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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감염내과] 국내 인플루엔자의 발생 역학

                          

김 우 주

고려대의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Woo-joo Kim, M. D.

Dept. of Internal Medicine, Guro Hospital,

Korea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인플루엔자(속칭 독감)는 매년 겨울철이면 유행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인구의 10~20%가 걸리며, 특히 노인 및 만성질환자에서는 합병증의 발생과 사망을 초래할 수 있어 중요한 질환이다. 특히 10~40년 주기로 나타나는 인플루엔자의 대유행(pandemic)은 인구의 약 반수가 걸릴 수 있으며 대량의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어 큰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례로 1918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은 2,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초래하므로써 인플루엔자가 얼마나 무서운 질환인지에 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 1997년 홍콩에서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의 사람 발생은 신종 인플루엔자에 의한 대유행의 출현에 대한 우려를 일게 하였으며, 조만간 닥치게 될 대유행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 개인적으로는 결석 및 결근으로 학업과 직장 업무의 지장을 초래하게 되며,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폐렴의 합병, 입원 및 사망의 증가, 의료비용이 증가된다. 국가적으로는 환자의 진료 및 입원 치료 증가로 의료비용의 부담이 증대된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대책의 시작은 인플루엔자의 역학을 파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평방 킬로미터 당 476명의 사람이 사는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서, 더욱이 전국민의 78.5%가 도시지역에 집중하여 살고 있다. 이러한 인구 밀집 환경은 인플루엔자의 전파에 이상적인 조건이 되고 있어서 도시지역에서 폭발적인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960년 2.9%에서 2000년 7.1%로 계속 증가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노인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만성적인 내과질환을 한가지 이상 갖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노인층에서 인플루엔자로 인한 이병률 및 사망률이 증가될 위험성이 있다.  

인플루엔자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인플루엔자의 유행시기, 유행의 규모, 유행바이러스의 특성 규명 등의 파악이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캠페인 등 예방 조치의 실시, 유행의 규모 예측, 신종 인플루엔자의 출현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인플루엔자의 발생현황은 1997년부터 시작된 전국 인플루엔자 감시체계의 가동으로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2000년 들어 개정된 전염병 예방법에서 인플루엔자가 제 3군 법정전염병으로 포함되면서, 지속적으로 그 발생을 감시하고 방역대책이 수립되어야 하는 질환으로 지정되었다. 본고에서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 시행된 국내 인플루엔자 감시결과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의 최근 역학을 고찰하고자 한다. 

 

 

1. 인플루엔자 감시체계 구성 및 방법

현재의 인플루엔자 감시체계(Korean Influen-za Surveillance Sche-me, KISS)에 이르기까지는 1997년 10월부터 2000년 전반기까지 3년간 시행된 인플루엔자 표본감시체계가 모태가 되었다.

1997~2000 절기에 3년간 시행된 체계와 2000~2001 절기에 시행된 KISS와는 구성 및 방법에 차이가 있으므로 우선 비교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1997~2000 절기에 시행된 감시체계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민간의료기관에 근무하는 표본의사 70여명이 참여하여, 매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nfluenza-like illness, ILI)수와 그 해당 주의 총 진료환자수를 국립보건원 호흡기 바이러스과로 보고하고, 일부환자로부터 가검물을 채취하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배양을 의뢰하였다. 

 

당시 감시체계의 문제점은 감시의사의 수가 적었으며, 그나마 서울, 경기 및 부산 등 대도시에 편중되어 대표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새로이 확대 개편된 2000~2001년 사이 인플루엔자 감시체계(KISS)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여 전국적으로 임상감시 및 실험실 감시체계로 조직화하였다.

 

지역 인구 10만명 당 1개소의 표본감시의료기관 선정기준에 따라 전국적으로 총 622개소(보건소 236개, 민간기관 386개)가 임상 표본감시의료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환자로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배양을 의뢰하는 실험실 표본 감시기관은 총 165개소(보건소 108개, 민간기관 57개)가 참여하였다. 임상감시체계는 의료기관 내원환자 중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의 분율을 감시하여 인플루엔자 유행의 조기 포착과 신속한 방역 대비체제를 수립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실험실 감시체계는 ILI 환자로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리하여, 유행주의 형 및 아형을 분석하여, 예방 백신의 효능을 예측하고, 조류 독감 바이러스 등 변종 바이러스형의 출현을 탐지하고자 하였다.   

 

2. 인플루엔자 표본감시결과 

1)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 발생현황 

인플루엔자 의사환자(ILI)의 정의는 “37.8℃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더불어 전신피로감, 근육통, 두통 등의 전신증상 또는 기침, 인후통, 객담 등의 호흡기 증상 중 한가지 이상을 가진 경우”로 하였다.

