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도입과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등 4대악으로 규정한 정책들은 협상할 여지도 없다며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아울러 의료계와 협의없는 정책추진을 멈추고 코로나19 중증환자 및 일반환자 진료시스템 구축에 전념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대한의사협회는 6일 오후 ‘코로나19 현황 및 최근 보건의료이슈 관련 협회 입장’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방송에는 최대집 회장, 박종혁 대변인, 김대하 홍보이사 겸 의무이시가 출연했다.
최대집 회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질의에 “오는 24일 건정심 본회의가 열린다. 일단 회의에서 급여화의 원칙이 무시된 부분을 설명하며 절대 불가하다는 것을 피력할 것”이라며 “의결된다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더 이상 논의는 불필요하다. 가장 높은 수위의 대정부투쟁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한 원격의료,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료 설립 등도 주단위로 상황이 변하고 있어 주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일반진료도 벅찬 상황이다. 대다수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고 갈 수 있나”라고 분개했다.
그는 “원격의료도 그렇고 매주 무분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의협과는 단 한번의 상의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논의를 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의협은 4대악 의료정책, 더군다나 감염병 비상상황에서 일방적 추진에 대해 협상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어 “진료에 생명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계에 이런 식으로 가혹하고 공격적인 행위를 해온다면 방어적 차원에서 싸울 수 밖에 없다”며 재차 강조했다.
또한 최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응급환자를 위한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코로나로 비코로나 진료에 장애가 생기는 상황이 이미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만나기도 하고, 기자회견도 열어 이야기했는데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복지부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으로 전이되면 입원할 중환자실이 일주일전부터 서울에 없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진료현장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K-방역만 홍보하고, 추경에도 이러한 내용이 없다.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발생하면 우리는 진료하고 살려내야 하는 입장이라 걱정이 많다. 결국 의사회원들의 죽음으로 막아내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박종혁 대변인도 좋은 제도가 나오면 국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의료인도 직업적 만족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유없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다만 그런 제도는 현장에서 제기되고 개선되는 것이 최선인데 작금은 선후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단지 500억이라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성·유효성·비용효과성이라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의 원칙을 져버리는 문제”라며 “안전하고 좋은 약을 환자에게 써야하는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직업윤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인력 확충도)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다. 양질의 의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숫자만 많다고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원격의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시기에 협의나 검증없이 다른 이유로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김대하 이사는 보장성 강화의 우선 순위, 최근 표준치료제로 각광받는 렘데시비르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대하 이사는 “일각에서 첩약 급여화 반대에 대해 직역간 밥그릇 싸움 정도로 보시는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첩약 보장성을 높인다는데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다만 이로 인해 국가의 도움 절실한,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지원이 미흡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본인의 상황이 되기 전에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급한 환자가 아니라 전체국민의 만족을 위한다는 것이 보장성 강화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이라며 “이러한 사례를 발굴해 홍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렘데시비르에 대해서는 “새로운 물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항바이러스제 중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따져보는 상황”이라며 “클로로킨도 효과가 없는 것이 밝혀지면서 쏙 들어갔다. 렘데시비르 역시 회의적 결과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치료제·백신 개발은 쉽지가 않다. 단기간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대와 실망, 공포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아무리 빨리 개발해도 최소 1~2년은 걸린다. 올해 내에 나올 수 없다. 대중들도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의협은 기자회견에서 ▲표본 항체검사를 지역별로 정기적으로 실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초중고 및 대학교 등교 중지에 대한 검토 ▲중증도에 따른 환자 배분과 전원, 의료인력 분배 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민관협력 컨트롤 타워 설치 ▲최근 완화된 격리해제 기준의 강화 ▲의료기관 폐쇄기준 정비 등 5가지 사항을 정부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