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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소화기내과] 바이러스성 간염 치료의 시대적 변화

 

한 광 협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서 론

 

진단과 치료분야에 광범위하게 의학이 발전되면서 인류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질병에서 과거보다 자유로와 졌으며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 제프리 A. 피셔의 미래의학(김한중 편저)에서  저자는 2000년대의 의료기술 캐린더에 2050년까지 그 동안의 미해결의 의학문제들이 차례차례 해결되어 인간 수명 200세 이상이 실현될 것이라는 많은 희망적 관측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의학발전의 결실은 인류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경제력을 갖춘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베풀어질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미 인터넷으로 세계는 하나의 정보의 세계로 재편성되었고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새로운 소식이 사무실이나 집안의 컴퓨터로 확인되고 의학의 정보도 특권을 갖고 있는 의학도의 손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공유물로 바뀌어 자칫 정보가 뒤지면 환자보다 모르는 실력 없는 의사로 낙인찍힐 수 있는 정보의 시대가 되었으며 개방화 시대가 되었다. 오랜 임상경험이 강점이 되지 못하고 최신 의학정보를 신속히 파악하여 의료분야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목하지 않으면 경쟁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이러한 변화는 간염바이러스의 경우 필자가 의과대학생이었던 70년대와 전공의시절인 80년대 초반에는 면역학의 부상과 더불어 혈청면역학적 진단법의 발전으로 A형과 B형 간염의 진단만이 가능하였으나 그 이후 분자생물학적 방법의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D형, C형, E형 간염바이러스가 규명되었다. 필자는 바이러스성 간염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의 시대적 변화에 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바이러스성 간염의 국내 현황

 

간염은 술, 약물 등에 의해서 올 수 있으나 가장 많은 원인은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으로 인체에서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현재까지는 A형, B형, C형, D형 및 E형 5가지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으로 밝혀져 있다. 간염바이러스에 의해서 감염될 경우 급성간염과 만성간염의 임상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간염바이러스 중에서 A형과 E형은 급성간염만 일으키나 B형, C형, D형은 급성간염을 일으킬 뿐 아니라 만성으로 진행하여 간경변증, 간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통계청의 최근 한국인의 사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만성간질환과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높으며 우리나라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특히 40대 성인에서는 첫 번째에 해당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전인구의 약 5% 이상이 만성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로 이중 상당수가 만성간염을 앓고 있거나 앞으로 만성간염이 생길 수 있으며 실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만성간질환의 대부분(약 60∼80%)이 B형 간염바이러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만성 간질환의 약 15∼20%를 차지하는 C형간염의 경우 건강 혈액공혈자의 약 1%에서 anti-HCV양성으로,나이가 60세 이상시 양성자의 빈도가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80∼90% 이상이 B형과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이들에 대한 효과적 관리가 중요하다. 간질환의 경우 지금까지는 B형간염이 주 문제가 되고 있으나 이미 20세 이하의 연령에서는 신생아 시절 국가적 간염예방접종의 권유로 보유율이 낮아져 점차 C형간염의 비중이 높아지리라 생각된다.

 

바이러스성 간염 진단의 시대적 변화

 

기초과학 분야의 발전은 의학과 같은 응용과학분야의 발전을 수반한다. 역학조사를 통하여 전염성 간염의 존재를 의심해 오다 미생물학, 면역학 등에서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 등의 생명공학과 기초의학의 진보로 간염바이러스의 정체, 증식과정과 발병기전 등이 규명되면서 간염의 진단과 치료경과를 정확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이로 인해 새로운 간염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해져 바이러스의 작용을 직접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로 임상경과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1941년 미국에서 황열병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을 군인에게 집단 접종한 후 간염의 발생을 대규모로 경험하여 혈청을 매개로 한 전염성 간염의 존재를 의심하던 중 1963년 Blumberg 박사가 처음으로 호주 원주민의 혈청과 반응하는 항원체를 발견하여 나중에 1965년 미 학회지에 보고하였다.이것이 B형 간염바이러스의 표면항원(HBsAg)임이 확인되어 B형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병원체의 진단이 가능해지기 시작하면서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A형은 1947년 MacCallum에 의해 전염성 간염으로 A형으로 명명하자고 제안 받았으나 병원체가 규명되지 않다가 Feins-tone에 의해 1973년 전자현미경의 도움으로 대변에서 병원체가 확인되었고 추후에 면역혈청학적 방법에 의해 간편하게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D형은 1977년 Rizzetto 등에 의해 HBsAg 양성 만성간염 환자에서 면역형광법에 의해 delta antigen이 밝혀졌다.

