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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의사에게 있어 환자중심 서비스는 어디서부터인가?

신영동 (서울성모병원 고객행복팀 팀장)









필자는 병원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수많은 환자와 직원, 그리고 의사들을 만났다.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고객행복팀장을 맡아, 환자 만족도와 의사, 간호, 진료 지원, 행정 등 전 직원의 CS (Customer Satisfaction) 교육, 그리고 민원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 해외에 비해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가 낮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보통 병원을 ‘쉽게 갈 수 있고, 쉬운 곳’이라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모든 병원에서 외래 예약은 진료 → 치료 및 시술 → 수납의 단순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과정에서 환자 및 보호자가 경험하게 되는 프로세스는 매우 복잡하다.


이때의 불편사항을 살펴보면, 병원의 프로세스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궁금증과 의문으로 인해 불편을 겪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병원은 그 궁금증을 ‘항상 이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환자에게 이해하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바꿔보고자 요즘 의료계에서는 ‘환자경험(Patient Experience)’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긍정적인 환자경험은 만족도를 높이고 다시 병원을 찾으며 나아가 주위에 추천하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형병원, 중소병원, 개인병원에서 서비스 디자인, MOT (Moment of Truth) 전략 등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고에서는 환자경험의 3요소인 Hard ware, Human ware, Soft ware 중 병원에서 발생하는 실제 환자들의 민원 사례를 중심으로 Human ware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Human ware 중 환자경험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직종은 바로 ‘의사’다. 환자 및 보호자가 가장 의지하기도 하며, 그들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최근 의사에 대한 불만 민원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한 민원을 내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데. 20~30대의 고객 민원에서 종종 보이는 불만의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다.


‘의료서비스도 서비스 아닌가요?’


우리나라에 ‘서비스’라는 개념이 들어온 지도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서비스’는 기업에게 고객을 유입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고, 그 도구는 고객을 ‘왕’으로 만들었다. 현재 젊은 층의 소비문화는 지불한 돈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고, 적절치 않을 경우 다양한 경로로 쉽게 불만을 표출하며,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만큼의 지식을 쌓고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 맞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국민이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자‘환자경험’이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병원의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평가항목에는 의사와 간호사의 응대 태도 등 정량적 평가지표가 아닌 환자의 주관적 의견을 반영하고 있어 의료계에 반발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환자경험 평가’의 반영 여부가 아니라 이젠 더 이상 병원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또한 환자 중심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우리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의 교수, 전공의, 수련의를 대상으로 ‘진료 커뮤니케이션 향상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인의 진료부서에 ‘진료 커뮤니케이션 향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의외로 87%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치료결과만 좋으면 된다’, ‘짧은 진료시간 동안 참여하기 어렵다’, ‘의사에게 서비스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많은 의사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다시 물었다. “본인의 진료 커뮤니케이션 향상 교육을 위해 사전에 모니터링을 받을 의향이 있으십니까?”놀라웠다. 교육이 필요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87%였는데, 과반수 이상의 53%가 ‘필요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Fig. 1).




우리는 이런 결과에 대한 이유가 궁금해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답변은 이러했다.


“저보다도 어떤 의사가 환자들 대하는 거 보니까 좀 필요한 것 같아서요”


대체적으로 대학병원에서는 6년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년의 인턴생활을 거쳐 4년의 레지던트 생활, 선택에 따라 2년의 임상강사를 하고 나서야 교수로 임용될 수 있다. 교수들의 진료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위해 사전 인터뷰 때 많은 분들이 “대체적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응대 태도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진료 커뮤니케이션 관련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주셨다. 실제로 수련의 시절 환자 응대 방식이 본인의 진료스타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턴 때는 시간에 쫓기며 환자를 응대하는 방법도 서툴기에 당황스러워 한다. 그러다 보니 본인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술(고개 돌리기, 눈 피하기, 말 자르기 등)을 터득하게 되고, 레지던트가 되면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점점 더 익숙해진다. 그 바쁜 생활 속에서 그때는 환자와의 의사소통 기술보다는 많은 시간을 쪼개어 사례를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불만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본인의 진료방법에 대한 생각보다는 환자를 답답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불만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친절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환자에게 인사하고, 밝게 웃어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앞에 나열된 행동은 불만 민원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 없다. 환자들에게 인기가 좋고 칭찬이 많이 나오는 의사도 간혹 불만 민원이 발생하며, 환자들로부터 항상 불만 민원이 나오던 의사도 칭찬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환자들은 어떤 경우에 불만 민원을 내는 것일까? 우리는 의사에게 들어오는 불만 민원을 분석하여 3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었다. 크게 권위적 태도, 설명 및 경청 부족, 공감 결여로 인한 내용들이었다.


