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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응급의학 전공의 업무상과실치상 형사판결로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시킬 것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에서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업무상 과실치상을 적용한 이번 형사판결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었는데, 이를 예견 또는 회피하지 못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응급실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는 곳이며, 당연히 향후 경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응급진단과 최종진단은 다를 수도 있는 것으로, 응급실에서 완전무결한 최종진단을 하지 못했다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응급의학과 자체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우리 2500명 응급의학 전문의들과 460명의 전공의들은 모두가 범죄자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향후 흉통환자는 무조건 흉부CT를 촬영해야 할 것이고 무조건 입원해야 할 것이며, 대동맥박리를 수술할 수 없는 병원에서는 흉통환자의 응급실 수용을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모든 흉통환자에 대한 CT촬영 지침을 시행해야 할 것이며, 이를 삭감할 경우 심평원을 고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더불어 이번 판결은 단순한 전공의 1년차에 대한 잘잘못이 아닌 응급의료에 대한 사망 선언이며, 필수의료의 붕괴를 더욱 앞당기게 될 것이다. 

응급실의 수용거부는 더욱 심해질 것이며,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떠돌다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으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사법당국에 있다. 

과거 이대목동 소아과 사태와 같이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응급의료현장 이탈이 더욱 늘어날 것이며,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향후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의 운영 또한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를 소생시키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책임지지도 않을 무조건적인 응급환자수용 강제 법안을 즉각 철회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개인의 형사책임 감면과 국가 책임보험 도입 등을 촉구한다.

끝으로 응급의학의사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응급의료전달체계 논의, 응급실 수용거부 금지 논의에서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해결 없이는 더 이상의 논의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논의체 위원직을 사퇴할 것임을 밝힌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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