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9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학술/학회

“우리도 필수의료…피부질환, ‘피부과 전문의’에게 맡겨주세요”

대한피부과학회,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대한피부과학회가 ‘필수의료’로서의 피부과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피부질환 및 시술은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을 것을 당부했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제22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나는 피부과 전문의입니다


간담회 첫 순서로 을지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피부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피부과 전문의를 피부 주치의로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라면서 2021년 대한피부과학회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국민들에게 피부과 전문의가 되는 긴 여정에 대해 설명 후 피부질환, 미용피부질환 등에 대해 누구에게 치료받고 싶은지 물어본 결과 90% 이상의 응답자가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싶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구분할 수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병원을 갈 것인지 질문했을 때에도 90%이상이 ‘구분할 수 있다면 가고 싶다’라고 대답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구분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에는 약 50% 이상만 구분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분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문의 병원과 비전문의 병원들의 몇몇 간판을 예시로 보여주고 전문의 병원을 고르도록 했을 때에는 정답을 고른 응답자가 30% 이하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피부과 전문의 병원으로 알고 갔으나 피부과 전문의 병원이 아닌 경우가 발생한 것에 대한 원인을 물었을 때에는 ‘피부과라고 적혀 있어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학회는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교수는 “대표적인 것이 간판 표기다. 피부과 전문의 병원은 간판에 빨간색 네모 안에 피부과라는 흰 글씨가 쓰여있다. 비전문의가 피부질환을 진료하는 경우, 의원명 뒤에 반드시 ‘진료과목’이라는 글씨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불법 간판들로 인해 환자들이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진료과목’이라는 글자가 누락된 경우나 어둡게 처리함으로써 전문의 병원처럼 보이도록 착시 효과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한 교수는 “병원 출입구에서 대한피부과의사회 인증 마크 또는 피부과 전문의 자격증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으며, 대한피부과의사회 홈페이지에서 거주지 근처의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검색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 

피부과도 필수의료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우진 교수는 “많은 분들이 피부과를 단순히 미용∙레이저만을 다루는 진료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피부과가 다루는 영역은 단순히 피부 미용에 국한되지 않고, 건선, 아토피, 피부암, 탈모, 진균 감염 등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피부과는 단순한 미용 진료과가 아닌,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진료과”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피부암인 흑색종은 초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데, 피부과 전문의가 이러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 환자의 생존률을 높인다는 것. 또 피부병변을 통해 전신루푸스, 폐암 등의 중증질환을 진단하고 협진을 통해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도 피부과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 밖에도 점, 상처, 티눈 등으로 오인될 수 있는 피부 병변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습진이나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중증질환의 초기증상일 수 있음을 인지해 정밀검사를 토해 조기진단과 치료를 제공한다”면서 “피부과는 타 진료과와도 긴밀하게 협력하며 필수의료를 제공한다. 피부 병변은 종종 전신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때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현재 근무 중인 병원에서도 피부과 환자 중 미용치료 외 다양한 피부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지난 해에만 약 1만 1000명에 이른다. 이는 피부과가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의료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피부과 질환에도 죽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중증질환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피부과 의사는 이러한 중증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핵심적 전문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피부과도 필수의료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피부과 의사 사칭에 대한 문제점 및 대처방안

전북대학교병원 피부과 윤석권 교수는 피부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연구결과를 토대로 피부과 의사 사칭 현실에 대한 문제점과 대처방안을 주제로 설명했다. 

윤석권 교수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자신을 피부과 의사로 속여 피부과 관련 진료를 하는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유튜브, 블로그 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신을 피부과 의사로 사칭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잘못된 진료를 받고, 피부 관련 시술이나 치료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부과 의사라고 속이고 유튜브 활동 △진료과목 표기 위반 △허위경력 △명함 및 처방서 사칭 등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피부과 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부과 의사라는 점을 내세워 운영되고 있는 유튜브 계정에 사칭 지양을 촉구하는 댓글이 달리면, 잠시 댓글 기능을 닫아놓기만 하는 경우가 발생됐다. 또 검은색 배경의 간판에 ‘의원’ 등의 글씨를 검은색으로 작성하거나 야간에 간판의 불을 일부 글자에만 들어오지 않게 해 환자들로 하여금 피부과로 착각하게 하는 경우도 발생됐다.

특정 대학의 외래교수로 근무한다는 등 의료진 당사자와 관계없는 허위이력을 게시하는 경우, 명함을 이용해 피부과인 것처럼 거짓 표방하거나 환자에게 부전공했다고 하거나 타과 전문의임을 숨기고 그냥 전문의라고 하는 경우도 지적됐다.

