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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가정의학과] 만성 피로의 일차의료적 접근

        

신 호 철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Ho Cheol Shin, M. D.

Chairman, Dept. of Family Medicine, Kangbuk

Samsung Hospital,

Sungkyunkwan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피로는 매우 흔한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이 피로 증상에 대한 임상적, 역학적 연구는 그리 흔하지 않다. 또 흔히 환자나 의사 모두 피로증상 자체를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피로는 여러가지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으며, 건강상태는 물론이고 신체적 기능, 정신적 기능을 포함한 환자의 건강에 관련된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상이다.

 

그렇지만 피로는 매우 흔하고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질환에서 동반되는 비특이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감별 진단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차진료 의사들이 피로증상에 대한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적 전략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피로의 정의와 유병률

피로는 여러가지 내용으로 정의될 수 있다. 피로를 근육피로로 설명하는 생리학적인 정의도 있지만 일차 진료의사들이 접하게 되는 피로증상은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한 측면의 특징을 갖고 있고 일율적으로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의사를 찾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피로는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활동 이후의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기운이 없어서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 등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2) 피로는 그 원인에 관계없이 흔히 증상이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서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지속성 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만성 피로로 정의한다. 1개월 미만 지속되는 피로를 급성 피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임상적인 의미상 흔히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3)

피로는 일차 진료의사를 찾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흔한 증상 중의 한가지이다. 국내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피로증상은 일차 진료의사를 찾는 초진환자의 4.7%가 피로를 주증상으로 호소하고 초진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중 6번째로 흔한 증상인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1) 외국에서는 그 기준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일차 진료의사를 찾는 환자들의 24%가 피로증상을 호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남성보다(19%) 여성에서 피로의 유병률이 더 높았고(28%) 연령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보고했다.4) 또 일차진료 의사를 찾은 환자 중 1개월 이상 피로증상이 지속되는 지속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는 15∼30% 정도이고 6개월 이상 피로 증상이 지속 혹은 반복되는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는 10∼20% 정도라는 보고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사회의 일반인에서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1∼3%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5)

 

 

피로의 임상적 특징

 

원인에 관계없이 피로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기운이 없어하고, 활력이 없으며, 쉽게 지치기 때문에 가정과 직장 일을 비롯한 일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로증상을 호소하며 일차 진료의사를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어떤 기질적인 질환이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처음에는 정신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게 많다. 실제로 정신적인 증상만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은 그런 증상들이 기질적인 질환에 의한 이차적인 증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치의가 환자에게 정신적인 원인이 피로 증상의 원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경우 환자들은 주치의가 자신의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6)

 

일반적으로 우울증, 불안증의 병력을 가진 환자나 3개월 이상 피로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는 만성피로 증상을 갖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7) 따라서 미분화된 피로 증상을 대하는 일차진료 의사는 수많은 원인 중에서 그 가능성을 찾으면서, 한편으로는 환자에게 피로증상의 특징과 효과적인 대책을 이해시키는 포괄적인 접근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피로의 원인과 감별 진단

 

피로증상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질환은 피로증상과 함께 그 원인 질환의 특징을 나타내는 다른 임상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질환의 초기에는 정도가 다양한 피로증상 외에는 다른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신중한 병력청취, 진찰, 검사를 시행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를 일정기간 추적관찰해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도 있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문제가 피로증상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의 원인질환을 보면 40∼45%가 정신 질환, 20∼45%가 기질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8∼9) 국내연구에서는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의 46%가 기질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1)

거의 대부분의 질환이 피로증상을 유발할 수 있지만 특히 임상적인 특징으로 피로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들은 다음과 같다(Table 1).6)

 

1. 정신 질환

우울증은 피로증상을 유발하는 흔한 원인이다. 피로증상과함께 수면장애, 식욕부진, 성기능 장애를 비롯한 여러가지 신체증상 등을 동반하게 된다. 만성불안증도 전신피로 증상을 유발하는 흔한 원인이다. 이 경우 신체적,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피로증상이 나타나는 일부 원인이 될 수 있다. 환자들은 대부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신체증상을 호소한다. 흔히 경부 근육의 강직 증상과 목과 후두부의 통증이 동반되고, 그밖에 빈맥증, 호흡곤란, 흉부 불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피로증상이 신체화 증상의 한가지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 대부분 평생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2. 약물 부작용

