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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협 “현행 의료법, 의사 권리는 적고 의무·제제만 과도해”

의정연, 의사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연구 보고서 발간…
벌칙·자격정지·과태료·시정명령·업무정지·폐쇄명령 등 개별 행위 기준 100여개에 달해

의협이 현행 의료법에 대해 의사의 권리에 관한 내용은 극히 일부 조항만 있는데 반해 의무와 제재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의사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의사에 대한 의무 및 제재 조항들로 점철된 현행 의료법을 개관함으로써 과잉규제 현상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수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의료법상 의사의 권리(또는 보호)에 관한 내용은 3개 조항, 6가지 세부 내용에 불과한 반면, 의사의 의무와 이에 따른 벌칙에 관한 내용은 6개 조항, 약 72가지 세부 내용에 달했다. 나아가 자격정지(1개 조항, 약 40가지 세부 내용) 과태료(1개 조항, 약 20가지 세부내용), 시정명령(1개 조항, 약 30가지 세부 내용), 의료업 정지 또는 개설 허가 취소(1개 조항, 약 17가지 세부 내용)와 같은 행정처분 사유를 더하면 의료인에게는 100여 가지 이상의 의무와 이에 대한 제재가 존재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와 같이 많은 의무와 벌칙이 존재하는 법은 다른 전문직을 규제하는 국내외 법에서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일법으로는 형법을 제외하면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형법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며 “나아가 의료법 외 다수의 의료 관계 법상 의무와 제재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인의 행하는 진료행위와 행정행위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연구진은 현행 의료법에 벌칙 및 행정처분의 사유가 비이성적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지 못하며,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는 등 비효율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로는 첫째, 의료인에 대한 벌칙 및 행정처분 현황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각 조항의 현실적 필요성, 타당성 등을 분석하기 어렵고, 둘째, 의무의 내용, 벌칙 및 행정처분의 대상, 그 수준 등이 과도하게 세분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셋째, 의무의 내용이 법, 시행령, 규칙에 산재돼 있어 유기적인 해석과 체계적인 분석 자체가 어렵고, 넷째, 벌칙 및 행정처분 조항이 개정되거나 추가되는 경우, 기존의 내용을 적절하게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등의 작업이 병행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현행 의료법상 벌칙 및 행정처분 적용 현황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의 축적 및 공유가 필요하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의료인에게 법률 위반 사유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킬 수 있으며, 법률 준수를 통한 환자와 의료인 간의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현재와 같이 의무-벌칙-행정처분 조항을 각각 다른 조항에 규정하고 있는 입법 형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의무위반행위와 벌칙 및 행정처분을 하나의 조항에 체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의료법의 주요 수범자인 의료인이 자신의 의무와 이에 상응하는 벌칙 및 행정처분의 수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단순하고 경미한 행정절차 위반에 대해서는 벌칙을 지양하고, 경고, 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으로 대체함으로써 신속한 시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의료인의 자격정지 사유 중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 ‘비도덕적 진료행위’, ‘그 밖에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는 위임입법의 한계, 명확성의 원칙 관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다섯째,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의 경우, 행정처분 권한을 보건복지장관으로 통일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일한 사유로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와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정지가 함께 적용될 경우에는 두 가지 행정처분의 발효시기를 통일시킴으로서 해당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법적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행정처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행정처분 절차에 관한 세부 규정을 의료법에 신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현행 의료법은 진료 현장을 담당하는 의사들에게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위험성을 감수하고라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어진료를 하게끔 몰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위험성이 크고 노동 강도가 센 필수의료 분야의 기피 요인이 되고 있어서 최근 필수의료 붕괴를 염려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와 같은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의학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결국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으로서 의료법의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국민의 건강을 두텁게 보호함과 동시에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감 있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