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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해달라”

기자회견서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 촉구
“사회적 합의에 임신(중지) 당사자들 빼면 안 돼”



최근 59명의 의사, 172명의 약사 등 1856명의 의견을 담은 약업단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식약처는 ‘유관 부서 간 협의’와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안 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모두의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을 촉구했다.

이날 첫 발언으로 의사 이서영 씨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인체에 사용해선 안 되는 세포주가 들어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인보사 같은 위험한 주사제도 도입 승인한 것이 식약처였다. 어떤 신약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돼, WHO마저 도입을 권고하는 안전하고 필수적인 의약품을 도입할 때만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불법 의약품 근절 프레임’으로 일관하며 한국 여성들에게 그나마 안전했던, 해외 비영리 단체에서 보내주는 유산유도제마저 차단해버렸다. 임신 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지만, 유산유도제를 사용하는 것만은 불법적인 일을 넘어서 아예 불가능한 일로 차단돼 있는 꼴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임신 중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유산유도제가 아니라 식약처와 정부다.”며 “모두가 안전하게 스스로 임신과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존엄하게 관계 맺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인권과 건강권을 국가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합의’다. 의료인들은 이 상식이 실현될 때까지 정부 부처들의 제대로 된 답변을 계속해서 요구하며 행동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약사 서은솔 씨는 “이번 진정서에 대한 답변은 여성의 임신 기간이 10개월이 안 된다는 점, 현재 제약회사를 통한 의약품 도입이 불발된 점 그리고 허가조차 어려운 상황 속 처방전 발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무성의한 답변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이 의약품들이 환자에게 미칠 이익과 위험을 고려해 사용을 결정한다. 논란은 많더라도 안전성 유효성 평가마저 면제해 주는 ‘규제 완화 흐름’이다.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미국, 일본, 캐나다에서 이용하는 미프진에 대한 이용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WHO는 임신 중지에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임신중지가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 ‘미프진’의 성분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핵심 방법의 하나로 안내한다. 왜 이런 의약품은 필수 의약품이 되지 못하는지 의문이다.”라는 설명이다. 

또한 “더 이상 비겁한 침묵은 안 된다. 미프진 도입에만 유난히 보이는 퇴협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방해하는 행위다. 더 이상 미프진 도입을 지연시키지 말고 속도를 내달라. 이미 오래 전에 미프진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오진방 씨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안전한 임신 중지에 대한 공공성을,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는 일이다. 소위 말하는 취약계층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해서 힘이 들더라도 낙인 없는 복지 정책을 실현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구호가 아닌 권리 보장으로 가야 하는 것, 안전한 임신 중지야말로 바로 우리 한부모와 미혼모 등 기본 출산 모두에게 기본 권리인 건강권의 시작이다. 보호출산제 논의 중단하고 우리의 건강권을 보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기자회견문 낭독 시간에서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달연 씨가 “식약처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합의’는 임신중지 당사자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안전한 임신중지와 재생사권리의 보장을 요구하는 수많은 시민들은 오래 전부터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임신중지 의료를 제공하는 일선의 보건의료인들도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과 임신 중지 의료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임신중지의 가장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주체들이 한 목소리로 진정서를 제출한 지금의 상황이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면 식약처가 이야기하는 ‘이해당사자간 합의’는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지적을 이어갔다.

이어 “임신중지 최전선의 핵심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합의는 탁상공론일 뿐이다.”라며 “협의가 미비하니 민원을 반려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동윤진 씨는 “식약처는 ‘국가필수의약품’이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기능만으로는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H약품 사태로 보아 유산유도제가 시장기능만으로는 한국에 도입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유산유도제 중 하나였던 ‘미프지미소’를 도입 신청했던 H약품은 신청을 자진 취하한 상태로 다른 제약사들 역시 아직까지는 유산유도제 도입을 시청한 제약사는 없다.”면서 “식약처의 답변서는 시민의 건강권 보장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지닌 식약처가 개별 민간 제약사의 신청 없이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수수방관하고 있음을 스스로 답변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로 시민건강연구소의 김성이 씨는 “외과적 임신 중지가 불가능한 여성의 경우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안전하게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가로막히는 심각한 건강권 침해에 직면한다. 여전히 약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약을 구하거나 병원에서도 효과가 더 좋은 약을 사용하지 못해 대체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불법의약품 근절’ 프레임으로 일관할 뿐 정작 정부의 책임 방기로 국내 미비한 유산유도제를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 유산유도제를 둘러싼 이 모든 논쟁에서 건강권 보장에 나서야 할 정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여전히 임신 중지를 공중 보건과 권리의 차원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과거의 굴레를 정부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