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을 틈타 원격의료에 대한 찬반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 대한병원협회가 최근 의료계의 총의를 모으는 절차 없이 원격의료에 대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살리기 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필수)와 대한지역병원협의회(의장 이상운)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은 병협의 독단적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병협이 기존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대한의사협회와 원격의료 대응방향 재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TF는 “병협은 비록 ▲초진환자 대면진료 ▲적절한 대상질환 선정 ▲환자 쏠림현상 방지 ▲의료기관 역할 종별 차별금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누가 봐도 원격의료를 병협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원격의료가 가져올 위험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채 섣불리 시행할 경우 국민 건강에 위중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누차 경고해 왔다. 또한 국민 건강증진에 도움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지도 않아, 그간 수차례 시도된 의료법 개정을 통한 원격의료 시행 논의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TF는 “정부도 국민의 편의성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요구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의 동의가 필수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협은 의협과 아무런 상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병협의 3300여 회원 병원에 대해 의견수렴을 진행한 적도 없이 ‘원격의료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며 “이처럼 전체 의료현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회원 기관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병협 집행부의 독단이고 권한의 남용이자 법적 책임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우리는 병협 집행부의 원격의료 도입 찬성 입장이 전체 회원병원의 뜻이라 할 수 없고 의료계의 뜻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앞으로 이와 관련하여 일어날 모든 사태의 책임은 병협 집행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며 “병협이 원격의료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하는 ▲환자 쏠림현상 방지 ▲의료기관 역할 종별 차별금지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이라는 전제는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현재의 부실한 의료전달체계 하에서 원격의료 시행시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집중현상을 제어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원격의료 장비와 관련 시설 투자에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상급종합병원들과 그렇지 못한 동네 병·의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환자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TF는 “지금도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돼 해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의료비가 급증하고, 반면 저렴한 비용으로 효율적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동네 병·의원들은 쓰러져가고 있다”며 “만일 원격의료를 도입하게 된다면 의료붕괴의 불섶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병협은 일방적인 원격의료 논의를 중단하고 의협과 함께 코로나 사태 극복과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한 논의에 힘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일 병협이 우리의 정당한 의견을 무시하고 비롯한 일부 대형병원과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원격의료 추진에 계속 앞장서려 한다면 의료계와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한 저항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천명하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병협 집행부를 비롯한 원격의료 추진 세력들에게 있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