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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보사연이 전망한 2021년 보건의료정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강재 보건정책연구실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코로나19가 초래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맞이한 2021년 보건의료 영역의 분야별 전망과 과제를 제시했다. 그 주요 과제는 ▲공공보건의료 역량 강화를 통한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건강성과 격차 완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사업 확대와 건강정보문해력(health literacy) 제고를 통한 의료소비자 지원 ▲단절 없는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구축을 통한 취약계층 보호망 내실화 ▲국민건강보장의 지속적인 추진과 상병수당을 비롯한 새로운 건강보장으로의 외연 확장 대비 등이다. 본지는 최근 공개된 보건복지포럼 2021년 1월호에 실린 윤강재 보건정책연구실장의 ‘보건의료정책 전망과 과제’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공공보건의료 역량 강화


코로나19 유행이라는 공중보건 위기와 지역의료 편차는 모두 공공보건의료가 일차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이다. 2021년 보건의료정책에서 ‘공공보건의료 역량 강화’가 강조되는 원인이다. 역량 강화의 핵심은 ‘확충’과 ‘연계’로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 강화와 지역의료 격차 완화를 위해서는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진단하에 ‘보다 강화된 공공의료체계 확립’을 정책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체계의 중심에는 2025년까지 70개 진료권에 지정될 96개 ‘지역책임병원’이 자리한다.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정될 지역책임병원에는 심뇌혈관질환과 응급의료, 고위험 분만·소아진료, 신종감염병 대응 등 필수의료 영역의 책무가 부과된다.


물론 공공의료기관이 단기간에 모든 영역에서 고도의 역량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고, 한정된 의료자원의 활용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이 권역책임병원-지역책임병원-지역병원-보건소 간 연계체계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한정된 의료자원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보다 촘촘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지역책임병원을 축으로 고난이도의 서비스 제공과 기술 지원을 담당할 상위의 국립대병원, 아급성·퇴원·재활환자 등의 일상생활 돌봄과 만성질환관리를 담당할 하위의 일차의료기관 및 보건기관 간의 수직적 연계모형을 보다 정교하게 구축하고, 연계에 참여하는 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감염병 관리에서는 코로나19의 경험을 반영해 ‘병상’을 매개로 한 연계가 부각될 전망이다.


규모와 심각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감염병 속성상 모든 의료기관에 대유행을 대비한 자원 확보를 일률적·일상적으로 강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감염병 유행에 대비한 일종의 ‘연쇄적’ 반응을 대비하는 체계가 사전에 마련돼 있어야 한다.


감염병 전문병원이 일차적으로 대응하되, 그 수용력을 초과하는 유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근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이 대응하고, 필요하다면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의료기관의 병동 또는 병상 확보에는 해당 기관의 더 많은 자원 투입과 주변기관의 연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당사자 간 사전 협의를 통해 감염병 유행 단계별로 지역 내 병상 활용 계획을 세우고,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합리적으로 보상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도록 한다.


의료법상 수립하도록 돼 있는 ‘병상 수급계획’에 이를 포함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사료된다.


◇건강증진사업의 외연 확장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이라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점은 여전히 상존한다.


예방 중심의 사전적 건강관리와 건강생활 실천 유도는 2021년에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다만 그 전략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사회환경 변화에 조응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방향성은 2021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P2030)’에도 반영돼 있다. 제4차 계획과 제5차 계획을 비교해 볼 때, 기본적인 목표는 ‘건강수명 연장’과 ‘건강 형평성 제고’로 동일하다. 그러나 이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적 틀에는 큰 변화가 발견된다.


첫째, 정신건강 관리가 별도의 영역으로 독립됐고, 둘째, 질환이 비감염성과 감염 및 환경성 질환으로 구분돼 기후변화성 질환을 포함했다. 마지막으로 건강정보 이해력 제고와 정보기술 등을 활용한 건강 친화적 환경 구축이 추가됐다.


정신건강 영역은 2021년 보건의료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할 전망이다. 2021년을 ‘누구나·언제든지’ 안심하고 정신건강서비스를 받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한 해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학적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이용자들을 위해 정신건강의학을 일차의료의 영역에서 포괄, 일종의 ‘만성질환관리사업’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설계하고,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도 있겠다.


건강증진을 위한 도구로서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보 비대칭’을 특징으로 하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올바른 정보의 선별과 활용은 합리적인 의료이용뿐만 아니라 의료소비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이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선별하며 이용하는 수준, 즉, 건강정보 문해력(health literacy)은 높지 않다. 국민들이 많은 정보를 얻는 경로에 신뢰성 있는 채널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되, 정보소비자 대상자별 맞춤형 교육을 발굴, 건강정보문해력 역량 제고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절 없는 의료서비스 제공과 취약계층 보호


코로나19는 의료서비스의 이용량 측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년 대비 0.3% 증가율을 보이는 데 그쳤고, 진료를 받은 인원과 내원일수 역시 전년 대비 각각 3.5%, 12.0% 감소했다.


재정 측면에서만 본다면 의료이용량 감소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것이 의료서비스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대상자들에게서 공백이 생겼음을 의미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단절 없는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과제가 존재하겠으나, 코로나19의 경험에 근거해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기술을 활용한 공백의 메움이다.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해 ‘대면진료’를 보완하기 위해 한시적인 전화상담과 대리처방이 허용됐다. 비대면(언택트) 환경은 취약집단 돌봄의 사각지대에 대응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지역보건체계의 역량 강화와 역할 재편에 대한 고민이다. 거미줄처럼 구축된 지역보건체계는 코로나19 방역망의 근간을 이뤘다. 그러나 1차 유행의 위기를 넘기기까지 코로나19 대응 이외의 모든 보건소 사업이 정지됐다. 보건소 인력확충과 기능 재편 과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뤄질 때로 사료된다.


◇국민건강보장의 확대


보장률 정체의 원인은 다양하나 비급여 본인부담 관리의 어려움은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2021년은 계획된 비급여의 급여화 일정 준수와 함께 비급여 관리 정책을 좀 더 포괄적인 차원에서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비급여 관리에서 보장성 강화 또는 경제적 부담 완화 측면은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여기에 의료서비스의 질과 안전성, 지출 효율화 등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제기된 국민건강보장의 확장에 매우 중요한 변화가 예견된다.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를 정착시키는 제도로서 상병수당 제도가 공식화되는 것이다.


상병수당에 건강보장의 성격만 포함돼 있지는 않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유급병가 등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이 함께 고려돼야 할 주제다.


그렇지만 건보법 상 보험급여 중 부가급여의 일종으로 상병수당 실시가 임의조항으로 규정돼 있고,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상병수당의 출발점이 ‘질병’이기 때문에 제도 설계와 시행에서 건강보험에는 어느 사회보장제도보다 의미있는 역할 수행이 기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예정된 ‘한국형 상병수당’ 연구를 통해 다양한 쟁점과 기존 제도와의 정합성, 제도 설계 논의가 이뤄지겠지만, 국민건강보장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건강보험의 역할과 기능은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이다.


끝으로 윤강재 보건정책연구실장은 “다루지 못했으나 코로나19가 한국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보상체계의 결합,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마스크와 백신과 같은 방역물자의 배분 등 2021년 과제는 더 폭넓고 다양하다”며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한국 보건의료에 주고 있는 새로운 시각들에 대해 사회가 함께 고민하며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출발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2021년도 역시 ‘코로나19의 해’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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