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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편견에 시달리는 뇌전증 환자, 정부 지원 정책 절실”

신원철 교수 “인식개선과 법률제정으로 환자 권리 보장해야”
손영민 교수 “낙인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 필요”

뇌전증 환자가 발작 등 질병의 특성상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고, 낙인과 차별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조기에 이를 치료하고 정부가 이들의 지원 정책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 세계에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뇌전증 환자의 권익 신장을 도모하고자 제정된 ‘세계 뇌전증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와 포럼이 9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포럼의 첫 발표자로 나선 경희의대 신원철 교수는 “뇌전증은 유아 때 유병률이 높고 청년기에 감소되다가 노년기에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뇌전증으로 인해서 장애가 생기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유아 때와 청년 때에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어릴 때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장애와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의료진 부족, 치료약물 부족, 사회적 편견, 가난, 뇌전증 치료의 낮은 우선순위 등으로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 있어 일반사람보다 조기 사망률이 3~6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뇌전증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대중교육이 필요하고, 뇌전증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낙인을 해소해야 한다”며 “인식개선과 법률제정을 통해 환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함으로써 낙인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뇌전증 환자가 더 있을 것이지만 등록된 뇌전증 환자는 7000명에 불과해 뇌전증 환자 등록 사업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손영민 교수는 “뇌전증 장애는 다양한 뇌병변 현상의 범주 안에 있는 것에 비해서 절대적으로 등록률이 매우 낮다”며 “앞으로 뇌전증 장애 등록사업부터 신경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손 교수는 “뇌전증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뇌전증 장애 또는 뇌전증과 함께 다른 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 해당 시설로부터 거절당하거나 입소하더라도 일정 기간만 이용 후 다른 시설로 이원해야 하는 이중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장기간의 유병기간과 집중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정부지원과 견주어 봐도 뇌전증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고, 현재 정책 우선순위에 완전히 배제돼 있어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정부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는 대표적 장애유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뇌전증 환자 자신들에게도 뇌전증 관련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뇌전증 장애제도의 개선 및 현실적·경제적·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질적 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론적 접근을 통해 뇌전증의 낙인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도 뇌전증 환자의 권익 신장 및 사회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뇌전증협회 김흥동 회장은 “뇌전증 환자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우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편견이나 차별 없이 함께 누리며 사는 세상, 뇌전증을 겪는 아이들이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으로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바뀌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홍승봉 교수는 뇌전증지원센터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홍 교수는 “뇌전증 환자에 대한 편견 개선을 위해 라디오 및 전광판 공익방송, SNS 등을 통해 뇌전증 바로알기 캠페인 활동을 해왔고, 최근에는 세계 뇌전증의 날을 맞이해서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 병원에 배포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국 학교와 관련 시설에도 포스터를 배포해 학생들이 뇌전증에 대해 바로 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상암 교수는 뇌전증 바로알기를 위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교육자료 확보인데, 아직까지 교육자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효과적인 교육자료인 동영상의 제작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며 “대한뇌전증학회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마련해주신다고 해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초등학교 교사나 학생을 대상으로 전체적인 교육지원을 더 신경 써주신다면 여러 방법 중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0~5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미국은 340만 명에 이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는 6500만 명의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뇌전증 진단을 위해 시행되는 신경심리검사의 경우 치매, 경도인지장애 등 유사 신경계 질환에서는 급여로 되고 있으나, 뇌전증은 비급여로 되어 있다.

또한, 레녹스가스토증후군 및 드라벳증후군 뇌전증 환자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에피디올렉스(Epidiolex) 역시 비급여로 책정돼 있어 환자 부담금이 큰 상황.

그래서 뇌전증 환자 단체와 관련 학계에서는 국가가 뇌전증의 예방, 진료 및 연구와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지원, 인식개선 및 차별방지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함으로써 뇌전증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뇌전증지원법’ 제정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에 작년 12월 ‘뇌전증 관리 및 뇌전증 환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의원 대표로 22명의 의원이 참여해 발의돼 국회에서 현재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