불안증, 우울증, 불면증을 치료하는 많은 약제들이 진정효과를 갖고 있는데 투여용량이 지나치면 환자들의 증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피로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mitryptiline, doxepin, trazodone과 같은 항우울제들은 강한 진정효과를 갖고 있어서 흥분, 초조증상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유용하지만 용량이 초과되면 소위 ‘knock out’ 상태가 되어 심한 피로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최면제(hypnotics)를 장기간 사용한 후의 금단증상이나 소정온제(minor tranquilizers)를 과량사용한 경우에도 피로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또 reserpine, methyldopa, clonidine, propranolol 등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항고혈압제의 경우도 그 부작용으로 피로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약제이지만 reserpine의 경우 하루 0.5 ㎎이상 사용할 경우 우울증, 피로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β-차단제의 경우에는 피로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해서 약제의 사용을 중지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Diphenhydramine, chlorpheniramine과 같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항히스타민제의 경우에도 흔히 피로증상을 유발한다.

 

3. 내분비 질환

갑상선, 부신, 부갑상선, 뇌하수체의 기능장애도 뚜렷하지는 않지만 초기에 피로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경우에는 체중증가, 피부건조, 가벼운 목쉼 증상, 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증상 등과 함께 피로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노인들의 경우에는 거꾸로 비전형적인 갑상선 기능 항진증(apathetic hyperthyroidism)의 경우에 체중감소, 심방세동, 무관심 등의 증상과 함께 피로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에디슨씨 병의 경우에는 체중감소, 모호한 소화기 증상, 기립성 저혈압 등의 증상과 함께 피로증상이 서서히 나타날 수 있다. 여성에서는 출산후 과다출혈로 인한 범하수체 기능저하증(panhypopititarism)의 경우에 혹은 뇌하수체부위(sella region)에 종양이 생겼을 때에도 피로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론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당뇨와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도 피로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4. 대사 장애

만성 신부전증에서는 신장기능의 저하를 나타내는 병리검사 소견 외에 특별히 주관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피로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간기능 부전증의 경우에도 황달, 복수, 점상출혈 등의 증상과 함께 피로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황달이 없는 간염이나 경증의 만성간염,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의 초기인 경우에는 다른 증상은 없이 피로증상이 주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5. 혈액 질환/악성 종양

철결핍성 빈혈의 경우 흔히 피로증상이 나타난다. 피로와 권태 증상이 대부분의 악성종양에서 나타나기는 하지만, 췌장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이 피로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악성종양이라고 할 수 있다. 고칼슘혈증을 유발하는 유방암, 골수종 등의 경우에도 피로가 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6. 심폐 질환

만성 울혈성 심부전증, 만성 폐질환의 경우도 흔히 피로증상을 유발한다. 흔히 간과되는 경향이 있지만 수면 무호흡증의 경우에도 피로증상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7. 감염성 질환

바이러스성 간염, 전염성 단핵구증, 후천성 면역결핍증, 결핵, 아급성 세균성 심내막염 등도 피로를 유발하는 중요한 감염성 질환이다. 피로증상이 나타나면서 특히 최근 치과치료의 병력이 있고 진찰시에 심잡음이 들리는 경우에는 아급성 세균성 심내막염을 의심해야 한다.

 

8. 교원성 질환/면역기능 장애

대부분의 류마티스성 질환들은 그 특징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기 이전에 심한 피로증상이 주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피로의 진단적 접근

 

피로의 원인질환을 확인하기 위한 진단적 검사의 대부분은 일차 진료기관에서 시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진단적 검사를 시행하기에 앞서 신중하게 병력을 파악하고 세심한 진찰을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 병력

우선 환자가 호소하는 피로증상의 구체적인 특징에 대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피로를 느끼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인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지장을 주는지 확인하고, 피로증상이 심해지거나 호전되는 시기, 다른 생활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로증상이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는지의 여부도 중요하고 피로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증상인지 혹은 서서히 나타났는지도 확인한다. 피로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피로증상과 관련이 있을만한 특별한 건강문제나 생활사건, 정서적인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정확한 감별진단을 위해서 중요하다.

