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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비활동 간호사 매년 급증…타직업 전환도 속출

유휴간호사 수, 전체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의 절반에 가까워
병원들 병상 확대와 의료장비 투자에만 나서는 게 주된 원인 지적

현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의료정책 등의 문제로 경력이 단절된 비활동 간호사 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휴간호사 수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전체 간호사 수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세종특별자치도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보다 비활동 간호사인 유휴간호사 수가 더 많았다. 경기도 등 7개 시·도 역시 유휴간호사 수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전체 간호사 수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간호사 면허자 10명 중 1명은 타직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활동 간호사 수는 2018년 10만 2420명에서, 2019년 10만 4970명, 2020년 10만 6396명으로 매년 2.5%포인트 가량 증가해 3년 새 3976명이나 늘어났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30~39세가 3만 168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49세 2만 5019명, 29세 이하 1만 5398명, 60~69세 1만 4862명, 50~59세 1만 3653명, 70세 이상 5784명이었다. 남성과 여성은 각각 2415명(2.3%)과 10만 3981명(97.7%)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추정할 경우 올해 유휴간호사 수는 12만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22만 5462명, 2020년) 수 대비 유휴간호사 수는 그 절반(47.2%)에 가까웠다.


이를 시도별로 보면 경기가 2만 5770명(4만3922명, 58.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2만 2005명(5만 4778명, 40.2%), 경남 6731명(1만 4576명, 46.2%), 부산 6607명(1만 8961명, 34.9%), 경북 5546명(9693명, 57.5%), 대구 5337명(1만 2683명, 40.1%), 인천 4529명(1만 2176명, 37.2%), 광주 4432명(9112명, 48.6%), 전남 4297명(8556명, 50.2%), 전북 3905명(7971명, 49.0%), 강원 3813명(6235명, 61.2%), 충남 3191명(6112명, 52.2%), 대전 2980명(7457명, 40%), 울산 2426명(4808명, 50.5%), 충북 2346명(4869명, 48.2%), 제주 1698명(2799명, 60.7%), 세종 988명(754명, 131%) 순이었다(괄호 안은 지역별 의료기관 간호사 수와 유휴간호사 비율).


특히 세종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보다 비활동 간호사인 유휴간호사 수가 234명이 더 많았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의 절반이 넘는 지역도 울산, 경기, 강원, 전남, 충남, 경북, 제주 등 7개 지역에 달했다.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도 타직업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타직업으로 전환한 사람은 모두 4만 4847명이었다. 이는 전체 간호사 면허자의 10.3%에 달하는 수치다. 타직종 근무 면허 간호사 수는 2018년 4만 2480명, 2019년 4만 3493명, 2020년 4만 4847명으로 2년 새 2367명이나 늘어났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휴간호사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은 현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의료정책 등의 문제”라며 “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인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간호인력은 간호보조인력을 제외하면 인구 1000명당 4.4명으로 OECD 평균(9.7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국가들의 경우 간호보조인력이 간호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지 않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4.0명)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아직도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간호보조인력을 간호사보다 선호하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으로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간호행위의 낮은 비중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간호사들의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가 거의 없어 병원들은 간호사를 고용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 크다는 생각에 간호사를 늘리기보다는 병상 확대와 의료장비 등에 대한 투자에만 나선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7개로 OECD 평균(4.3개)보다는 2.9배나 많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병상은 연평균 2.6% 증가했다. OECD 회원국 중 총 병원 병상 수가 가장 적은 국가는 멕시코(1.0개)이고, 가장 많은 국가는 우리나라였다. 의료장비 역시 많았다. 인구 100만 명당 MRI 보유 대수는 32.4대, 컴퓨터단층촬영기(CT 스캐너)는 40.6대로 모두 OECD 평균인 18.3대와 29.1대를 크게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병상 수가 그만큼 많고 의료기관들이 병상 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는 얘기는 간호사들에게 그 만큼 높은 노동강도를 요구한다는 얘기가 된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나라 간호사 1명이 24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5.4명, 일본이 7명, 캐나다는 4명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도 임상간호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