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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알아야 막을 수 있는데…일 년 돼서야 나오는 자살통계?

자살유가족은 공식 통계조차 집계돼 있지 않은 상태

현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는 실시간 자살 통계가 아닌 이전년도 자살 통계로, 우리나라는 자살 예방에 있어 한발 늦은 근거자료를 활용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찰서 · 소방본부 · 병원 등 유관기관 · 부서의 융 · 복합 추진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한창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한국 자살 현황과 통계의 문제점' 주제로 발제했다.



한 센터장은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14년째 자살률 1위라고 언급되는데,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면서 금년부터 2등이 됐다. 리투아니아 자살률은 10만 명당 26.7명으로 25.8명인 우리나라보다 약 1명 더 많다. 콜롬비아가 OECD에 가입할 예정이지만 콜롬비아의 경우 사망률은 높아도 자살률은 낮다."면서, "당분간 우리나라는 자살률 2등을 유지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예전보다 경제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지만, 12.0명인 OECD 대비 2.2배의 자살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살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대비 2016년 기준 자살률은 6.1명, 자살 사망자는 2,814명 감소했다. 자살률 최저 지역은 서울이며, 자살률 감소폭 최고 지역은 강원도로 조사됐다.

한 센터장은 "이 통계가 다 맞을지는 의문이다. 2013년에 시도별 작은 도시까지 자살률이 세밀히 분석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통계분석에 참석했던 내게 담당자 전화가 왔다. 본 통계에 엠바고를 걸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보고서로만 나온 상태이다."라고 했다.
 
우울증은 여성에게 현저히 높게 나타났지만, 남성 자살률은 36.2명으로 여성보다 2.4배 높게 나타났다. 한 센터장은 "남성의 자살 시도는 더 극단적이며 확실히 죽을만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2015년 대비 2016녀 노인자살률은 상당수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센터장은 "노인 자살의 이유를 분석하면서 노인의 아픈 몸을 적극적으로 돌보고 연금을 지급하자 노인자살률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령에 따라 자살 이유는 각자 다르며, 이유를 알아야 자살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령대별 자살 동기를 살펴보면 ▲10대는 학업의 어려움 ▲20~30대는 왜 살아야 하는지 ▲40~50대는 경제적 어려움 ▲51~60세는 정신적 어려움 ▲61세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을 주로 호소했다.

한 센터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울하다는 얘기를 잘 안 한다. 10년 넘게 같이 일했어도 '나 힘들어'라는 말을 직접 들은 경우는 흔치 않다. 단순히 '나 허리 아파', '나 잠을 잘 못 자'라고 말하며, 갑자기 음주량이 늘어나기도 한다."면서, "서양인의 경우 심각한 우울증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도 우울해서 찾아왔다며 웃으며 얘기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보다는 몸 · 행동으로 얘기하는 게 더 많다."라고 했다.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9.5%)보다 여성 청소년(14.9%)이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하며, 자살 생각 이유는 학교 성적이 40.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 센터장은 "미국 청소년은 이를 굉장히 이상하게 여긴다. 청소년이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그 나라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나라 전체가 성적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2016년 자살유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 간 대화 단절, 상호비난 등 가족관계 악화 ▲대인관계의 단절 · 회피 ▲업무효율성 저하(72.2%) 등 직업 수행에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우울 · 의욕저하(75.0%) ▲불면(69.4%) ▲불안(65.3%) ▲분노(63.9%) ▲집중력 · 기억력 저하(59.7%)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41.7%) ▲불면증(37.5%) ▲불안장애(31.9%) ▲적응장애(23.6%) 등을 진단받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호흡곤란 · 두근거림(59.7%) ▲두통(56.9%) ▲근육통 · 요통 · 전신피로(52.8%) ▲눈 피로 · 이명(51.4%) ▲소화불량 · 복통(43.1%) 등 신체적 어려움도 경험하고 있으며, 자살 사고 발생 후 ▲위염 · 위궤양(29.2%) ▲고지혈증(18.1%) ▲고혈압(8.3%) 등 신체질환을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 센터장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 '나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유명인이 자살하면 나타나는 베르테르 효과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살유가족은 훨씬 더 심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는 ▲사망신고자료의 자살 사망자에 대한 정보 부족 ▲실시간 자살 통계가 아닌 이전년도 자살 통계로 한발 늦은 근거자료 활용 ▲데이터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한 맞춤형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사망원인통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입수된 사망신고서 · 사망진단서를 토대로 작성하는데, 자살 원인, 동반자살 여부, 유서 여부 등 자살 사망자 특성을 파악할 정보가 부족하다. 또한, 사망원인통계는 매년 9월에 보도자료가 발표되며, 12월에 데이터가 제공된다. 즉, 2016년 사망원인통계는 이듬해인 2017년 9월에 보도자료가 발표되고, 동년 12월에 데이터가 제공된다. 이와 더불어 통계조사자 의무, 비밀 보호 등 통계법으로 인해 데이터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청 수사기록의 경우 ▲조사자는 전문인력이 아닌 경찰관으로 ▲수사 목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자살 사망자의 모든 특성을 파악할 수 없고 ▲자살유가족의 심리 · 정서적 상태, 반응 및 대처 확인이 어려우며 ▲표준화된 척도가 없어 일관성 있는 정보 확보가 어렵다.

