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대표적 만성질환 중 하나인 당뇨병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교육상담 수가 인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뇨병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교육 및 상담이며, 이는 곧 의료행위라는 주장이다.
정부도 당뇨병 환자 교육상담 수가 급여화에 공감하며, 단계적으로 급여화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대한당뇨병학회, 한국소아당뇨인연합회, 한국당뇨협회가 공동주최한 ‘세계 당뇨병의 날 기념 국회 정책토론회가 14일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대한당뇨병학회 김대중 홍보이사는 당뇨병 관리 실태와 의료비 부담을 지적하고 당뇨병 교육에 따른 의료비용 절감 효과를 설명했다.
김 홍보이사는“2013~2014년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30세 이상이 13.7%(481만명), 65세 이상이 30.4%(195만명)에 달한다”며 “특히 당뇨병 유병자 10명 중 3명이 자신이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학회 연구결과를 언급했다.
학회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건강보험에서 당뇨병으로 진료받은 환자 규모는 297만명이었으며, 오는 2020년 363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홍보이사는 “2008년 미국에서 진행한 당뇨병 교육이수 여부와 입원비용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교육경험이 없는 경우 1만 258달러가 소요된 반면 교육경험이 있으면 6244달러로 떨어지고, 영양교육을 포함하면 4744달러까지 감소한다”며 “2009년 진료비 비교연구에서는 교육이수자는 1년차에 865달러, 3년차에 923달러를 썼지만 미교육자는 1년차 919달러, 3년차 1072달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류옥현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교육상담 접근성 제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류 교수는 “제1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당뇨병, 임신성 당뇨병, 인슐린주사 제2형 당뇨병 환자 등은 집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라며 “환자는 지식이 부족하고 의사는 시간이 부족하다. 국가 차원에서 소모성 재료와 인력, 특히 교육상담료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당뇨병 교육이란 당뇨병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당뇨병 관리 기술을 습득시켜 스스로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개인 맞춤형 당뇨병 치료법”이라며 “교육상담에 대한 인식 제고가 우선이다. 교육상담을 의료행위로 보고 급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의료계와 환자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연자들은 당뇨병 교육 상담 수가 신설을 요구했다.
한국당뇨협회 임영배 총무이사는 만성질환 중에서도 환자의 생활습관과 관리가 질병 관리에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질환이 당뇨병이라고 설명했다.
임 총무이사는 “오늘날 당뇨병 치료의 핵심 목표는 합병증의 방지”라며 “환자 교육과 인식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통증이 없고 합병증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약 10%가 당뇨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약 50%는 당뇨병인줄 알면서 치료 받지 않고 있다”며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 활동과 계몽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당뇨병 교육센터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당뇨병환자의 교육·상담을 건강보험제도 내에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서 보험이사는 “당뇨같은 만성질환은 급성기와 다르게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생활 자체를 바꿔야 하는 병”이라며 “심평원의 만성질환에 대한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 의사들과 환자들이 일부러 잘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 상한선 크다. 인슐린 맞으라면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이다. 개별 맞춤 처방 및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가 체계로 보면 회당 인정이나 초진재진, 시간 당 수가 등 이런 부분은 추후에 논의하면 된다. 일단은 교육 상담 수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사회, 보건소, 지역의사회 등이 주도를 해서 집체 및 개별 교육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도 다양한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기존 사업들을 잘 이용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안엔도내과 윤석기 원장은 1차 진료의 입장에서 본 당뇨병 환자 교육 상담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윤 원장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병과 합병증, 관리방법 등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현실”이라며 “1차 의료기관에서 당뇨병 환자 치료에 인슐린 사용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는 인슐린 사용시 교육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저수가로 정해진 시간내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개원가 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적절한 교육 수가를 신설한다면 당뇨병 조절율 개선으로 인한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교육도 진료라는 사실을 인지해 당뇨병 교육에 대한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 김광훈 회장 역시 당뇨병 환자 교육 수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당뇨병은 완치가 없는, 평생을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친구같은 질환”이라며 “질병 징후 변화가 아닌 혈당검사 당시의 상황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확하다는 당화혈색소의 수치만으로도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당뇨병 교육에 있어 지속적이고 체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은 “당뇨병 교육 수가 적용을 위해 우선 체계화된 교육 매뉴얼과 교재가 필요하고, 각 병원별 교육시스템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학병원외에도 당뇨병 교육간호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당뇨병 전문가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당뇨병 교육상담 중요성을 공감하며 수가 신설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오늘 발제와 토론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 기본적으로 당뇨병 교육상담 중요성을 공감하고 급여화로 가야한다는 생각이다”라며 “그간 급성기 치료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예방이나 교육, 상담 건강증진 등을 건강보험에서 다루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암에 대한 교육상담료가 신설됐고, 11월 건정심에서 3가지 질환에 대한 교육상담료 신설에 대한 의결을 마친 상태이다”라며 “정부는 이러한 부분들을 점차 급여화 해 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이 마무리 단계이다. 그간 교육상담은 기본진찰료에 포함돼 왔지만 저수가로 교육상담이 소홀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개정이 완료되면 환자 진료 계획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는 부분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과장은 “더불어 교육상담에 대한 질 관리 역시 중요하다. 환자가 만족하는 서비스 모형이 구체화 되면 얼마든지 급여화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서 이사의 말처럼 실제 수가화 하는 작업들 하다보면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여러 의견을 잘 수렴해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