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체계 개편 방식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심평원이 추진 중인 ‘가치 기반 심사체계 도입’을 보건복지위원회 이슈 중 하나로 꼽았다.
현행 건단위 심사 방식은 청구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인다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2017년말 기준 심평원 실근무인원 596명의 심사인력이 약 14억건을 처리했는데 이는 1인당 약 250만건을 담당한 셈이다.
이에 대안으로 가치 기반 심사・평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고, 지난해 12월 정부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심사・평가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치 기반 의료는 단기적이고 개별적인 의료 행위별 보상과 이에 따른 결과를 넘어서는, 장기적이고 전체 의료비와 환자 건강상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전환한 개념이다.
빅데이터 정보 분석, AI를 활용한 예측기법 등 최신 ICT 기술을 활용한 포괄적 가치 기반 심사 수행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조율없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입법조사처는 “의료계와의 사전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결과 의료계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편성·집행되고 있다”며 “복지부가 지난 3월 19일 공개한 사업 예산을 보면 약 80억원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책정된 예산은 서버 구매 비용 38억 7900만원, 소프트웨어 구입비용 19억 2700만원, 가치기반 심사지표 및 주제 등 다각적 정보 분석을 위한 응용개발 비용 22억 4300만원 등이다.
입법조사처는 “포괄적인 심사 처리 기능이 부재하고, 월초의 접수 부하로 업무 처리의 품질이 저하되고, 이용자의 불만이 고조되는 문제가 발생하며, 심사시스템 노후화로 성능 보강에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도 “환자 중심·의학적 타당성 중심·참여적 운영방식 중심·질 향상 중심에 초점을 둔 단계적 개편인지 여부를 지속적・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이 요구된다”며 진척사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 의료계는 분석심사 시범사업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의 질 평가라는 명목 하에 심사의 범위와 권한을 확대해 규격화된 진료를 강요하고 궁극적으로는 의료비용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며 “이번 분석심사 시범사업 일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범사업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회원에게 진료비용 삭감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때에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이미 불이 붙은 의료개혁쟁취를 향한 13만 의사들의 정당한 분노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