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토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의 자격 명칭은 단순히 법개정을 통해 변경하는 것이 아닌, 의료 전반의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26일, 국회 및 보건복지부에 산부인과를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지난달 24일 법안을 대표발의한 최혜영 의원은 “산부인과라는 명칭이 임신 또는 출산에 한정된 진료과목으로 인식될 수 있어 청소년이나 미혼 여성이 이용하기에 심리적 부담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재 12세부터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고, 생리불순 등으로 진료가 필요한 청소년도 많이 있을 것이나, 관련 조사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의 62.3%는 ‘산부인과에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의협은 “개정안에 따라 의료법상 종합병원 요건으로 명시된 ‘산부인과’명칭을 ‘여성의학과’로 개정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사의 전문과목은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공의 수련과정 등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것으로 전문의 자격 명칭은 단순히 법개정을 통해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 의료 전반의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과목에 대한 명칭 변경절차는 의료계와 신중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추진해야 하며, 국제적 기준으로 인정되지 않고 보편타당하지 않은 점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과 타 전문과목 특성 등을 고려해 명칭 변경을 신중히 논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며 “또한 여성의학과로 개정시 여성이라는 포괄적 의미로 오히려 진료과목 선택시 환자들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개정안과 같이 전문과목 명칭을 변경하는 문제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으로 법률 개정 추진보다는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는 명칭변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산부인과가 아닌 타 전문과목의 반대의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협은 법안 의견 제출 전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실시한다.
지난 2012년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명칭변경을 추진하며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85%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또한 최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으로 당선된 김재연 차기 회장은 주요 실천사항 중 하나로 ‘타과 반대가 없다는 전제하에 여성의학과 개명 추진’를 내세우기도 했다.
김재연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래 명칭 변경은 모든 과목이 찬성해야 한다”며 “우리는 찬성 의견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반대하는 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고 말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참 아쉽다. 여성의학과로 바뀐다고 비뇨의학과 갈 환자가 산부인과 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젊은 여성들의 문턱을 낮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인데, 타 과목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외국의 명칭도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와 별 상관없는 문제”라며 “의견조회를 해봐야 산부인과만 찬성할테니 숫자는 당연히 반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뻔한 결과에 따른 반대의견을 무조건 제출하기 보다는 의협차원에서 논의의 장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