 의한 국가적 보건의료위기에 의사가 나서는데에 다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존재의 이유이고 전문가로서의 사명입니다. 단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계신 의사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한 저희의 이런 진심이 국민께도 전해지고 국민과 의료계, 그리고 정부 모두 한 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