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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야심찬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 실행력·연속성 우려

서울의대 김윤 교수 “정크펀드 수준의 계획” 평가절하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 “지역책임병원, 중소병원 생존율 담보 의문”


보건복지부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작년 12월 내놓은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의료계와 관련 학계의 우려가 쏟아졌다.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계획 실행을 담보하는 일정이나 예산, 제도 등을 명확하게 구체화한 게 없어 내용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이번 정부에서 만들어진 계획이 다음 정부에서까지 연속성을 갖고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와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이 공동으로 8일 온라인을 통해 ‘제1회 공공의료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나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 반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내놓은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이 계획을 소위 주식이나 채권에 비유한다면 ‘정크펀드 수준’의 계획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김 교수는 “2022년까지 1단계로 늘어나는 병상은 1700병상밖에 되지 않고 그 이후에 신축하거나 증축하는 계획은 다음 정권에서나 이뤄질 계획”이라며 “만약 올해 예산에 신·증축 관련 예산이 포함돼 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면 정부의 계획을 일정 부분 담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정부에서 만들어진 계획이 다음 정부에서 성공적으로 이어져 연속성을 갖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정부의 계획을 신뢰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사실 이번 계획은 지난 2018~2019년에 발표된 적이 있는데 내용적으로 발전돼 왔지만, 이전에 발표된 내용도 거의 실행된 게 없다”며 “지역책임의료기관이나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일부 지정하기 위한 노력과 소액의 예산 지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약속한 규모에 비하면 대단히 미미한 예산의 증액만이 있었을 따름이다”라고 평가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해선 “의과대학 증원 해결을 위해 증원 규모를 정해서 교육부에 2월 내에 통보해야 내년에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을 뽑을 수 있게 된다”며 “과연 올 2월 안에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해 정부와 의사단체 협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번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료체계 강화 계획에 대해 ‘원점에서의 회귀가 아니다. 의사단체에 백기투항한 것이 아니다’라는 정부·여당의 말은 사실상 백기투항이었던 것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3년 넘게 정부·여당이 공공의료, 지역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반추해보면 지금 말했던 것과 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부족한 인력과 재원, 국립중앙의료원 역할

의료계도 정부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우려하는 지점은 크게 재정과 인력 두 가지였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지방의료원에 시설이나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의협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래서 지역공공병원을 확대해간다는 점은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과연 정부가 그럴만한 재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성 이사는 “지역책임병원을 지정해 시행한다고 할 때 중소병원의 생존율을 담보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지역 중소병원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반대가 치열할 것이고 지역책임병원과 상급종항병원 간의 갈등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필수의료를 강화시키는 과정에서 진료권 설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도 정부 정책 대비 부족한 예산을 문제로 꼽았다. 

조 회장은 “재정이 얼마나 계획될지 모르겠지만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공공보건의료기관 확대만으로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정부의 지방의료원 3개 신축 계획에 대해선 “사실 현 정부에서 이걸 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예 통 크게 지자체별로나 권역별로 하나씩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단계적으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왜 이렇게 미미한 계획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이번 계획에 지방의료원 인력 수급 대책이 빠진 것을 문제 삼았다.

조 회장은 “의정협의체에서 의료인력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는데 지방의료원 입장에선 ‘기승전인력’이라고 할 정도로 인력이 중요하다. 인력계획이 없는 계획은 무의미하다”면서 “인력이 없는데 400병상 병원을 지은들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간호사 이탈로 코로나19 환자를 보지 못하는 상황인데 대책이 안 보인다. 다 뒤로 미뤄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게 과연 가능한 계획인지 모르겠다”며 “파견 간호사들에 대한 인건비 책정 문제와 같이 이런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정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지방의료원 인력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또 “의협이나 병협 등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을 모아나가는 게 순탄치 않을 것 같은데 잘 정리해나갔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만들어내는데 의협이 답답할 정도로 진도가 안 나가고 있어서 해결돼야 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국립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과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원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처럼 교육부에 소속된 국립대병원을 어떻게 할지 논의도 안 된 상태에서 공공의료체계 거버넌스를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진용 소장은 “현재의 계획은 좋지만 정책 계획이 허리에만 집중돼 있어서 국립대병원의 욕망을 잡아주지 못하고, 나머지 상급종합병원의 역할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어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이 강화됐으면 한다”며 “지금의 양 중심의 발전 방향에서 질 관련 계획이 빠져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제공하는 의료의 질은 상급종합병원 수준이 돼야 하는데 각종 지표를 보면 1등급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정합의 이룰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정부는 공공의료와 관련된 전체적인 그림과 계획 마련에 대해 각계와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혁신TF팀 유정민 팀장은 “지난해 코로나19를 대응하면서 기본적으로는 전체 의료자원 관점에서 골든타임 확보가 필요한 중증·응급 기능을 어떻게 갖춰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서 신속하게 병상을 공급할 수 있었던 자원이 지방의료원과 국공립병원이었다”면서 “공공의료체계라는 부분에서 전반적인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병원을 어떻게 갖춰나가고 공공병원답게 일할 수 있는 있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이 대책을 마련할 때 어려웠던 점이 공공의료 개념을 어디서 어떻게 접근할지 방향들이 다르다는 것이었다”며 “그래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료 자원을 잘 활용하면서 필수의료의 여러 가지 부분을 지역차별 없이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한 인력, 인프라, 재정 등은 다 같이 연계해 개선해 가야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인력에 대해선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된 여러 대책에 청사진이 붙었으면 좋았겠다라는 부분도 있다. 다만 그전에 전체적인 그림과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각계와 소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작년 경험을 통해서 절실히 느꼈다”면서 “올해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과정을 같이 하려는 계획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의료인력이 보람있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과 지역 환자들이 보다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최대한 합의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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