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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5대병원장에게 올리는 진료현장 지켜달라 호소문

존경하는 BIG5 병원장님들께. 

갈수록 좁혀질 기미는 사라지고 도리어 극으로 치닫는 의료현장 속에서 우리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의료현장을 이끌어가시느라 애쓰고 계실 병원장님들께 진심으로 거듭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이자 ‘샤르코-마리-투스’라는 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자 김재학입니다. 

우리 80만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과 200만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을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 손글씨에 담아서 진심으로 전하고 싶지만, 저는 수십 년의 투병으로 손이 불편해 부득이 이렇
게라도 호소하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다양한 언론매체를 통해 우리 환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리고 국무총리님과도 만나 현재의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기도 했습니다. 

의료계만 만난다는 소식이 있을 때마다 매번 기대했다가 절망하던 우리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총리께서 BIG5 병원 원장님들을 만나신다는 소식에 거는 기대는 정말 컸습니다.

저희 희귀질환 환자들은 대부분이 5대 병원에서 진료받기 때문에 투병생활 전부와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접한 소식은 우리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에게 늪에 빠지는 절망이 되었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교수님들마저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을 조정한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이렇게라도 병원장님들께 각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을 붙잡아 달라고, 설득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우리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합병증, 2차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 정도이고, 이마저도 모두 국내에서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치료 접근성이 매우 낮습니다. 

나머지 95%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주로 대증적인 치료를 시행하며 경과를 관찰해 시기 적절한 수술이나 처치 등을 해야만 합니다. 

질환의 특성상 동일 질환의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1차 또는 2차 의료기관에서는 가벼운 증상치료나 처치조차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환자들은 희귀질환 진료 경험이 많은 ‘BIG5’ 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희귀질환 환자들은 전공의보다 교수님을 통해 진료나 수술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적었지만,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교수 사직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두려움과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간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애써오시며, 환자들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셨던 희귀질환 진료 교수님들마저 혹여 건강상 문제나 외압 등 외부의 다양한 상황들로 인해 자리를 떠나게 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되기도 합니다. 

이미 환자들의 외래진료와 수술·항암치료 등의 일정이 미뤄지고 있음을 속속 전해 듣습니다. 

환자들이 이토록 무력하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다니요!!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이 더 길어져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순간, 이후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생기거나 생명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날이 올까 봐 두려움에 떠는 날들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원장님들께서는 잘 아시는 사실이겠지만 특히나 희귀질환은 다른 질환에 비해 교수님을 이을 전공의 세대 양성의 필요성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희귀질환이 대를 이을 의료진이 없어서 환자들의 걱정이 큽니다. 

존경하는 병원장님 여러분, 희귀·난치성 질환은 필수의료 중에서도 필수의료이므로 이를 책임지고 계시는 희귀질환 진료 교수님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주십시오.

또한,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도록 우리 환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설득해 주십시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환자들이, 투병 중인 어린 미래 세대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주체가 전공의들임을 병원장님들께서 부모의 심정으로, 스승으로서, 동료로서 끈질기게 설득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불안한 뉴스 속에서 현재로서는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교수님들의 공식적인 약속만이 환자와 가족의 불안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오늘날 상황이 부디 병원장님들의 도움으로 조속히 해결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기대합니다. 

병원을 정상화하는 데 있어서 저희가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저희의 간절함이 의사선생님들께 꼭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 김재학 드림.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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