1997~2001년,  4년간의 인플루엔자 절기 중 주간 단위의 ILI 발생분율(1주 동안 의료기관의 총 진료환자 중 ILI의 분율)의 변동양상의 분석으로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의 유행계절을 알 수 있다(Fig. 1).

 

매 절기마다 ILI 발생분율의 추세에 차이가 있는데, 1997~1998년 사이 11월 2주차부터 12월말까지 유행의 정점을 나타내었으며, 3월~4월에 소규모 유행이 있었다.

 

1998~1999년 사이에는 12월 3주부터 1월 2주 사이와 3월말에서 4월초 사이 두 번 유행의 정점이 있었다. 1999~2000 절기에도 12월말~1월초와 3월말~4월초 사이 두 번의 비교적 큰 유행이 있었다.

 

2000~2001년 인플루엔자 유행이 1월부터 늦게 시작되어 2, 3, 4월까지 완만하게 유행되며, 2월말~3월초에 정점에 이르는 경향을 보였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는 11월부터 5월 사이의 겨울철과 봄에 발생되고 있으며, 절기에 따라서 유행의 정점이 12월~1월 또는 3월~4월을 중심으로 단일형(unimodal) 또는 이산형(bimodal)의 발생분포를 나타낸다. 이는 북반구의 여러나라에서와 같은 유행양상으로 4~6주간 환자 발생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에 일치하는 소견이다. 특기할 사항은 3월~4월의 유행이 거의 매년 있어서 봄철에도 인플루엔자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2)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 연령별 분포 

2000~2001년 절기의 ILI 환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Fig 2),

 

주된 감염 대상인 60세 이상 노인과 10세 이하 소아에서의 발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보건소만 보고를 하였던 2000년 52주차까지는 ILI 환자의 50% 이상이 50대 연령 이상이었다. 하지만 소아과를 포함한 민간의료기관의 보고 자료가 취합되기 시작한 2001년 1주차부터는 소아환자가 30∼40%를 차지하였고, 60세 이상 노인과 10세 이하 소아를 합하면 약 1/2을 차지하고 있다.

  

3) 절기 중 첫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분리 결과 (Table 1)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로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가능한 빨리 분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에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하는 의의가 있으며, 인플루엔자 경보를 내려 인플루엔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바이러스주의 특성을 규명하여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여부, 현재 사용중인 백신주와의 일치 여부를 빨리 파악하여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매 겨울철마다 빠르게는 10월 14일부터 늦게는 12월 22일까지 첫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환자로부터 분리되었고, 첫분리지역은 대부분 남쪽(부산, 대구, 제주)에서 시작되었으며, 모두 A형 바이러스였다. 아직 고식적인 바이러스 배양법을 이용하므로써 환자 발생과 배양 확인까지는 2주 이상의 지연이 있는데 향후 신속항원진단법 또는 RT-PCR 검사법의 적용 등으로 검체채취-분리간 시간간격을 단축시켜야 할 것이다.

 

1997∼2000 절기 3년간 첫 분리주는 미국 CDC의 WHO 인플루엔자 센터에 확인 의뢰한 결과 모두 A형(H3N2)/시드니/05/97-유사주로 확인되어 “시드니 독감”이 유행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2000∼2001 절기 첫 바이러스주는 A형(H3N2)/모스코바/10/99-유사주로 확인되어 새로이 “모스코바 독감(또는 파나마 독감)”이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4) 절기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아형 분리 결과 (Fig. 3)  

 

 

각절기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아형별 분리 현황을 보면, 1997∼1998 절기에 A형/H3N2 128주, A형/H1N1 4주가 분리되었다. 1998∼1999 절기에는 A형/H3N2 110주, A형/H1N1 154주, B형 4주가 분리되었으며, 1999∼2000 절기에는 A형/H3N2 194주, A형/H1N1 2주, B형 32주가 분리되어 B형이 증가된 양상을 나타내었다. 2000∼2001 절기에는 A/H3N2 134건, A/H1N1 10건이 분리되었으며, B형은 분리되지 않았다. 2000∼2001 절기에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A형/H1N1, B형이 우세하게 분리된 것과 다른 양상이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배양 양성률은 1997∼1998년 6.4%, 1998∼1999년 51.1%, 1999∼2000년 24.7%로 점차 증가 후 안정적인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4년간 국내에서는 인플루엔자 A형/H3N2, A형/H1N1, B형이 동시에 유행 분리되는 양상을 보여 세계적인 추세와 같았다. 1998∼1999년 절기에 A형/H1N1이 우세한 유행주였던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3년 동안은 A형/H3N2가 주된 유행주로 분리되었다.  

