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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협 “신생아실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19일 국회 의견제출 ‘매우 불합리한 입법’

대한의사협회가 신생아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신생아실 운영을 극도로 위축시키고, 의료진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입법 추진’이라고 반대했다.


개정안은 의사 등 관련 종사자의 직업의 자율성 침해 가능성과 의사와 환자 간 개인정보 보호 이슈 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매우 불합리한 입법이라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9일 정례브리핑 자료를 통해 이헌승 의원이 지난 6일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신생아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신생아의 보호자 및 의료인 등 정보주체에게 알린 후 촬영·녹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적정 의료행위를 담보하고 신생아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의협은 개정안 반대 이유로 ▲신생아실 진료 및 관리 환경의 안전성 저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 구축 저해 ▲환자 비밀 보장 침해 ▲신생아실 종사자의 개인정보 공개 등 기본권 침해 ▲불필요한 추가 재원 소요 발생 등을 들었다. 이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신생아실 진료 및 관리 환경의 안전성 저해


산부인과 의료기관 내 신생아실에서의 신생아 진료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임을 감안할 때 신생아실 내 CCTV 설치를 강제화하는 것은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둠으로써 절대 다수의 신생아 진료에 매진해야 할 의료진의 집중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으며, 더 나아가 의료인에게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는 물론 긴급 상황 발생시 대처 미흡 상황 발생 등 최선의 진료를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의사 자신의 신생아 진료 장면이 의도치 않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한 의사들이 극도의 스트레스와 부담을 견디지 못해 신생아실 신규 개설을 회피하고, 이미 운영 중인 신생아실 역시 운영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생아실 담당 의료 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신생아 관련 진료 환경을 더욱 악화시켜 결국 이는 신생아 건강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 구축 저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000만 건의 의료행위가 일어나는 반면, 의료사고는 그 규모나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합쳐 연간 3000건 정도로서 0.066%이다.


또한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1년에 40여만명의 신생아가 안전하게 퇴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극히 일부의 사건을 부풀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확대 재생산하고 일반화해 신생아실 CCTV 설치를 강제화하는 것은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신생아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며, 이는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인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는 법안이다.


◇환자 비밀 보장 침해


신생아실 CCTV 설치는 의사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와 환자의 개인 의료 정보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의사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는 의료법에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사의 법적 의무 사항이며, 의사는 의과대학에서부터 환자 비밀유지를 의사의 최우선적 보편적 직무윤리로 교육받고 있다.


신생아실에 CCTV가 설치될 경우 아직 자기 보호능력이 전혀 없는 신생아의 특성과 CCTV를 관리하는 운영자, 기술자, 수리기사 등 해당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기관에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해당 영상 정보가 외부로 해킹·복제·불법 유출될 위험이 매우 높다.


아울러 환자의 비밀유지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발달한 선진국과 유럽연합국 등에서는 이러한 개인정보 보호를 환자의 절대적 권리로 여겨 CCTV 설치 의무를 입법화하지 않았다. CCTV 설치 의무입법화는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으며, 실제로 미국의 경우 연간 40만 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CCTV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고, 의사들의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신생아실 종사자의 개인정보 공개 등 기본권 침해


개정안은 신생아의 보호자, 의료인, 의료기관 종사자 등 정보주체에게 CCTV 설치 목적, 위치, 촬영·녹음의 범위를 알릴 것만 명시할 뿐, 신생아실 종사자의 자기결정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생아실 CCTV 설치 강제화는 신생아실에 근무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의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초상권 및 이들이 가지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등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불필요한 추가 재원 소요 발생


정부의 강압적이고 비효율적인 의료 제도 운영으로 인해 많은 신생아 관련 중소 의료기관의 경영실태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국공립병원들 역시 모두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생아실 CCTV 설치 및 운영 강제화는 의료기관들의 재정상 부담을 크게 가중시킬 것이며, 이는 환자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의협은 “결론적으로 실효성이 의심되는 신생아실 CCTV 설치 강제화 방안이 적정 의료행위와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고,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도한 입법 추진”이라며 “의료사고 예방에 대한 효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료진을 감시·규제함으로써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감시체계 도입은 CCTV만 설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당장의 전시 효과만 있을 뿐 신생아 환자 측과 의료진 간의 신뢰를 무너뜨려 진료 환경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한 신생아실 환경 조성은 근무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과 감시로 절대 보장될 수 없으며, 갈수록 분만 의료기관의 폐쇄 및 신생아실 근무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실태조사 등의 명확한 필요성 검증 없이 CCTV 설치 강제화를 통한 감시체계보다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끝으로 의협은 “득보다 실이 많은 CCTV 설치 강제화 추진보다는 관련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윤리교육 강화, 의료기관 내 신생아실 환경 개선 및 관리체계의 자율적 강화 등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료계 등 전문가가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관련 대책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