권위적 태도의 대표적인 예로 환자 진료 중 양해 없이 카톡, 문자, 전화를 하는 경우와 인사 없이 모니터만 보거나 쳐다보지 않는 경우 등 진료 시 나타나는 부정적인 태도와 행동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의사들의 습관적인 태도와 행동들은 환자의 감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두 번째, 설명 및 경청 부족의 예이다. 환자들은 본인의 치료과정에 참여하길 바라고 현재 자신의 상태와 치료계획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 그러나 짧은 진료시간의 현실 속에서 환자의 질문은 오히려 다음 환자에게 대기시간이라는 큰 부담을 주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묻는 말만 답하세요”, “저번에 다 말씀 드렸잖아요, “자꾸 묻지 마세요” 등 환자의 말을 매정하게 끊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환자들은 민망함을 느끼다 못해 의사의 진료에 대한 신뢰를 잃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공감 결여이다. 병원이란 곳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평범한 한 개인이 질병으로 병원을 간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상황이다, 반면에 의사는 그런 비일상적인 곳에서 일상적으로 근무를 하는 사람이다. 환자와 의사가 받아들이는 상황에 대한 이해 차이는 여기서 나타나고, 그 차이는 환자의 입장에서 나의 아픔을 쉽게 생각한다는 불만으로 나타난다. “아~ 애들도 다 하는 거예요”, “아픈 거 알겠는데요, 좀 가만히 계세요” 등 의사 본인의 입장으로만 응대를 하는 것이다.



진료 커뮤니케이션 향상을 위한 제언


의사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만나는 모든 환자의 개인별 맞춤 면담을 하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일반화하여 응대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필자는 진료 시 이 2가지를 참고하시길 말씀 드린다.


첫째, 환자에게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환자들은 나를 어떤 형용사로 표현했으면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권한다. 이것은 환자와의 진료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만들고 면담 과정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의사에게 있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정보 수집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화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환자 또한 의사의 화법을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할 수 있다.


어떤 의사는 처음 환자를 만날 때, 본인은 어떤 스타일로 진료를 보는지 간략하게 소개를 한다.


“결과 중심으로 말씀드릴 테니,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다음 번에 오실 때 종이에 적어오세요. 말씀 드릴게요.”


짧은 진료시간을 환자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환자들은 의사를 기억할 때 이름보다도 친절한 의사, 설명 잘 해주는 의사, 젊은 의사, 까칠하지만 꼼꼼히 봐주는 의사 등 본인이 경험하고 느꼈던 주관적 의견을 포함하여 표현한다. 이때 그 형용사가 내가 지향하는 점과 같다면 그 환자의 신뢰감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목표점은 같이 일하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에게도 영향을 준다.


진료 시 간호사(간호조무사)와의 의사소통은 굉장히 중요하다, 짧은 진료시간 이후 환자에게 더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기도 하고, 진료실 밖에서 문의하는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개원의 경우 간호사(간호조무사)의 잦은 이직에 대해 고민해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병원코디네이터, 간호조무사 대상 교육 시 장기간 근무한 병원에 대한 경험을 물으면 원장님(의사)의 진료 스타일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이 잘되어 일할 때 편하다’, ‘원장님이 기복이 심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스타일로 진료를 보셔서 환자들에게 설명할 때 부담이 없었다’ 등의 답변을 주었다. 환자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에게도 나는 어떤 의사인지 공유해보자.


둘째, 진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라포(rapport: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심리적 신뢰관계 ‘믿음’)’ 형성이다. 이를 통해 환자와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의사일수록 약속을 취소하는 환자가 적을뿐더러 점점 많은 환자가 찾아온다는 것도 연구로 밝혀진 사실이다(DiMatteo, Hays, and Prince, 1986). 그러나 짧은 진료시간에 라포 형성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라포 형성은 2~3회 이상 진료를 본 경우, 환자의 정보를 얻으면서 시도하는 것이 좋으며, 사전에 환자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개원의의 경우 병원 위치에 따라 지역별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아파트 밀집 지역이나 신도시의 경우 소아 환자가 많고, 재래시장 및 다세대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 구도시의 경우 노인 환자가 많으며, 회사 및 공장 밀집 지역의 경우 직장인이 많으므로 우리병원의 주변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로 많은 환자군에 따른 응대도 달라져야 한다.


소아 환자는 주고객(보호자)과 부고객(환자)이 항상 동행하게 되는데 부고객에 대한 케어와 함께 주고객과의 라포 형성이 중요하다. 소아과 의사 중 연구실적은 좋으나 유독 환자가 늘지 않고 불만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의사가 있었다. 그분의 진료 패턴을 살펴보니, 보호자만 바라보고 이야기할 뿐 환자(소아)와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이름도 불러주지 않는 것이었다. 보호자는 그런 의사의 행동을 차갑게 생각하고 진료를 만족스럽게 느끼지 못했다.


이런 행동들을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와 본인이 진료 면담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방법으로 진료 보는 모습을 촬영해 보는 것을 권한다. 최근 대형병원에서는 의사의 진료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이를 분석하여 코칭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와 함께 1:1 코칭 형식의 이 교육은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른 의사들의 진료 모습은 간혹 볼 기회가 있지만,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경험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촬영된 본인의 모습을 보고 장점과 개선해야 할 점은 직접 발견하고, 그 후 진료 시 지켜야 할 것들을 나열해보자. 촬영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와의 라포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흰 가운을 처음 입었을 때의 벅찬 가슴을 기억했으면 한다. 나에게 나쁜 기억을 심어준 환자보다 좋은 기억을 심어준 환자에게 더 의지하며,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병원의 진료실을 벗어나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의료시장에서 ‘우리병원’과 ‘나’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도구는 환자의 입소문이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