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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대구 전공의 피의자 전환, 필수의료 붕괴 가속화”

3일 의협 기자회견 열고 피의자 전환 비판…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등 요구

대한의사협회가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전환에 대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전공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라며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올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숨진 10대 사건과 관련, 현재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 A씨는 응급의료법 위반(정당한 사유없는 수용 거부) 혐의가 적용돼 피의자 신분으로 결찰 조사를 받고 있다.


3일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구 응급의학과 전공의 피의자 조사에 따른 대한민국 응급의료 붕괴 위기 긴급 기자회견’에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응급의학회 김원 회장,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의협은 기자회견에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합리적 개편과 경증환자 응급실 이용 자제 등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행태의 개선 ▲정부의 정책수립에 있어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 ▲대구의 해당 응급의학과 전공의에 대한 피의자 조사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필수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3월 대구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세계에서도 우수한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 응급실 수용곤란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서울 한복판에서도 응급실 부족 문제로 구급차가 길에서 떠돌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부에서도 응급의료체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여러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과는 동떨어진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도출하기까지는 아직도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했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의학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적법한 전원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그 원인을 잘못 진단해 개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대처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행태에 대해 강한 비판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소위 빅5라 불리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전국에서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응급실 병상이 모자라다는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우며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대구와 같은 응급의료 문제가 발생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응급실 과밀화’를 꼽았다. 현재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치료해야 할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실에 걸어 들어오는 경증환자로 넘쳐나고 있어, 정작 당장 응급의료나 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해당 전문과목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의 이송이 중요한데 현재 이러한 적정 이송시스템이 원활하지 않고,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현실적 여건 상 응급환자에게 배후진료나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응급의료를 제공하더라도 의료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제도적 문제와 법적 미비점 때문이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응급환자에게 신속히 제공돼야 할 최선의 진료가 방해되고,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 사건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던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시스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한 명의 전공의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개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개인의 대처 문제로 몰아가고 치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부적절하고 부당한 조치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응급의료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의 붕괴속도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 낮은 보상, 법적책임 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의료인들이 ‘필수의료 분야’ 를 기피해 필수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에 대해 책임소재 추궁, 피의자 조사, 형사처벌 등이 뒤따른다면 의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 사이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응급의료 기피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끝으로 이 회장은 “의료진이 의료시스템과 현실적 여건에 따라 적법하게 응급상황에 대처했음에도, 결과만 놓고 의료진의 사소한 과오까지 따지고 심지어 경찰 조사까지 받게 하는 것은 의료진을 의료현장에서 떠나도록 내모는 일”이라며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다 함께 힘을 모아 응급의료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강력한 개선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기관에서도 응급의료의 특성과 의료현장의 상황을 감안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