 

1989년 미국 Chiron 연구소의 연구진에 의하여 그동안 非A非B(이하 NANB로 약함)으로 알려져 왔으나 그 병원체가 규명되지 않았던 C형이 분자생물학의 진보에 의해 유전자재조합의 방법으로 존재가 밝혀졌다. 또한 1990년 Reyes 등이 NANB 간염중 발병과정과 전염경로가 다른 유형의 간염 병원체의 cDNA를 환자의 변에서 분리하는데 성공, E형 바이러스에 의한 것임이 밝혀져 이제는 혈청검사로 5가지 형의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을 모두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시대적 변화는 역학조사에 의해 전염성 간염의 가능성을 추측하던 시절에서 1970년대부터 면역학적 방법과 전자현미경으로 병원체 관찰로 진단을 하게 되었고 1980년대 후반부터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색이 가능해졌다.

PCR방법의 도입으로 1990년대부터는 임상에서도 극소량의 바이러스의 RNA나 DNA를 검색하게 되어 혈중에 극소량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C형간염의 진단에 유용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과거에 검출이 용이하지 않았던 수준의 간염바이러스 존재 역시 확인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후 유전자서열 검색법이 보편화되면서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유전자형과 변이형의 검출이 가능하게 되어 B형에서는 precore mutant, S-gene mutant 등 기존의 개념에서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의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항바이러스 치료시 치료경과를 정확하게 관찰하는데 있어서 간기능검사 이외에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량법이 임상에서 보편화되었다.

 

즉 B형간염 치료시 혈중 HBV DNA의 정량적 검사는 필수이며 C형간염의 치료시 HCV RNA의 검색 역시 필수 검사가 되어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공단에서 조차도 인터페론이나 라미뷰딘과 같은 항바이러스 치료전에 반드시 실시하여 양성임이 확인되어야 항바이러스 치료를 인정하게 되었다. 앞으로 바이러스성 간염의 진단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의 혈청면역학적 검사법이 기본 screening 검사로 정확도를 계속 높여가면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색하는 기술이 보다 보편화되고 정확해질 것이다. 또한 간염바이러스의 변이를 관찰하여 여러가지 병태생리학적 측면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며 투약의 중단을 결정하는 판단 기준으로서의 검사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러스성 간염 치료의 시대적 변화

 

1. 바이러스성 간염 치료의 필요성

간염바이러스 증식의 지속과 아울러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염증상태는 장기적으로 간의 반복된 손상과 재생의 과정을 거쳐서 간경변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간암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가능하면 감염 초기에 바이러스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종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실질적으로 항바이러스의 치료로 효과적으로 종식을 유도할 수 있었던 환자에서 간암의 발생이 낮기 때문에 가능하면 조기에 종식시키는 치료가 필요하다. 소화성궤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원칙이 no acid, no ulcer인 것처럼, 바이러스성 간염을 치료하고 관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no virus, no hepatitis이다.   

 

바이러스성 간염의 치료는 과거 1980년 초반까지 주로 안정과 보존적 치료에 의지하며 자연회복이 되기를 기대하는 소극적인 치료법 이외에 실리마린 제제나 비타민 종류 등 보조적 역할을 하는 간장보조제 투여를 하는 외에 별다른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가 없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 면역학 등의 생명공학과 기초의학의 진보로  간염바이러스의 증식과정과 발병기전 등이 규명되면서 새로운 간염치료제의 개발이 가능하여졌다.바이러스의 작용을 직접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로 임상경과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게까지 되었다. 또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발전으로 바이러스 감염시 생체내에서 만들어지는 인터페론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여 졌다. 더욱이 1980년대 후반에 후천성 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HIV의 출현으로 이에 관련된 연구는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에 기폭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성 간염 치료제 개발에 큰 진전을 얻게 되었다.

