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요구한 기존 12개 검사항목에서 확대해 달라는 요구는 당분간 받아들여 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달 30일 페럼타워에서 열린 DTC유전자 검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올해 5월 중으로 DTC(Direct-To-Consumer) 인증제 타당성을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해 본 뒤, 내년에 검사항목 확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 제50조 3항의 2에 따라, 질병의 예방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한하여 의료기관이 아닌 민간 유전자 검사 업체도 혈당, 혈압, 피부노화, 체질량 지수 등 12개 검사항목과 관련된 46개 유전자를 직접 검사할 수 있다. 이날 공청회는 DTC제도를 바라보는 시민사회, 의료계, 산업계 등의 첨예한 의견 대립의 현장이었다. / 메디포뉴스는 2차 DTC유전자 검사 제도개선 민관협의체에서 합의한 내용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 의료계, 산업계의 입장을 전한다.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제도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제도를 허용하는 것이다. 아래 기사에서 의미하는 웰니스(wellness)는 신체적ㆍ정신적ㆍ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편집자주]
◆민간협의체 검사실 인증제 도입할 것 제안, 새로운 검사 항목 허가는 점진적 확대
이번 2차 민간협의체가 최종 논의한 결과는 ▲검사실 인증제 도입 ▲유전자 열거식 검사허용을 웰니스와 제한적 질병목록에 필요한 건사로의 고시 개정 ▲새로운 항목 허가는 점진적 확대 ▲검사실 인증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각 행정기관 간의 연결체계 현실화로 발표됐다.
협의체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된 부분은 DTC 유전자 검사실 인증제다.
협의체에서 논의한 DTC 유전자 검사실 인증제(안)은 신규 허용 항목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의 경우 검사실별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12개 허용항목에 대해서는 기존 유전자검사기관 신고만으로 인정하므로 추가적인 진입 규제는 없다. 신규 허용항목에 대해서는 검사실 별 인증을 통해 3개의 등급으로 나눠 허용항목을 차별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개의 등급은 ▲1등급- 질병예방 ▲2등급- 웰니스, 개인의 특성 ▲3등급- 기존 12개 항목이다.
◆산업계 – DTC를 통한 건강증진 도모할 수 있어
김경철 테라젠 바이오 부사장은 이날 DTC를 통해 질병 예측보다는 ‘건강증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J.Community Genet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DTC 관련 연구기관 19곳이 메타분석을 시행한 결과 대상자의 23%가 DTC 시행 이후 긍정적인 생활습관의 변화, 19%가 금연, 12%가 운동 및 다이어트 등을 하게 됐다고 나타났다.
Ann Intern Med에 따르면, 대상자 1,026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3%가 일차 의료 주치의에게 결과를 보여줄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27%가 실제로 주치의게 DTC 결과를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 김 부사장은 “기본적으로 DTC는 소비자에게 직접 유전자 서비스를 하는 것이므로 그 대상은 질병이 아닌 웰니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질병 예측은 근거와 타당성을 확보한 일부 유전자에 제한해 큰 틀에서 질병 진단 및 예측을 주로 하는 병원 서비스와 영역적 차이를 두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번 DTC 민간협의체의 최종 단일안에 대해 김 부사장은 산업계의 입장은 “큰 틀에서 이번 단일안은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사장은 “용역 서비스, 법 개정 및 고시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1년 이상 소요될 때 산업 경쟁력은 그만큼 약화될 것이라서 전체적인 일정 단축을 가장 큰 바람이다. 또한 기존의 진단 서비스를 평가하는 주체인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아닌 학계, 산업계의 적절한 인적 구성이 포함된 새로운 인증 주체를 구성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의료계 – DTC 정확도 신뢰하기 힘들어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단일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DTC 검사의 신뢰도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Genetics in Medicine에 실린 ‘False-positive results released by direct-to-consumer genetic tests highlight the importance of clinical confirmation testing for appropriate patient care’의 결론인 DTC 검사의 40%의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틀린 결론을 냈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단일 유전자와 특정 질환을 연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의료계 나아가 미국 FDA의 공식적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종극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교수는 협의체에서 최종 안으로 내 놓은 검사실 인증 등급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 놓았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질병에 방점을 맞춘 1등급과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2등급 인증 요건의 차이가 없다. 또한 2등급과 3등급 검사실의 등급이 달라도 검사의 유용성에 문제는 없는지 더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교수는 인증이 이뤄진 뒤 사후 관리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 – DTC 유전자가 시민건강 증진으로 이어질까?
강양구 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은 DTC 유전자 검사항목의 확대가 과연 시민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강 본부장은 “기존에 허용한 미용, 건강 항목에다 이번에 확대되는 항목이 과연 시민건강의 확대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여기에는 유전자 검사 기관의 신규 수요 창출에 좀더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강 본부장은 DTC 유전자검사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로 현행 유전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본부장은 “단일 유전질환처럼 특정 유전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확인된 것도 있지만, 다수의 특정 유전자와 표현형의 관계가 훨씬 더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시각이 현재의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성을 설명하는 패러다임이다. 이번 규제 개선안은 질병이나 시민 건강과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 그 과학적 함의가 대단히 불확실한 검사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본부장은 “건강 관리의 개인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며, 신기술에 비교적 호의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개인 유전자 검사의 확대는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 상업화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개인의 질병이나 특성과 유전자 사이의 왜곡된 사회 관념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DTC 유전자 검사 제도개선 민관협의체는 의료계에서는 기창석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류현미 제일병원 교수,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과학계에서는 정선용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유전학과 교수, 이종극 서울아산병원 교수, 윤리ㆍ법학계에서는 감한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황만성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동일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김재선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산업계에서는 이종은 DNA Link 대표,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 김경철 테라젠 부사장, 전문기관에서는 이건국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장, 오선정 한국노동연구원, 정부에서는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 임은정 질병관리본부 생명과학연구관리과장, 손미정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사무관이 위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