 

앞서 강조했지만 정확한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피로증상과 함께 동반되는 여러가지 다른 증상들을 잘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울증의 경우 피로증상의 흔한 원인이지만 우울증상과 피로증상 외에도 아침에 일찍 기상하는 수면장애, 식욕부진 등을 비롯한 다른 신체증상들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런 경우 자살의사의 여부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증의 경우에도 병력을 파악하면서 해결되지 않는 갈등을 확인할 수 있고 환자가 지속적으로 안절부절해하는 증상,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수면장애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병력상 환자가 잘 낫지 않는 각종 신체 증상들을 오랜 기간 호소하고 있다면 성격장애의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또 환자가 열, 발한, 체중감소, 림프절 비대증 등의 과거병력이 있다면 감염증이나 악성종양과 같은 질환의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음증, 다뇨증, 피부의 색소침착, 목이 쉬고 추위를 잘 이기지 못하는 증상, 오심, 비정상적인 생리증상 등이 있다면 대사장애 혹은 내분비질환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환자가 피로증상과 함께 대칭적으로 있는 관절통, 아침 강직증상을 호소한다면 류마티스 질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밖에도 과거 및 현재의 약물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의사의 처방이 없어도 구입할 수 있는 OTC 약제인 항히스타민제의 복용에 대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항고혈압제의 사용유무와 모든 정신질환 치료제의 사용여부에 대해서 확인한다. 또 피로증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과거병력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빈혈, 류마티스열, 전염성 단핵구증, 심장질환, 재발성 요로감염증, 단백뇨, 간질환, 음주력 등에 대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변의 결핵,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와 접촉한 병력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가지 기생충 질환이 만연하고 있는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면 무호흡증, 식도역류, 알레르기성 비염 등과 같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2. 진찰

여러 가지 원인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혈압, 체온, 체중, 맥박 등과 같은 활력징후를 측정한다. 특히 맥박과 혈압은 기립성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온이 정상이어도 병력상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집에서 체온 일기를 작성하게 하거나 입원시켜 오전, 오후의 체온변화를 관찰한다. 색소침착, 건조, 발진, 황달, 자반증, 창백 등과 같은 피부의 변화도 확인한다. 예를 들어 아급성 심내막염의 경우 점상출혈(petechia)이나 조하선상출혈(splinter hemorrhage) 등이 특징적인 소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눈을 잘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 공막의 황달 증상이나 안저 검사를 통해 당뇨병성 망막증을 확인할 수도 있다.

 

구강 진찰에서 인두 특히 연구개와 경구개 사이의 점상출혈이 발견되면 단핵구증을 의심하게 한다. 갑상선을 주의깊게 진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림프선의 크기, 압통, 분포를 가능한 자세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데 광범위한 림프선의 비대는 감염증, 악성종양, 심지어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등을 의심하게 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유방을 신중히 진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흔하지는 않지만 유방암이나 동반된 고칼슘혈증이 피로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폐에서는 수포음이 들리는지 주의깊게 들어봐야 하며 심장에서도 잡음을 확인한다. 복부진찰에서는 간이나 비장의 비대, 종괴, 복수, 간압통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항문과 직장의 진찰에서는 종괴, 전립선 질환, 출혈여부 등을 확인한다. 생식기관의 진찰에서도 종괴와 염증성 질환의 여부를 확인한다. 관절을 비롯한 근골격계 진찰에서는 염증성 질환의 여부를 확인한다.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서 피로증상이 신경근육질환 인지를 확인한다.

 

특정 근육부위의 위축, 압통, 쇠약, 속상수축(fasciculations) 등을 확인한다. 심부건반사(deep tendon reflexes) 검사에서 느린 반응을 보일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가능성이 있다. 시야 검사도 중요한데 만일 뇌하수체 병변이 있는 경우 양측두 반맹증(bitemporal hemianopsia)의 소견을 보인다. 물론 정신상태 검사도 매우 중요하다.

사고력, 판단력, 기억력, 그리고 정서상태에 대해서 확인한다.

 

그리고 우울증상이 보이는 환자의 경우 자살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울증의 평가는 필수적이다. SDS(Zung’s Self-Rating Depression Scale), BDI(Beck Depression Inventory) 등과 같이 일차진료 의사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우울증 선별검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3. 검사

피로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감별진단을 위해 의심되는 원인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너무 지나치게 많은 검사를 투망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세하고 정확한 병력과 진찰소견을 종합해서 반드시 필요한 검사만 실시한다. 예를 들어 피로의 흔한 원인인 우울증의 경우 환자의 병력과 진찰에 특별한 이상이 없고,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피로증상의 다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처음부터 많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우울증이 분명하더라도 환자를 추적 관찰하면서 동반된 다른 질환의 가능성이 있다면 나중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피로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서 병력과 진찰소견에서 다른 이상을 확인할 수 없다면 CBC, ESR, Urine analysis, 말초혈액 도말검사, BUN/Cr, FBS, Calcium, Albumin, AST/ALT, TSH, 대변잠혈검사 등의 검사를 초기에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3,7) 그렇지만 국내에서는 질병역학의 특성상 흉부 X선 촬영, B형 바이러스성 간염 검사 등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환자의 병력과 진찰소견에서 다른 질환의 가능성이 의심된다면 해당 질환에 적합한 검사들을 시행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류마티스인자, CRP, HIV, 각종 바이러스 표지자, ANA 검사 등이 있다.

