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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신약개발 ‘모방’ 아닌 ‘창조 연구’ 지원 정책 필요

서울대 심창구 교수, 신약개발 아마추어 아닌 베테랑들의 무대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모방 연구를 탈피하고 다양한 창조연구들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연구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심창구 명예교수는 KPMA Brief에 기고한 ‘협회 창립 70주년, 제약산업의 나아갈 길 : 신약 강국 도약을 위한 5대 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첫 번째로 모방연구에서 탈피하고 다양한 창조연구들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연구지원 정책을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심창구 교수는 “모방에서 벤치마킹할 기술을 선정해 연구비와 인력을 대거 투여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창조에 있어서는 획일적이고 어설픈 선택과 집중이 오히려 자원과 노력을 낭비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산업에 있어서의 대표적인 창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신약개발’이다”며 “신약개발을 창약(創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원과 지도자 등 고급인력을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

심 교수는 “신약개발 연구자를 특정 연구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들이라고 한다면 신약개발 지도자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고른 균형 감각과 개발 경륜을 갖춘 제네럴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전문가도 부족하지만 신약개발 지도자 인력이 특히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약학대학 등에서의 신약개발 관련 교육은 전문가 양성과 함께 신약개발 지도자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개편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제약기업의 실질적인 최고 경영자는 신약개발 연구의 속성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이해가 부족한 최고경영자는 2~3년 이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바심을 낸다”며 “성급하게 연구조직을 바꾸고 인력을 교체한다. 그러나 잦은 조직 개편은 오히려 연구 역량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고 경영자는 최소 10년은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력을 가져야 하다”며 “신약개발 연구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인내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구원들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신뢰와 존중이 바로 신약개발의 경쟁력이다. 최고경영자와 연구원이 갑과 을의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는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 번째로 연구자의 조로(早老)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학회에 참석하는 연구자들의 평균 연령이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며 “연구자들의 경력이 좀 쌓이면 하던 연구 업무 대신 관리 업무를 보고, 학회에는 또 다시 신입사원급이 출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올해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21명이나 된다”며 “우리나라에는 아직 한명도 없다. 이 차이는 혹시 우리나라 연구자의 조로현상, 그리고 이에 따른 베테랑의 부족이 그 원인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정부와 대학들 그리고 회사들은 각각 자기의 영역 내에서 일본보다 더 많은 베테랑을 길러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약개발은 모든 창조가 그러하듯이 베테랑들의 무대이지 아마추어들의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모든 일에 있어 졸속을 극복할 것을 제시했다.

심 교수는 “모방국가에서 벗어나 창조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범사에 긴 호흡으로 진중하게 접근하는 습관을 체질화해야 한다”며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꼼꼼하게 정리 축적하는 ‘경험의 축적 문화’를 사회 전반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약개발은 결코 아마추어들이 짧은 호흡으로 서둘러서는 성과를 낼수 있는 과업이 아니기 때문이다”며 “적어도 10년은 기다릴 수 있는 인내력의 토대 위에서, 다양한 베테랑들이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