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일)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주치의제·원격의료, 현 시스템으론 성공 못 해

김대하, 의사 환자분석·교육·상담 등 가치 인정해야

지역사회 중심의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주치의제를 도입하고, 원격의료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계는 의사의 상담·교육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현 시스템 하에서는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최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역량강화 방안과 디지털 헬스케어’ 토론회가 2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기존 원격의료 추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역사회 일차의료 강화의 필요성과 향후 의료전달체계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강북삼성병원 강재헌 교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강화 방안으로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 도입을 중심으로 발제했다.


강 교수는 “일차 보건의료가 보건의료체계 및 지역사회에 정착·확산될 수 있도록 일차의료 인프라 강화와 일차의료 인력 양성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재정립이 안되는 이유는 일차의료가 전문화된 하나의 분과가 아니라 면허만 따면 할 수 있는 낮은 수준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질 높은’ 일차의료다. 강 교수는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를 소개하고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를 조작적으로 정의하면 의원급 요양기관 중 일차의료 담당 질환 20가지 세부 카테고리 중 최소 15가지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질병을 1년간 최소 12회씩 청구하고(다양성·포괄성), 1가지 세부 카테고리를 60% 이상 청구하지 않는 경우(전문의원 배제)를 말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르면 국내 의원 중 기능적 일차의료 기관은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중 30.6%에 불과하며, 과반수인 54% 의원은 전문의원의 기능적 성격을 가진다(경계성 의원 15.4%).


강 교수는 “당뇨 고혈압 환자가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가 있는 경우 의료이용 지속성이 높으며 향후 심뇌혈관 질환 발생위험도와 전체 의료비 및 본인부담금이 낮았다”며 “하지만 기능적 일차의료 주치의가 있는 국민은 전체의 29.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주치의제 도입을 통한 일차의료 강화는 여러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개인의 과거병력, 특이체질, 사회문화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노인, 장애인에게 더 큰 효과가 있다”며 “또 소외돼 온 지역사회 주민, 학교 학생, 직장 근로자 등 특정 인구 집단의 건강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바람직한 일차의료와 원격의료에 대해 발제했다.


정 사무총장은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주치의제도가 필요한 이유로 ▲노인인구·만성질환 증가에 대한 대안 ▲의료서비스의 분절화로 인한 질 저하 ▲건강 및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의 형평성 ▲보건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보건의료서비스 만족도 향상 ▲보건의료비 지출 안정화 등을 꼽았다.


그는 “주치의제도가 도입되면 국가 보건의료체계 효율성과 형평성이 개선되고, 합리적인 의료자원 이용이 가능해 진다. 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소비자의 부담도 경감될 것”이라며 “노인인구 급증과 만성질환 증가, 감염병 등에 대비한 언택트 진료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의료비 지출 안정화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을 도모하고, 일차의료 속성(최초접촉, 지속성, 포괄성, 조정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의료의 영리화 및 상업화, 오진의 위험, 대형병원 쏠림 가속, 의료전달체계 훼손, 개인정보 이슈 등의 논란으로 추진되기 어려웠다고 언급했다.


정 사무총장은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안전정치를 두고 현실적인 발전방안이 필요하다”며 “초진은 대면진료, 의사환자 간 신뢰관계 형성 후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면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고, 고령화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가 중요하다”며 “감염병 상황에서 고령, 기저질환자들의 감염 예방 측면에서도 꼭 시행돼야 한다. 언택트 시대에서 원격의료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일차의료에 대한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주치의제도 도입을 통해 일차의료기관 지원 등 의료전달체계 유지를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고비용구조가 아닌 기존의 스마트폰 등을 중심으로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당부하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보안 강화, 의료법 개정, 대면진료 대비 의료서비스 품질저하 및 영리의료 전개 우려 해소,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 해결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의료계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김대하 홍보이사는 주치의제도와 원격의료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의사의 환자분석, 상담, 교육 등에 대한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대하 이사는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많은 만성질환 환자분들의 관심은 처방전이 언제 발급되는지가 관심사”라며 “환자가 증상을 자각하고 합병증 생기기 전까지는 본인이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가 주의 깊게 접근하고 검사를 권유해도 시도가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스템이 생긴 이유는 만성질환을 약으로 치료하고 관리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만성질환은 교육, 상담을 통해 의사가 계속 간섭을 해야 잘 관리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진료시스템은 의사가 세밀하게 분석해도 보상이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꼼꼼히 봐드리고 싶은데 여건이 열악하다. 진료를 그렇게 보면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많은 노력이 투입되는데 상담·교육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이런 시스템으로는 만성질환 관리가 어렵다. 환자 입장에서도 중요하지 않고, 의료기관에게도 오랜시간을 투입하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이라며 “속도전에 가까운 현 진료시스템을 질적인 진료를 위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 투자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만성질환 관리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담 교육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시스템 하에서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을 공감하는 것”이라며 “만성질환 관리, 일차의료 강화, 전달체계 개편, 원격의료 등 코로나19로 부각된 것이지 코로나19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10년 이상 논의돼 왔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이사는 “단시간에 몇가지 조치로 바뀌지 않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간 충분한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료계 생각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시고 기회가 있으면 합리적으로 제시할테니 이런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