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의 발전은 여러 암에서 경과 향상을 이끌었다. 두드러진 족적을 남긴 곳은 신세포암(RCC) 치료 분야로 나타났다.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순차적 등장으로 현재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두 계열의 병합요법은 황금을 넘어 '다이아몬드 시대'를 불러올 전망이다. 향후 제시될 신약도 새 시대의 도래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다이아몬드 시대를 향하는 RCC 치료분야를 2편에 걸쳐 살펴본다.
MSD 소속 Mauricio Monaco
박사는 최근 서울롯데호텔에서 열린 'AACR-KCA Joint workshop 및 제23차 대한암학회 추계심포지엄'에서
RCC 치료의 발전과정을 소개했다.
Monaco 박사는 “한
연구자는 네이쳐(Nature)지에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며
“RCC 치료 지형을 암흑기(Dark age, 2005년
이전), 현대(Modern age, 2005~2014년), 황금기(Golden age, 2015~2025년), 그리고 다이아몬드 시대(Diamond age, 2025년~)로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암흑기의 치료옵션은 ‘인터페론
알파’ 및 인터루킨 2(IL-2) 등이었다”며 “현대의 옵션은 소라페닙(제품명:넥사바, 제약사:바이엘)과 수니티닙(수텐, 화이자) 그리고 엑시티닙(인라이타, 화이자) 등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로 대변된다”고 덧붙였다.
황금기는 2∙3세대 TKI 및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도래했다. 렌바티닙(렌비마, 에자이)∙카보잔티닙(카보메틱스, 입센코리아) 그리고 니볼루맙(옵디보, BMS∙오노약품공업)∙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MSD)이 주역이다. 다이아몬드 시대는 황금기 약물의 조합과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이끌 전망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RCC 치료경과는 향상됐다. 암흑기의 경우 12개월 전체생존율(OS) 70%, 24개월 OS 30% 수준이었다. 현대 들어선 이 같은 경과가 각각 80%, 55%로 올라갔다. 황금기에는 12개월 OS 90%, 24개월 OS 80%라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Monaco 박사는 “투명세포형
신세포암(ccRCC)에선 VHL 유전자 변이가 빈번히 관찰된다”며 "VHL 유전자 이상은 저산소증유도인자(HIF) 축적으로 이어져 혈관신생을 야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병태생리가 RCC 치료에
새로운 영감을 제시했다”며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VEGF)를 억제하는 TKI 활용의 근거가 됐다”고 부연했다.
또 “RCC는 면역시스템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며 “해당 암종은 종양변이부담(TMB)이 상대적으로 높고, 진행 시 T세포 탈진·억제를 동반하는 양상을 띤다”고 풀이했다.
RCC가 가진 특성은 VEGF TKI와 면역항암제의 조합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다이아몬드 시대의 출발점이라고 Monaco 박사는 정의했다.
이정표를 세운 연구는 KEYNOTE-426이다. 펨브롤리주맙과 엑시티닙 콤보의 효능이 평가됐다. 연구에는 신규 진행성 RCC 환자 861명이 참여했다. 432명은 펨브롤리주맙∙엑시티닙 콤보군에 배정됐다. 나머지는 수니티닙군으로 지정됐다. 펨브롤리주맙 콤보군의 59%, 수니티닙군의 61.7%는 PD-L1 양성으로 진단됐다. 주요지표로는 OS,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등이 측정됐다. 평균추적관찰기간은 약 12개월이었다.
그 결과, 12개월 OS는
펨브롤리주맙 콤보군 89.9%, 대조군 78.3%였다. 18개월 OS는 양 군에서 각각 82.3%,
72.1%로 조사됐다. 펨브롤리주맙 콤보군과 대조군간 위험비(HR)는 0.53으로 집계됐다.
PFS에서도 펨브롤리주맙 콤보군이 우수한 경과를 남겼다. PFS 중앙값은 콤보군 15.1개월, 대조군 11.1개월로 위험비 0.69를
기록했다. ORR은 펨브롤리주맙 콤보군 59.3%, 대조군
35.7%로 확인됐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펨브롤리주맙·엑시티닙 콤보는 올해 미국에서 진행성 RCC 1차치료에 허가됐다.
Monaco 박사는 “펨브롤리주맙
콤보의 효능은 IMDC 기준 저위험군(OS HR:0.64/ PFS
HR:0.81)과 중간/고위험군(OS HR:0.52/
PFS HR:0.67)에서 모두 일관됐다”며 “PD-L1
발현 유무와도 무관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안전성은 양 군에서 유사한 결론을 맺었다”며 “다만 펨브롤리주맙 콤보군에선 ALT 및 AST 증가 비율이 예상외로 높아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펨브롤리주맙∙엑시티닙 콤보는 최근 발표된 16.6개월 추적관찰 결과에서도 효능을 유지했다. OS 위험비는 0.59를 기록했고, PFS 위험비는 0.69로 변함 없었다. 콤보군의 PFS 중앙값은 17.1개월로 늘어났다.
다른 면역항암제들도 RCC 치료에서 성과를 남겼다. 니볼루맙의 경우 이필리무맙(여보이, BMS·오노약품공업)과 함께 쓰여 OS를 개선했다. 다만 효능은 중간/고위험군에서만 입증됐다. 아벨루맙(바벤시오, 화이자)은 엑시티닙과 짝을 이뤄 PFS와 ORR에서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OS측면에선 현재까지 명확한 이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Monaco 박사는 “펨브롤리주맙 콤보는 KEYNOTE-426에서 표준치료보다 우수한 OS∙PFS∙ORR을 기록했다”며 “효능은 환자의 특성과 관계없이 일정하게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이어 그는 "향후 RCC 치료분야에선 펨브롤리주맙·렌바티닙 병용요법(KEYNOTE-581)도 주목할 만하다"며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발견과 연관된 신약 역시 기대주"라고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