 

인터페론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B형 바이러스성 간염의 치료제로서 많이 사용되었고, C형의 경우 진단법이 개발된 90년대 이후에 주 치료제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비경구투여와 비교적 고비용의 치료제로서 치료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 여러 가지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시도로 B형의 경우 투여 용량을 초기 3MU에서 6MU로 증량하거나 기간을 보다 장기간 투여하는 방법, 스테로이드 이탈요법을 인터페론 투여 전에 시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치료효과를 다소 개선하기는 하였으나 임상의와 환자의 기대에는 다소 미흡하였다. C형 간염의 경우에서도 용량의 증량, 기간의 연장 등이 시도되었으나 리바비린과의 병용투여가 최근까지 최선의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제의 출현을 기대하던 중 HBV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어 일부 시도되었으나 치료효과에 비해 독성이 높거나 치료효과가 우수하지 못하여 임상에서 활용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역전사효소를 차단하여 HBV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제픽스라는 상품명을 갖고 있는 라미뷰딘(lamivudine)이 개발되어 전세계적으로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었고 국내에서도 1998년부터 시판이 허용되어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현재로서는 B형간염 치료의 주류는 인터페론에서 라미뷰딘으로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라미뷰딘은 효과적이고 안정성이 높으며 환자들에게 사용이 간편한 장점을 갖고 있는 이상적인 약제이지만 1년 이상의 장기간 투여가 요구되며 투여중단후에 재발율이 높고 HBV의 완전 제거가 쉽지 않은 한계점을 갖고 있으며 장기간 투여중 약제에 저항성을 갖는 변이형이 연간 15∼20%에서 출현되어 치료효과가 상실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다 B형간염 바이러스 증식 억제효과가 탁월하며 라미뷰딘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는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약제가 이미 개발되어 임상시험 중으로 2000년대는 nucleoside analogue계열의 항바이러스제가 새로운 주류가 되리라 생각된다. 현재 adefovir는 3상 임상이 거의 완료되는 상태로 라미뷰딘 내성 환자에서 효과적임이 확인된 바 있으며 entecavir, clevudine, FTC 등 몇 가지 약제도 이미 임상이 진행중으로 비교적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항생제 사용과 같이 여러 약제를 단독 치료뿐 아니라 병용치료로도 사용할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한다.

 

C형간염의 경우 기존의 인터페론이 적어도 주 3회 투약을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pegylated interferon이라는 장기간 지속형 인터페론이 개발되었다.투약상의 편이성 뿐 아니라 치료효과는 높으며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외국에서 이미 임상을 통해 효과가 인정되어 앞으로 기존 인터페론을 대신하리라 생각된다.

 

2. B형간염의 예방

B형간염에 대한 예방백신이 1980년대 개발되어 초기에는 주로 만성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의 혈액에서 HBsAg을 비활성화한 혈장유래 백신을 사용하다가 유전공학의 발전에 따라서 유전자 재조합법에 의한 백신이 개발되었다.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신생아에게 투여하여 효과적으로 예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감염이 된 환자에서는 효과적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C형간염의 경우는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으며 A형은 1992년 개발되었으나 만성간염으로 진행되는 병이 아닌 관계로 보편화되어 사용되기 보다는 제한적으로 권유되고 있다.

 

맺는글

 

첨단 과학의 발전과 정보의 신속한 교류로 모든 분야에서 신속한 변화가 어지러울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에서 최근 수년간의 진단과 치료의 변화는 기존의 개념을 바꾸어 나가고 있어 얼마 전까지 정설로 알고 있던 사실이 구시대적인 유물로 남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조건 앞서가는 것만이 옳은 길은 아니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지하고 시대적 흐름을 깨닫고 있는 것이 필요하며 균형감각을 갖고 적절하게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DiaTreat Vol.2, No.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