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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의료진부터 행정인력까지, 구분 없는 코로나19 스트레스

병원 근무 이유만으로 외부시설 이용거부 경험 38%
박철용 교수 “선제적 대응 통해 스트레스 요인 경감시켜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의료계 종사자들이 극심한 업무와 심리적 압박 환경에 놓이면서 특히 간호사 직군에서 우울, 불안 등의 스트레스 반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확진 환자 병동 근무자나 선별진료소 근무자, 출입구 발열체크 근무자 모두 높은 우울과 불안 지수를 보인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최근 영남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사공준·박철용 교수)이 코로나19 사태 속 의료계 종사자들의 우울, 불안 등의 스트레스 반응을 확인하고, 직부와 부서, 노출 유형이 이러한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대한의학회지(JKM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됐다.


해당 연구조사는 4월 2일부터 10일까지 영남대병원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시행됐다. 해당 설문지는 우울(PHQ-9), 불안(GAD-7), 주관적 위험인지수준(VAS) 점수를 평가하였고, 직무, 근무부서, 노출경로에 따라 분석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우울, 불안 위험군에 해당하는 응답자가 각각 33.3%, 12.5%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 직군에서 우울과 불안 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간호사는 환자 치료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더 밀접한 접촉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감염의 우려도 다른 그룹에 비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도 이 때문에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높은 우울과 불안 수치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근무 장소별 분석 결과로는 ▲확진 환자 병동 근무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근무자 ▲출입구 발열체크 근무자 순으로 높은 우울, 불안 지수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18.5%가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았을 정도로 의료계 종사자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일반 사람들보다 감염의 위험이 더 크며 이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 이는 5월 전국에서 시행된 코로나19 검사 비율이 1.76%라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이 업무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과 감염의 위험이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진 환자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행정직 직군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불안과 우울증이 나타났다. 이들이 의료계 종사자가 높은 감염에 대한 우려 외에도 사회적인 낙인에 대한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병원에서 근무하는 자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야기된 결과로 해석된다.

영남대병원 연구팀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과 불안 감정을 겪는 인구가 느는 시기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감염 예방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계 종사자에 대한 적절한 심리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남대병원 박철용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을 일반인들의 평상시 수준, 다른 나라의 팬데믹 때와 비교해 우리 대학병원 근무자들이 지역사회 대유행 시에 겪은 업무의 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 수준을 가늠하고 평가했다”며 “전례 없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의료진들 정신적 스트레스를 각 직무별, 근무장소별, 코로나19 환자 접촉 수준별로 구분해 수치화, 객관화하고, 요인을 분석한 데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연구결과의 의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 간호사 인력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직에 있는 분들의 불안, 우울 관련 스트레스 지수도 높게 확인되면서 이는 일반 업무 외에 병원 입구 근무나 다른 평소 업무와 다른 업무로의 차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데에서 오는 불안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1차 대유행 당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유로 시설 이용거부를 당하거나 부정적 경험을 겪은 비율이 전체의 38%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교수는 “병원에서는 과중하고 예측 불가능한 업무로 병원 근무자들이 겪는 스트레스 요인을 차단하는 한편, 3~4월과 같은 지역사회 대유행이 예상될 시 유관기관에서도 의료인력 파견이나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의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스트레스 요인을 경감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진 프로그램 운영하는 병원과 정부

병원들은 의료진 소진과 ‘코로나 블루’가 심각 단계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대응책을 강구해 실행하고 있다.

영남대병원은 3월 중순부터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이나 ‘감염병 스트레스 마음돌봄 안내서’를 카카오톡을 통해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또 병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이를 게시해 수시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최근 복지향상팀에서는 코로나19로 지친 교직원을 위한 ‘힐링 캠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 하에 사전 신청을 통해 원하는 글귀를 작성해주는 캘리그라피 프로그램, 경주 남산 문화유적 답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천향대천안병원도 코로나19와 더불어 감정노동에 지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4일부터 6일까지 ‘스트레스 점검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병원 보건관리담당자가 스트레스 측정기를 이용해 교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점검하고 맞춤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측정기는 심장박동의 변화와 분포, 자율신경 균형도 등을 측정하는 의료장비로 스트레스 상태 및 유형 외에도 혈관 건강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문수 순천향대천안병원장은 “강도 높은 감정노동으로 인해 자칫 정신건강을 잃기 쉬운 교직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스트레스 점검의 날’을 따로 지정하고 행사를 열었다”고 개최 배경을 소개했다.

한편, 정부도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과 방역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대응인력들이 힐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10월 29일부터 12월 12일까지 ‘추천 웰니스관광지’에서 치유 프로그램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추전 웰니스관광지는 강원권 4곳, 충청권 1곳, 경상권 3곳, 제주 1곳 등 9개소로,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1박 2일간 체험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인력들이 잠시나마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친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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