 

 

 

 

피로는 어떤 특정 질환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고 다양한 원인질환에 의해서 나타나는 한 증상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피로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치료는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일차진료 의사들이 피로증상, 특히 만성피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에는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에 대한 감별진단을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피로증상이 기질적인 질환에 의한 증상이라고 생각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설사 정신적인 원인에 의한 피로증상이라고 하더라도 주치의가 기질적인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을 잘 받아들인다.

 

그러나, 환자의 증상이 정신적인 원인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면서 가급적 ‘바이러스 감염증, 면역 기능의 저하’ 등과 같은 기질적인 기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 이유는  환자가 정신적인 원인을 거부하거나 치료에 대한 순응도를 떨어뜨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환자들일수록 기질적인 원인에 대한 완벽한 감별 진단을 진행하면서 정신적인 원인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6)

 

 

만성 피로 증후군

 

지면의 제약으로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최근 만성피로의 원인으로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 중에는 감별진단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많다. 이런 환자들에게 쉽게 만성피로 증후군이란 진단을 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면서 그 치료적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10)

 

이 증후군은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고 정신적, 육체적 활동에 의해서 증상이 심해지는 심한 피로증상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흔히 환자들은 피로증상이 발병되기 전에 비해 일상적인 생활을 수행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지난 10년간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이 밝혀졌으나, 그 원인과 치료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이 만성피로 증후군이 생물학적인 원인을 갖는 질환으로 인식하는데 반해 일부에서는 만성피로 증후군의 생물학적인 근거를 의심하고 우울증, 불안증, 신체화 장애의 일부 형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동안 이 증후군의 원인규명을 위한 연구에 연구대상의 동질성이 문제가 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구대상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하 CDC)에서는 지난 1988년 이 증후군을 만성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이하 CFS)으로 명명하고 증례 정의를 마련했으며11), 몇가지 문제점을 개선해, 1994년에 이 증례 정의가 개정되었다(Table 2).12)

 

현재 이 정의는 만성피로 증후군의 진단 기준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CDC 증례 정의를 만족시키는 환자가 성인 1,000명 중 1명 정도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13)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일차진료 의사를 찾는 환자들의 단지 2∼5% 정도가 이 CDC 증례 정의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유병률 조사에 대한 연구보고가 없어 정확한 유병률을 알 수는 없지만, 서구인에 비해 동양인의 유병률이 낮다는 외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참고하면 성인 1000명 중 1명 미만일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진단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의 5∼10% 정도가 만성피로 증후군의 증례 정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만성피로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유발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공통적인 결과라고 여겨지고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의 유발요인으로는 바이러스 감염을 포함한 만성적인 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극심한 스트레스, 신경호르몬계의 변화, 정신질환의 합병증, 독성물질 등 여러가지가 거론되고 있다.14) 특히 만성 피로 증후군이 감염성 질환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있어 왔는데 그 이유는 만성피로 증후군과 유사한 질환의 지역적 유행, 만성피로 증후군의 원인이 감염성 질환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만성피로 증후군이 감염성 질환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객관적인 소견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분명한 병인론으로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이 가상적인 질병이 아니라는 견해가 대부분이다.15)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만성피로 증후군의 치료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성피로 증후군의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조합하여 각각의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의 증상개선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고, 연구결과가 축적된 치료방법으로는 인지행동 치료, 점진적인 유산소성 운동, 소량의 항우울제 치료 등이 있다. 항우울제의 경우 소량의 삼환계 항우울제(amitriptyline 25mg, 취침전 복용) 혹은 SSRIs(fluoxetine 10∼20mg 등)를 사용할 수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일정하지는 않다.

그밖에 수많은 치료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많고 현재로서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6)

 

그렇지만 문제는 많은 환자들이 만성피로 증후군 증상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 외에도 이 질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 친구들에게 거부당하고 심지어는 의사들에게서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중 고통을 겪는 일이 매우 흔하다는 사실이다. 일차진료 의사는 주치의로서 만성피로 증후군에 대해 밝혀진 사실, 밝혀지지 않은 사실 모두를 솔직히 설명해야 하며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들어주고 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10)

 

[출처 : DiaTreat Vol.1,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