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19일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정책참여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시작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설문조사에 대해 깊은 유감과 함께 일부 지자체의 여론조작 정황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은 의사인력의 수급과 관련한 보건의료정책으로서 여론이 아닌, 과학적 연구와 추계 그리고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많은 의사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유 역시 정부가 납득할만한 근거 없이 의료계에 대한 의견수렴을 무시한 채 이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런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과연 이러한 설문조사가 권익위의 존재 목적과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설문조사의 결과를 정책추진의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편파적인 설문조사 내용도 지적했다.
의협은 “권익위는 설문의 배경 설명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대 정원 확대로는 지역 의료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없다며 파업을 했다’며 의료계의 단체행동의 이유를 피상적으로 단정했다”며 “또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을 비교한 표에서는 의료계가 마치 중증 필수의료 인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듯 의료계의 주장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설문 문항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단체행동에 대한 판단을 묻는 문항에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파업은 철회돼야 한다’와 ‘의료인의 생존권 문제이므로 파업은 불가피하다’라는 두 가지의 선택항을 제시함으로써 의료계 파업의 이유를 생존권 때문으로 단정해 설문 결과를 유도하려는 듯한 의도를 명백하게 드러냈다”며 “또 응답자의 직업을 묻는 문항에서는 5가지 보기 가운데 4개를 의사의 세부직역(의대생, 전공의, 개업의, 대학병원 관계자)으로 제시하고 나머지 1개를 일반 국민으로 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직업을 의료인으로 가정해 세부적인 선택항을 제시한 것은 결국 의료인의 설문 참여를 염두에 두고 의료계와 국민의 의견이 갈리는 듯한 결과를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의협은 “일부 지자체의 여론 조작 행태 역시 개탄스럽다. 전라북도 남원시는 최근 소속 공무원들에게 공식적인 협조요청을 통해 해당 설문조사 참여를 종용했다”며 “특히 공문에서 ‘전직원 필히 설문 참여’를 지시하고 ‘결과 회신’까지 지시했다. 또, 남원시 관계자는 행정통신망인 ‘새올’에 ‘시장님의 당부사항’이라며 가족과 친지들까지 설문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전라남도 목포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목포대 의과대 유치와 관련된 청원에 소속 공무원들이 복수로 참여해 1인당 수차례씩 동의하도록 독려했다”며 “목포시는 청원 ‘청와대 국민참여 게시글 동의 방법’이라는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고 새올에 공지사항을 올려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중복 동의가 가능하니 각각 계정별 동의할 것’을 지시했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주무부처는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권익위는 설문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전문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편파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의대 유치에 혈안이 된 지자체는 단체장의 권한과 위력을 내세워 소속 공무원들에게 여론조작을 종용하는 한심한 풍경 앞에 그야말로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이게 나라인가”며 “의협은 관권을 총동원해 여론을 유도, 조작하고 정책 추진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여론을 왜곡, 잠재우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 또한 부적절한 권익위의 설문조사는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일부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거쳐 강력하게 대응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