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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세계가 주목하는 보건의료신기술 ‘뉴럴링크’

1024개 전극 채널, 읽기·쓰기 가능한 대뇌 임플란트

최근 보건의료 신기술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지난 8월 29일 전격적인 데모를 선보인 엘론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일 것이다.


새로운 인재의 리쿠르팅과 기술진척도를 보여준 이날 행사에서 새로운 버전의 뉴럴링크 대뇌 임플란트와 시술로봇, 시술 실험을 한 돼지들이 선보였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정지훈 선임강의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간하는 공감NECA 2020년 제8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뉴럴링크의 가능성과 기존 기술과의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브레인 프로스테시스


뇌에 꽂을 수 있는 브레인 칩 또는 브레인 프로스테시스(brain prosthesis) 연구는 특히 미국방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라는 곳에서 많이 주도가 됐다. DARPA는 국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도 많이 한다.


이 때문에 세계의 최첨단 연구의 추세를 볼 때 DARPA의 연구과제들은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도 여기에서 출발을 했고, 브레인 프로스테시스 관련 연구도 최근 많이 지원됐다.


특히 2017년 7월에는 뉴럴임플란트 프로그램에 65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운대학은 아르토누미코(Arto Nurmikko) 박사의 지휘로 청각으로 인지한 소리를 인간이 언어로 해석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이를 위해서 10만개가 넘는 매우 작은 무선 칩의 배열을 대뇌에 심어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컬럼비아대학의 켄 쉐퍼드(Ken Shepard) 박사 연구팀은 시각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반도체 기술인 CMOS 칩을 유연하고 뇌에 심을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해서 대뇌의 시각중추에 설치하고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신호를 대뇌가 해석하는 방법을 분석한다고 한다.


파라드로믹스(Paradromix) 사(社)의 매튜 앵글(Matthew Angle) 박사 연구팀은 마이크로와이어(microwire) 전극으로 많은 수의 신경세포의 신호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고용량 데이터 대뇌 연결 기술을 개발한다.


이들을 포함해서 6개의 뛰어난 연구팀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뇌와 기계의 연결을 위한 기술들을 개발할 예정이다.


◇뇌에 기계·칩 삽입 연구의 역사


얼핏 듣기에는 끔찍하고,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간의 뇌에 기계나 칩을 삽입하는 연구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고, 상당한 성과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청각장애인들의 청각을 회복시켜주는 달팽이관 임플란트, 만성통증 환자들이나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완화를 위해 시술되는 심부뇌자극 치료도 뇌에 삽입한 기구를 통해서 이뤄지는 기술이니 같은 범주에서 생각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기술도 있다. 인간의 망막은 진화적으로 볼 때 인간의 뇌가 특화돼 시각 신호를 받아들이도록 발전한 것으로 망막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면 사물을 볼 수 없다. 성인이 된 이후 시각을 잃는 가장 흔한 원인이 망막의 질환에 의한 것인데, 망막에 꽂는 칩이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도헤니 눈 연구소(Doheny Eye Institute)에서 시작했던 속칭 ‘아이칩(eye chip)’은 이미 시각장애인이 눈 앞의 장애물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개발이 돼 실제로 시술이 되고 있고, 이제는 훨씬 높은 수준의 사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더해 USC의 시어도어 버거(Theordore Berger) 교수 연구실에서는 기억력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의 해마(hippocampus)에 칩을 삽입해서 기억력을 회복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영장류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기술은 커널이라는 기업의 설립으로 이어져서 큰 규모의 투자까지 유치하고 임상실험을 포함한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에 들어갔다.


◇뉴럴링크의 차별점


그렇다면 이런 여러 연구들이나 기존의 제품화된 브레인 임플란트들에 비해 뉴럴링크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가장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심부뇌자극(Deep Brain Stimulation)의 경우 주로 대발작 환자나 파킨슨 병 등에 처방되는 임플란트를 뇌심부에 위치 시킨 뒤 몇 개의 전극을 통해 자극을 주어서 치료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뉴로모듈레이션(neuromodulation)을 위한 것이다.


그에 비해 뉴럴링크는 1024개의 전극 채널을 가진 읽기와 쓰기가 모두 가능한 임플란트이다.


이는 일단 대뇌 피질의 특정 부위의 전기적 신호를 밀도있게 수집하고, 미래에는 대뇌에 자극도 섬세하게 주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기존 뇌심부자극이 해부학적 부위에 자극을 주겠다는 것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돼지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는 주로 운동과 관련한 대뇌피질에 임플란트를 이식 하고 팔다리 근육의 활성을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올해 하반기 승인을 받은 임상실험도 경추 손상에 의한 사지마비 환자가 컴퓨터를 쉽게 조작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지금은 그 정도의 활용도를 가지고 기술개발을 하겠지만, 향후 임플란트를 시각피질에 삽입하거나 청각관련 피질에 삽입해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 나아가서는 의사소통과 관련한 분야에 적용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의료현장의 의사·환자 고려


또한 매우 인상적인 것은 수술로봇을 통해 뇌의 미세혈관을 피해 1024개에 이르는 미세전극을 안전하게 심을 수 있도록 한 점과 이를 통해 시술 당일 입원과 치료, 퇴원이 가능하고 의료비도 매우 저렴하게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는 점이다.


많은 수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 또는 DARPA의 지원을 받아 연구하는 여러 연구팀들이 임상적인 유효성이나 임상실험 절차, 새로운 기술이나 재료 등에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는 의사들이나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개발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상용화 후반부에 변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뉴럴링크의 경우 기술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실제 의료현장의 의사와 환자를 고려한 프로시저와 그와 연관된 수술로봇을 같이 개발하는 것은 엘론머스크가 의료전문가가 아니라 소비자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테슬라 등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된다. 머스크는 이를 통해 뇌의 여러 부위에 안전하고도 쉽게 칩을 박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뇌에 칩을 박는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윤리적인 이슈를 피하려고 하는 듯하다.


◇장기적 안목·단기적 목표 적절히 조합해야

DARPA 등에서 지원하고 있는 매우 공격적인 연구주제들에 비해 단계별로 그 난이도를 높여 가면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에 놓은 것과, 단일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접근방법도 독특하다.


보통 의료와 관련한 기술은 일부 영상의학장비를 제외하면, 특정 질환별로 따로 임상실험을 하고 승인을 받기 때문에 특정 용도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뉴럴링크는 공통적인 방식으로 여러 부위에 브레인 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활용해 다양한 용도로 쓰겠다는 것을 공표하고 사지마비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임상적 응용분야로 적용을 확대한 뒤에, 궁극적으로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도 간단히 시술해서 인공지능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만약 마지막 목표만 이야기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사기꾼으로 여기거나 말도 안된다고 부정적인 반응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부터 차근차근 난이도를 높여가는 전략적 접근을 취하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연구개발만 하는 사람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요소다.


뉴럴링크를 시작으로 앞으로 뇌에 대한 직접적인 연결을 시도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더욱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신체의 장애를 다양한 임플란트 및 로봇 기술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기에 이런 기술의 개발과 발전은 필연적이다.


그렇지만 연구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지나치게 과학과 기술에만 관심을 두기보다, 엘론머스크처럼 전략적이고도 장기적인 안목과 단기적으로 도달가능한 목표를 적절하게 조합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앞으로는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