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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어려운 희귀암 치료, 희귀암의 바른 정의와 분류부터”

암정복포럼, 희귀암 환자 치료 난제 해결책 제시
희귀암에 대한 관심과 논의과정 필요성 대두


표준치료 가이드라인 부재, 의사 개인적 경험의 부족, 보험적용의 문제들이 국내 희귀암 환자 치료의 난제로 꼽히고 있다. 또 희귀의약품법이 제정된 이후 희귀의약품 승인 건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높은 연구비용 및 낮은 투자수익 등은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암센터 암등록감시부 홍세리 선임연구원은 20일 ‘희귀암 임상연구 및 치료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온라인으로 열린 제72회 암정복포럼에서 희귀암 환자 치료 난제 해결을 위해 희귀암을 바르게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세리 선임연구원은 환자와 의사, 연구자별로 희귀암과 관련해 겪는 어려움으로 “환자가 희귀암에 걸리게 되면 진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치료법을 아는 의사를 만나기도 어려우며, 치료를 위해 외국까지 멀리 떠나야 할 수도 있다”며 “의사의 경우에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희귀암은 잘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질환의 예후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고 치료의 훈련이나 경험이 없으며, 문의 또는 의뢰할 전문가를 찾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자도 질환의 치료 가능성이 있는 약제에 대한 정보가 없고 연구(약제 개발 및 검증)를 위한 동물·세포모델이나 암 조직·환자의 샘플이 부족하기 때문에 희귀암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시장의 범주 자체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유인동기가 부족해 희귀암의 연구나 개발이 더뎌지는 것이 실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이 종양전문의를 대상으로 희귀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운 점과 해결책에 대한 설문조사 연구를 시행한 바 있다. 밝혀진 바로는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의 부재(246명/65.7%) ▲개인적 경험의 부족(274명/65.2%) ▲승인된 치료법 옵션의 부족(167명/39.8%) ▲보험적용의 문제(187명/44.5%) 등이 치료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홍 연구원은 유럽의 ‘RARECAREnet(레어케어넷)’이라는 희귀암 감시 및 연구 네트워크 단체를 소개하며 희귀암의 바른 정의와 분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단체는 유럽에서 발생하는 희귀암 환자 데이터의 수립과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치료를 포함한 희귀암 환자 관리와 인프라, 정책적지지 활동 및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레어케어넷은 암 종별 체계를 3개의 티어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티어1(68개 카테고리)은 전문 분야로 나뉘지 않는 암종끼리, 티어2(218개 카테고리)는 임상 결과가 유사한 암종끼리, 티어3(665개 카테고리)은 WHO 분류명(병리 및 분자유전 기반)과 ICD-O-3(해부학적 부위 및 조직학적 코드)에 따라 암종을 상세히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세 개의 티어 분류 중 무엇을 우리나라에 적용할지다. 또 무엇이 희귀암인지 선정할 때 국내에서는 희귀암이지만 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흔한 암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암이지만 외국에서는 희귀해서 우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치료제 개발의 선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서 여러 방면에서 고려돼야 한다. 아울러 홍 연구원은 “희귀암에 대한 투자나 연구, 개발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국내외 동향을 살펴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티어2를 기준으로 암종을 분류해 희귀암을 선정하지만, 암종 분류 체계가 상당히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티어1 기준으로 정리해봤을 때 훨씬 더 깔끔하게 정리가 되고 국가 차원에서 관리가 쉬운 지표이기는 하다”며 “둘 중(티어1, 2) 하나를 차용할 것인지 아니면 두 개를 융합해 차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과 논의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암종 코드에 기반한 분류법에서 더 나아가 임상적 치료법 및 예후에 따른 재분류, 국내 투자 현황, 연구 및 개발 현황에 따른 분류가 더 있어야겠다”며 “우리나라도 외국과 같이 희귀암에 관심을 쏟고 이러한 영역들에 대한 관리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희귀질환 데이터베이스의 부재

연세암병원 김효송 조교수는 희귀암에 대한 높은 연구비용 대비 낮은 투자수익으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과 더불어, 미국국립보건원(NIH)의 ‘GARD(Genetic & Rare Diseases Information Center)’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에는 희귀질환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비활성화 돼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GARD에서는 환자, 환자가족, 의료인, 연구자, 지역공동체 리더,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연구정보와 희귀질환의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유전자 검사 및 유전적서비스 정보와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 희귀질환 의약품 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질환별로 웹페이지가 구성돼 있으며 웹페이지에 문의하면 정보담당자가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국내 인터넷 포털에 ‘희귀암 치료’라고 검색하면 비의학적인 정보를 접하고 환자들이 그 정보에 노출되어 있으며, 병이 있으면 어디에 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혼란에 빠지고 이는 의사들도 힘이 든다”며 “치료 약제 개발 및 신약 임상연구 디자인을 위한 환자 수 파악이 필요하고, 질병관리청 주도의 통계사업 외 주요 질환별 레지스트리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