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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도박도 못하는’ 하자, 후회하기 전에 피해야

[병의원 인테리어 ③] 장희숙 숙디자인인테리어 고문


지난 주에 언급한 ‘경험있는’ 업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인테리어 공사가 “올 스톱”된 현장을 방문해보면, 대부분의 경우가 경험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경험있는 업체들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것을 해결하고 마무리를 짓기 때문이다. 좀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진행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애프터서비스, 혹은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 경험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인테리어 공사에 있어서도 일정한 ‘운’이 작용한다. 대부분의 중요한 일은 실력이 좌우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에 의해 결과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최고 수준의 일급기술자가, 최적의 설계도와 최고의 자재로 시공을 한다고 해도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인테리어는 기계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라, 기술자의 손을 하나하나 거친 후에 완성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수원의 한 병원 원장님으로부터 급한 SOS를 받았다. 인테리어 공사 도중에 모든 과정이 스톱돼 더 이상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당시는 벌써 3개월째 아무 진척이 나지 않아 원장님의 속을 탈대로 타버린 다음이었다.

급하게 현장을 방문해 내부를 점검해보니 차마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기배선은 언제 끊어질지도 모르는 얇은 선으로 대충 깔려 있고, 설비는 냉-온수 꼭지만 달려 있을 뿐 온수배관이 아예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예 처음부터 제대로 마무리할 수 없는 상태로 진행이 되다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중단해버린 것이 분명했다.

시공했다는 업체를 알아보니 답이 나왔다. 이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만 그럴싸하게 꾸며놓았을 뿐, 병원 전체를 맡아서 시공한 경험이 없는 업체였다. 전체가 아닌 부분 수리실적만 가지고 전체공사에 뛰어든 것이었다.

이 경우 부분부분에 대한 공사는 어떻게든 처리하겠지만, 전체 병원이라는 틀에서 공사를 진행할 역량이 준비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니 어떠어떠한 문제가 생길지 예측할 수도 없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 큰 틀을 깨지 않으면서 해결할 역량도 생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업체의 유일한 미덕은 ‘가격’이었다. 레퍼런스에서 경쟁이 안되니 턱도 없는 가격으로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이들의 견적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마무리를 지어낼 수 없는 그야말로 덤핑이었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은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진리로 통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

이들은 전체공사를 수주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비즈니스의 기본이라 할 견적내기에도 실패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