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개최된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폐기된 CI가 현재까지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대의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의협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CI는 의협 집행부가 대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지난 4월 23일 열린 제57차 정기대의원총회 제1토의안건 심의분과위원회에서 대의원들은 이날 제18안건으로 상정된 ‘New CI(corporate Identity) 개발보고 및 회기/배지 제정의 건’에 대해 “대의원의 의견수렴 절차없이 의협 집행부가 단독으로 추진한 일”이라며 폐기를 요구, 이에 의협 김재정 회장은 대의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었다.
당시 ‘CI 사용 건’과 관련 ‘전체 회원의 의견수렴 절차가 생략되었고 이에 대한 예비비 지출 등의 근거가 미약하다’는 대의원들의 반론에 대해 의협 집행부는 “CI를 교체한 것이 아니라 의협 사상 처음으로 개발한 것”이라며 대의원들의 동의를 구했으나, “일단 사용을 전면 중지하고 충분한 회원의견수렵과정을 거친 후 재논의 하자”는 쪽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총 후 의협은 일부 문서, 의협신문 등에서 논란이 된 CI를 계속 사용하고 있으나 대의원들에 대해 CI 사용과 관련한 어떠한 재논의 요청도 없었으며, 11월 5일 소집되는 임시대의원총회에서도 집단휴진관련 투표안건 이외에 상정된 안건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지난 정총에서 CI사용에 적극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한 대의원은 “의협의 각종 공문을 보고 계속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대의원회의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지금도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괘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원래 CI사용은 정총 이전에도 의원회에서는 보류됐던 사안”이라며 “오는 11월 임시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안건으로 건의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의원은 “집행부가 상임이사회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했지만 이사회는 이사회일 뿐”이라며 “대의원총회가 우선인 만큼 대의원총회의 결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이번 임시총회에서 대의원들 간에 CI사용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며 “의협 집행부가 연구·검토하기로 했으니 일단 두고 보겠지만 계속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협 집행부는 의협의 독자성과 주체성을 알리기 위해 5160만원의 예비비를 들여 전문가에 CI 디자인을 의뢰·제작했으며 회기, 공문, 대외홍보자료 등 의협이 사용하는 모든 문건 및 사안에 활용할 방침이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