 

5)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체 및 아형별 분리주수의 월별 분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분리주수의 월단위 분포(Fig. 4)를 보면, ILI의 발생경향에 맞추어 유행시기인 10월부터 5월까지 분리되고 있으며, 특히 12월∼1월과 3월∼4월의 두 번의 정점을 중심으로 다수 분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임상감시체계에서 보고된 ILI의 발생경향이 바이러스 분리경향과 일치하는 것은 임상감시체계에서 보고된 ILI 발생분율의 결과가 매우 신뢰할만한 자료라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플루엔자의 유행을 주도하는 바이러스 아형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형의 월단위 분포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1997∼1998 절기 중 12월∼1월, 3월∼4월의 두 번의 유행정점을 A형/H3N2가 모두 주도하였고, 반면 1998∼1999 절기중에는 12월∼1월 유행은 A형/H3N2가, 2월∼4월 유행은 A형/H1N1이 주 유행주로 서로 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1999∼2000 절기중에는 12월∼1월 유행은 A형/H3N2가, 3월 유행은 B형이 주 유행주였음을 알 수 있다.

 

2000∼2001 절기는 2월∼4월의 단일 유행이 A형/H3N2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인플루엔자 유행의 정점을 이루는 바이러스주는 단일 아형이 주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형 및 아형의 독점 유행에 어떠한 요인이 개재되는지 또는 그 임상적 의의가 어떤지는 추후 깊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6) 국내 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와 WHO 권장 인플루엔자 백신주의 비교 

인플루엔자 유행시 환자로부터 분리된 유행주와 백신주의 일치여부는 백신의 효과와 그에 따른 유행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유행주와 백신주가 일치하면,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으나, 서로 다를 때에는 백신접종자를 비롯하여 인플루엔자의 유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997년 이래 국내 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와 WHO 권장 인플루엔자 백신 바이러스주를 비교하였을 때(Table 2), 1997∼1998 절기를 제외하고는 국내 유행주가 WHO에서 권장한 백신주와 대체적으로 일치하였다. 1997∼1998절기에 백신주로 A형(H3N2)/우한주가 예측되었으나, A형(H3N2)/시드니주가 출현하여 예상이 빗나갔으며, 이후 A형(H3N2)/시드니주가 3년 동안 유행을 주도하게 되었다. 2000∼2001 절기부터는 A형(H3N2)/모스코바(또는 파나마)주가 백신주로 추천되었고, 실제 유행주로서도 유사주가 분리되었다.    

 

 

    

 

지난 4년간(1997∼2001년) 국내 인플루엔자 발생의 역학을 요약해보면, 우선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의 겨울 및 봄철이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는 계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플루엔자 유행의 정점은 12월∼1월과 3월∼4월의 두 시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절기마다 한번 또는 두 번 유행의 정점을 나타내고 있다. 인플루엔자 A형(H3N2), A형(H1N1), B형이 동시에 유행 분리되는 양상을 보였고, 1998∼1999 절기에 A형(H1N1)이 주로 유행한 것을 제외하고는 A형(H3N2)가 주된 유행주로 분리되었다. A형(H3N2), A형(H1N1) 또는 B형 아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각 유행의 정점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행주는 1997∼2000 절기 동안 A형(H3N2)/시드니/5/97-유사주가 2000∼2001 절기는 A형(H3N2)/모스코바/10/99-유사주였으며, 1997∼1998 절기를 제외하고는 WHO 권장 백신주와 일치하였다.  

 

최근 4년간 전국 인플루엔자 감시체계의 결과 국내 인플루엔자의 발생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인플루엔자 유행을 조기에 감지하여 적절한 인플루엔자 예방 및 관리대책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으나, 앞으로 밝혀지거나 보완되어야 될 여러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인플루엔자로 인한 이병률 (폐렴 등 합병증) 및 사망률에 대한 자료, 경제적인 손실 등 질병부담(disease burden)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인플루엔자 백신이 최근 매년 1,000만 도스까지 접종되고 있는 실정에서 우선적으로 맞아야 될 고위험군에서의 백신 접종률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으로 인한 예방효과 및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국내 연구들도 필요하다. 기존의 인플루엔자 감시체계의 운영에 있어서도 인플루엔자 유행의 역치 결정 및 유행수준의 층화수준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며, 지역적인 유행 양상도 세분화하여 발표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감시의료기관의 참여율을 높이고, 표본감시 결과자료를 바탕으로 국민 및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에 대한 예방교육 등을 실시하고, 언제 어디서 시작될지 모르는 대유행에 대한 감시 및 대책을 마련하므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적으로 효과적인 인플루엔자의 관리에 기여하도록 해야될 것이다.    

 

[출처:DiaTreat Vol.2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