한 센터장은 "자살 사망 사고는 맞춤형 데이터를 모으는 게 어렵다. 경찰서 데이터, 소방본부 데이터, 병원 데이터 등이 존재하지만 각 기관이 서로 대화를 안 한다. 법원 명령이 있어야 자료를 알 수 있다고 한다."면서, "데이터를 다 모아도 이를 분석하는 데 1년이 넘어버린다. 전국 편의점의 하루 판매 통계는 당일 저녁에 클릭 한 번에 바로 잡힌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통계도 같은 방식으로 가능할 것 같지만 안 된다. 입력한 방식이 다 다르고, 서로 연결돼 있지 않아서다."라고 말했다.

조사자인 경찰관에 대해서는 "경찰관은 자살자 조사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자살자 특성을 잘 알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이라는 말만으로는 우울증이라고 함부로 판단 못 한다. 또, 본인이 바쁘니까 자살유가족에게 난폭한 단어를 사용하여 자살자가 왜 죽었는지를 묻는다."라고 지적했다.

자살유가족은 ▲정확한 통계 수치가 집계돼 있지 않고 ▲연구 · 지원 정책 · 서비스가 미비한 상태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체계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 센터장은 "유가족 현황은 집계조차 돼 있지 않고, 유가족 정의도 어디까지인지 법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자살유가족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 대비 평균 8.3배 높다고 하지만, 이는 외국 통계이다. 특히 자살자가 남편인 경우 16배, 아내인 경우 46배 증가한다."면서, "자살 사망자 한 명당 5~10명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한다면, 자살유가족은 연간 10만 명까지 생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공데이터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자살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한 센터장은 "통계청, 중앙응급의료센터 등 통계를 다루는 기관은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으나 다른 기관은 전문 인력이 부족하며, 데이터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또, 각 기관의 데이터 수집과 고유번호 문제로 인해 데이터 연계가 어려우며, 개인정보 보호 법률로 인해 제약이 많다."면서, "인터넷은 더하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KISO 업무협약에 따라 가입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위급 상황 확인 시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카카오톡, 트위터는 업무협약에서 제외돼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즉, 본 업무협약은 기관 간 협조이며, 상위법에 의한 협조가 아니라고 했다.

이어서 "경찰의 경우 현행법상 자살유해정보로 분류돼 있어 직접적인 개입 · 정보 요구가 어려우며, 지방 경찰청 · 지구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대다수이다. 112 상황실로 신고 시 신고자 · 개입 대상자 위치에 따라 수차례 전원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자살 시도자가 병원으로 안 가겠다고 하면 강제로 데려갈 수 없다. 한 센터장은 이를 상위 규칙에서 정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한 센터장은 ▲유관기관 · 부서의 융 · 복합 추진체계 강화 ▲표준화된 자살신고서 별도 기록지 개발 ▲자살 통계 통합 DB 시스템 구축 · 운영 ▲소방청 자살시도자 별도 등록 · 관리 및 지역 센터 정보 공유 ▲경찰청 변사자 행정검시에 자살 관련 전문인력 동행해 정보 수집 ▲자살예방 상담서비스 이용 활성화 및 상담전화 특수번호 지정 등을 제언했다.

이날 지정토론은 안실련 양두석 자살예방센터장을 좌장으로 하여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기명 교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배인정 사무관 ▲경찰청 생활질서과 김종민 과장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 김연은 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자살 사망자 조사자는 경찰관으로, 경찰은 이 사건이 범죄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한다. 자살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여 타살이냐고 먼저 물어보는데, 자살이라고 하면 몇 가지를 더 묻고 조사를 마친다. 어느 유가족이 울면서 '나는 오늘 가족을 잃었는데, 경찰은 내게 타살이냐고 물어봤다'라고 내게 전화했다."면서, "서울시청에는 어제의 교통사고자 수가 벽면에 붙어 있다. 그런데 자살은 1년 뒤에나 통계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생한 유명 연예인 자살 사건 이후 청소년 자살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백 교수는 "청소년이 어디서 어떤 식으로 자살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 년 뒤에 대책을 마련하는 건 너무 늦다. 이런 것이 시급히 알려지고,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면서, "서울 자살사망자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인데, 1인 가구에 대한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정확한 분석에 기반하여 맞춤형 대책을 세우면 비용효과적으로 자살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제대로 해석 · 분석해 알려줄 전문가를 연구소 단위에서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배인정 사무관은 "복지부에서도 자살 통계에 관심이 많다. 자살 예방 계획을 지역별로 수립 · 이행하게 돼 있는데, 통계에 차이가 있어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번에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며, 시군구별 통계가 나오면 지역별로 제공하여 원인에 맞는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배 사무관은 "관계 부처가 협의해 최대한 빠르게 원인별 통계를 산출하여 발표하면 대책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자살유가족 관련 문제는 유가족 발생 시 그에 대한 정보를 관련 기관에 연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이다. 그런데 개인정보 문제가 민감하여 본인이 원치 않는 경우의 대안도 함께 마련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 트위터와 관련해서는 "인터넷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자살정보를 위해 제공할 법적 의무가 현재로서는 없다. 인터넷 자살 암시 글에 대해서 경찰이 구조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법안을 마련 중이다. 이 부분 차질 없이 마련해 대처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