또 사칭으로 인한 피해 사실로는 피부과 비전문의에게 필러 또는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받았을 때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레이저나 필러 후 화상, 피부괴사가 발생하거나 피부암 진단이 지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대부분의 피부과 의사들은 이러한 미용 일반 의사들의 사칭 행태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약 76%의 피부과 의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부과의사로 환자를 속이는 이유로 △낮은 의료보험 가입으로 인한 열악한 의료비 △환자를 고려하지 않는 생각 및 행동 △무한경쟁의 의료환경 등이 나왔으며 △피부과학에 대한 체계적 지식이 없어 너무 쉽게 진단하거나 시술하는 경향이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달했다.  

피부과 의사 사칭 경험 시 대처방법으로는 “응답자 3분의 2가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방법의 제약으로 못했다고 답했으며, 60%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와 교육을 실시한 경험이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연구에서는 피부과 의사 사칭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나왔다. 윤 교수는 “피부과 의사가 아닌 의사들이 피부과를 사칭하지 못하도록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가운데, 미용의원∙사칭 의사에 대한 정부의 단속 강화와 전문의를 구분하는 방법을 환자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답변이 도출됐다.”고 했다. 

끝으로 “피부과 사칭 문제는 의료계 전반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 때론 언론에서조차 미용 의원을 피부과 의원으로 잘못 보도하는 사례가 있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피부과 의사 사칭 문제는 전체 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조치와 함께, 의료계와 환자 모두가 함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피부과 오진 및 치료 부작용 사례


마지막 순서로 조선대학교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는 비피부과에서의 오진 및 치료 부작용 사례를 공유했다. 

나찬호 교수는 “피부질환은 질병부담이 아주 큰 영역이고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비의료인이나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은 의사들에 의해 잘못된 시술을 받아 일어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나 교수는 “피부질환의 치료와 미용치료는 임상 경험과 전문적 의학 지식을 가진 피부과 의사의 정확한 진단, 적절한 치료법 선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비피부과 오진 및 부작용 사례로 개인병원에서 곰팡이 감염증인 ‘잠행백선’이 접촉피부염으로 진단돼 스테로이드 연고로만 치료하다 대학병원에 온 경우, 개인병원에서 곰팡이 감염으로 진단받았으나 정확한 조직검사를 통해 피부접촉부위에 생기는 관찰부 건선으로 진단된 경우, 요양병원에서 지루성 피부염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대학병원에서 옴으로 진단된 경우가 발생됐다고 말했다.

또 사마귀 모양의 모반을 레이저로 치료했으나 악화돼 대학병원에서 기저세포암으로 진단된 사례, 뺨 병변에 뜸치료를 받았으나 대학병원에서 편평세포암으로 최종 진단된 사례, 점이나 검버섯으로 진단받았으나 피부암의 일종인 ‘무색소성 흑색종’으로 진단된 사례, 만성상처에 대해 소독만 해왔으나 조직이 커져 ‘무색소성 흑색종’으로 진단받은 사례도 언급됐다.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미용시술에서도 부작용 사례가 발생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개인병원에서 콧대부위에 필러 시술을 받았으나 혈관사고로 우측혈관 및 운동신경이 침범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심지어는 무허가 비의료인에게 시술받은 경우도 있었다. 나 교수는 “무허가 비의료인에게 필러 시술을 받다가 괴사로 인해 심각한 흉터가 남은 환자가 있었다.”며 “비전문가에 의한 필러 시술 부작용 사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8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1차계획을 발표하면서 ‘미용시장 관리체계구축’의 일환으로 피부과 영역 중하나인 미용의료 영역에 대해 새 규제방안을 제시했다. 의사가 아닌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의료인에게 경미한 미용목적행위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피부과의사회 조항래 회장은 축사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국민의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이 방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피부과와 연관된 잘못된 의료개혁이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긍정적인 변곡점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피부과학회 강훈 회장은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부문은 소위 말하는 ‘피부미용 시술’에 국한돼있다. 그러나 피부과 전문의들이 일하는 영역에서는 미용시술은 일부일뿐, 많은 피부질환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과라는 단어 자체가 폄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학을 전공한 정치인들조차 피부과가 의료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오인하고 있어 우려된다”면서 “학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피부과 전문의’라는 빨간색 라벨을 만들어 차별성을 많이 알려왔지만,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은 것처럼 느껴진만큼 앞으로 더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한 ‘피부건강의 날’은 대한피부과학회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피부 건강의 중요성과 피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올해 피부건강의 날 주제는 ‘피부과 전문의가 국민의 피부를 지킵니다’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