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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코로나19, 보건의료체계 무엇을 변화시켰나

언택트 환경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이용 변화 등

코로나19가 한국보건의료체계 변화의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with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과제들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의 한국보건의료체계의 변화와 과제(윤강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자는 최초 확진자 보고 이후 현재까지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보건의료체계의 주요한 변화로 ▲언택트 환경으로 형성된 보건의료서비스 공급과 이용의 변화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공공보건의료 강화 필요성 등 ‘공공(public)’의 부각 등을 꼽았다.


언택트 환경으로 형성된 보건의료서비스 공급과 이용의 변화


그간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대면’을 통한 전달을 근간으로 제공돼 왔지만 코로나19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감염에 대한 공포로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는 전년 대비 0.3% 증가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3년간 평균 증가율이 9.5%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9.2%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진료를 받은 인원과 내원일수 역시 전년도에 비해 각각 3.5%와 12.0%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인한 감소는 모든 의료기관 종별에서 공통적이지만, 그 폭은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30병상 이하’로 규정되는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 보건기관(보건소)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의료 이용량의 갑작스러운 감소는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는 공백과 단절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는 의료진 및 환자의 안전 보장(감염 방지)과 적정 의료서비스의 제공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중첩되는 상황임이 감안돼야 한다.


감염병 확산 방지와 의료서비스 제공의 연속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한시적으로 전화상담과 대리처방이라는 비대면진료를 허용했다. 전형적인 ‘원격의료’ 또는 ‘원격진료’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이용의 근간이던 대면진료를 제한적이나마 대체하는 진료 유형이 현실화·구체화되었다는 점에서 그 함의가 작지 않다.


코로나19는 일차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으로 경험한 진료 공백, 재택의료를 비롯한 비대면 서비스 공급·이용 방식으로의 변화, 일차의료의 위기 등은 코로나19 상황을 계기로 한국의료전달체계에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법률 등에 의해 정해진 의료기관의 분류는 병상을 중심으로 한 ‘종별’ 체계이다. 분류 자체가 의료기관의 규모에 따르는 경향이 강하고, ‘종별 가산’이란 용어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보상체계 역시 규모와 높은 관련성을 가지기 때문에 대형화를 위한 과다 경쟁을 유인하기 쉽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은 종별 분류를 지양, 기능과 역할에 따른 분류로 재구성하고 각각의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협력·연계에 따른 보상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공공보건의료 강화 필요성 등 ‘공공(public)’의 부각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경제발전과 생활수준 개선, 효과적 공중보건정책 등으로 급성전염병 퇴치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인구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질병 정책의 핵심 과제가 ‘급성전염성 질환에서 만성질환대응’으로 대체되기 시작해 보건의료 정책의 중심축은 공급체계의 효율성과 비용대비 가치, 성과 연동 등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환자의 규모, 위험의 전파력, 위험의 범위 측면에서 각각 ‘대량·단기간·전국’에 해당하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보건의료 정책에서 후순위에 위치해 있던 ‘공중보건’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켰고, 그 대응 기제로서 ‘공공의료’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게 됐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확산 당시 감염병 대응 공공보건의료기관 인프라 구축에 대한 아쉬움이 지적됐다. 예를 들어 2017년 2월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같은 해 8월 조선대병원이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에 대한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로 봐야 할 것이다.


호남권 이외 지역에서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역시 그동안 지체되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2개소(중부권 및 영남권) 신규 지정이 확정돼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됐다. 또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이 명시하고 있는 감염병 전문병원과 지역사회 책임의료기관의 연계·협력 역시 책임의료기관 지정 자체가 늦어지면서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원의 효과적 활용에서 지역 간 연계,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의 연계는 가장 기본적인 기제이다. 이런 측면에서 권역의 병상 공동 활용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공-민간 연계 역시 자원의 효과적 활용 측면에서 중요한데, 특히 민간 영역에 공익(public interest) 달성이라는 역할을 부여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보상체계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사후 보상에 집중된 시야를 선제적 투자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부여와 측정으로 넓혀야 한다. 2개소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예산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현실화된 점은 성과와 더불어 한계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감염병대응=손실=국가 등 공공보건의료기관만의 대응’이라는 도식을 지양하고 선제적 대응 투자가 더 큰 사회적 비용 발생을 예방한다는 객관적 근거 마련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연구자는 “코로나19가 제시한 변화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그 교훈을 얻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의미임과 동시에 한국보건의료체계가 직면한 변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 극복에 주력해야 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위기요인에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한국보건의료체계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