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의 ‘킴리아’가 CAR-T 치료제로서는 유일하게 림프종과 백혈병에 대해 적응증을 획득했다. 혈액종양 전문가들은 국내 킴리아 허가를 기념하며 CAR-T의 고비용 문제 해결에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한국노바티스는 23일 ‘킴리아’의 국내 허가를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가 재발 또는 불응성 성인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DLBCL)에 대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분과 강형진 교수가 소아 및 젊은 성인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의 치료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원석 교수는 “CAR-T 세포 요법은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재발 또는 불응성 DLBCL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타깃에 결합하고 T세포를 활성화해 신체 내에 머무르고 증식할 수 있는 구조로, 신체내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가 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기존 항암제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흔한 백혈병과 다르게 제일 많은 것이 DLBCL”이라고 언급하며, “2000~2500명의 환자 중 800명 정도가 표준 치료를 받고도 재발한다”며 “재발하게 되면 예상 수명이 길어도 6개월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고 그간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킴리아의 CAR-T 세포 요법 등장은 이러한 기존 치료의 한계를 해결해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이전 치료에 실패해 치료가 어려운 DLBCL 환자에서 12개월째 52%의 전체 반응률과 65%의 무진행 생존률을 보였다. 완전관해 도달 환자에서 생존율도 12개월에 90.6%, 24개월차에 75.4%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포를 조작해 치료할 수 있게 된 현실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비용과 안전성, 세포 유지 문제 등을 고민하기도 했다. 특히 고액의 치료제 비용에 대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큰 문제’임을 꼬집었다.
한편 서울대병원 강형진 교수는 소아 및 젊은 성인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ALL 임상 데이터 분석과 함께, 킴리아 허가가 남겨놓은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ALL은 소아 백혈병의 80%, 청소년 백혈병의 56%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고, 대부분 표준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일부 소수 환자에 대해서는 치료에 대해 반응이 없거나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재발성·불응성 환자가 조혈모 세포 이식 등 2차 치료에도 실패하게 되면 기대 수명은 단지 6개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LL에서 기존 치료요법으로 사용되던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은 탈모, 불임 등의 부작용 가능성을 늘 안고 있었다. 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82%의 환자가 완전 관해를 보인 ‘킴리아’라는 치료 옵션의 등장은 ‘의미있는 일’로 언급했다.
ALL 임상 데이터 연구인 ELIANA에서는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일본 등 25개 연구 참여 기관에서 75명의 환자가 킴리아 투여를 진행했다.
강 교수는 ELIANA 연구 결과에 대해 “환자의 82%(95 CI, 72%-90%)가 투여 3개월 이내로 완전 관해 또는 불완전 혈액 수치 회복을 보이는 완전 관해에 달성했고,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98%가 미세잔존질환에 대해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어 생존기간에 대해 “6개월 시점에서 무사건 생존율은 73%였으며, 전체 생존율 중앙값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설명했다.
킴리아는 이처럼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돼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제다. 하지만 킴리아의 비용적 측면의 한계 또한 깊게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다.
CAR-T 요법은 먼저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비롯한 백혈구를 분리하고, 바이러스 백터를 사용해 특정 항원을 발현하는 암세포 등을 인식하도록 유전적으로 암호화시킨 것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로 진행된다.
이런 전체과정 시행과 세포 품질 검사 등으로 발생되는 비용으로 인해 약가는 무려 5억원에 달한다. 강 교수는 “이는 일반 가정에서 부담하기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이기 때문에 외국의 경우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고 추가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 교수는 국내에서도 킴리아에 준하는 약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치료를 위한 대부분의 것들이 외국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서 건강보험 재정의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환자’의 치료를 위해 “고가의 약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 주도’의 약 개발에서 ‘병원과 연구소 주도’의 개발으로 흐름이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과 연구소 등지에서 개발한 기술을 각 제약사로 이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를 통해 국민들의 약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신약 개발에 있어서 안전성이 강화될수록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적정 수준의 안전성 보장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지원도 고려돼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