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오는 23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심사가 예상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입법 논의 중인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을 예방하고, 의료 사고 시 분쟁 해결의 증거로 활용하기 위함에 있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다른 방법을 먼저 찾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으로 제정될 경우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가 생겨나지 않을지 충분하게 살펴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공감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협의회는 “수술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응급수술 부터 예정된 수술까지 다양한 수술이 이뤄지는 특수한 진료 현장”이라며 “곳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고도로 숙련한 의료진의 팀워크가 필요하며 수술 집중을 방해하는 어떤 환경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자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수술 집도자의 집중력을 흩뜨리고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진의 활동에 방해받는 요소는 단호하게 배격돼야 한다”며 “수술은 고도의 학문적 지식과 숙련된 술기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의료 행위다. 집도자는 누구로부터도 간섭받거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상황에 맞닥뜨려 수술을 실패로 이끌면 안 된다. 수술의 실패는 곧 환자의 불행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CCTV 설치 부작용을 우려했다.
수술과 수술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순한 논리에 근거한 CCTV 설치 주장이 오랜 시간 지속해오고 있지만, 수술실 CCTV 설치가 가져올 엄청난 문제에 대한 이해와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술실 CCTV 설치가 과연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환자가 최고의 의료를 제공받고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듯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 또한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 개인의 질병 치료 수단의 하나인 수술이 과연 공공복리에 해당하는 문제인지도 추가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가는 모든 과정을 ‘공공’이라는 단어로 묶어버리면, 국민의 권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말 것”이라며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할 법 제정이 국민의 권리를 억제하는 도구로 이용된다면, 인권은 사라지고 법에 시달리는 국민이 존재할 뿐”이라고 부언했다.
끝으로 협의회는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을 예방하고, 의료사고 시 분쟁 해결의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입구에 CCTV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법으로 정해야 할 일과 정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해 처리하는 것이 법률제정권을 가진 국회와 정부의 역할이다. 단순히 국민의 감정적 분출에 편승해 무리하게 법제화 시도에 나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반드시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