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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정신과] 암환자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

           함봉진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Bong-Jin Hahm, M.D. & Ph.D.

Dept. of Neuropsychia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E-mail: hahm@snu.ac.kr

 

 

서 론

 

암의 특성상 암환자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통증, 식욕부진, 구역, 구토 등의 문제로 고통을 받고 정신적으로는 불안, 우울, 섬망 같은 문제로 고통을 받는다. 종양학자의 입장에서는 신체적 고통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간과하기 쉽다. 정신적 문제는 신체적 문제 못지않게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 또한 정신적 문제와 신체적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암환자의 진료에서 신체적 문제와 함께 정신적 문제를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 가장 흔한 정신적 고통 중의 하나가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건강한 일반인구에서도 흔한 정신건강문제이고 그로 인한 고통과 피해가 심각하다. 암환자에서는 그 빈도가 훨씬 높고 그로 인한 영향도 심각하다.

 

신체질환자의 정신건강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 medicine)이라고 한다. 선진병원에서는 정신신체의학이 분화되어 신체의학과 정신의학을 연결시켜주고 통합하는 기능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정신신체의학 중에서도 암환자의 정신건강문제를 다루는 분야를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 이라고 한다. 세계 유수의 암센터에서는 다수의 정신종양학 전문가가 분야별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식조차 부족한 상태에 있다. 

 

암환자의 우울증의 역학

 

암환자에서 우울증의 빈도는 연구의 대상과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 인구에 비해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Massie 2004). Pump와 Holland(1977)의 연구에 의하면 암환자의 23%가 의미있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Bukberg 등(1984)의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에서 24%가 심한 우울증, 18%가 중등도 우울증을 앓고, 14%가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은 특히 구인두암, 췌장암, 유방암, 폐암 등에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환자의 자살도 일반인구에 비해 1.5~3배 정도 높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Crocetti 등 1998, Tanaka 등 1999),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우울증의 조기발견과 적절한 관리가 자살예방에 효과적이다(Akechi 등 2002). 암환자에서 우울증이 동반되면 신체증상과 암치료 부작용에 대한 호소가 증가하고,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되고, 재활이 지연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저하된다. 치료 순응도가 저하되고 치료거부 행동도 증가되어 의료진의 관리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검사 및 처치가 많아지게 되고 입원기간이 연장되어(Prieto 등 2002) 암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암관련 자원의 생산성이 저하된다.

 

암환자의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하면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Carson과 Bultz 2004, Sobel 1995). 우울증이 암의 재발과 생존율에도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Faller 등 1999, Watson 등 1999). 

 

암환자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

 

1. 진단

 

우울증은 주요우울장애와 보다 가벼운 상태인 경도우울장애의 두 가지가 있다.

 

주요우울장애는 1) 우울한 기분 2) 흥미상실 또는 의욕저하 3) 식욕의 변화 (식욕 저하 또는 증가) 4) 수면장애 (불면 또는 수면과다) 5) 정신운동 지체 또는 초조감 6) 피로감 또는 무기력 7) 무가치감 또는 죄책감 8) 집중력저하 또는 결단력 부족 9)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사고, 자살계획, 자살시도 등의 우울증의 주요 증상 9가지 중 5가지 이상이 동시에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받거나 학업이나 업무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로 정의한다. 단, 다섯 가지 증상에 “1) 우울한 기분” 또는 “2) 흥미상실 또는 의욕저하”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주요우울장애 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치료가 필요한 우울상태의 환자가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 경도우울장애라고 한다. 경도 우울장애는 9가지 주요 증상 중 2~4개의 증상이 동시에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받거나 학업이나 업무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로 정의한다. 단, 2~4 가지 증상에 “1) 우울한 기분” 또는 “2) 흥미상실 또는 의욕저하”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울증의 정의로 보면 기분이 우울하지 않은 우울증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도 우울하지는 않다고 하는 우울증 환자들이 종종 관찰된다.

 

암환자에서 우울증은 매우 흔한 문제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진단율은 매우 낮다. 진료환경의 문제, 우울증에 대한 인식부족, 정신건강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편견 등이 우울증 진단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진료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문제에 집중하게 되고 우울증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암환자에서 발생한 우울증을 암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거나 암으로 인한 우울증은 당연한 것이고 암이 치료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점이 우울증 진단을 놓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울증의 특성 자체가 우울증의 진단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호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즉 신체증상이 우울증상을 가리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 많기 때문에 우울증 진단을 놓치기 쉽다. 암환자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체증상이나 부작용을 지나치게 호소하는 경우 우울증의 다른 표현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암환자는 재발과 전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암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염려는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거나 검사결과에서 음성 소견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염려하는 경우에도 우울증을 고려해야 한다. 우울증이 신체증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건강염려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간혹 배우자를 의심하는 형태로 우울증이 표현되기도 한다. 우울증에 걸리면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민감해지고 부적절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 암치료 과정에서 성생활이 위축될 수 밖에 없고 배우자의 디스트레스도 증가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외도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 치료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전기경련치료, 뇌자기자극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약물치료가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빠르고 경제적이기 때문에 현대 정신과 치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아미트립틸린(amytriptyline)으로 대표되는 삼환계 항우울제는 효과가 좋지만 부작용이 문제가 되었고 특히 암환자와 같이 신체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사용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Paroxetine, Fluoxetine, Sertaline, Citalopram, Venlafaxine, Mirtazapine 등의 약물들은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용량조절도 간단해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암환자에서 우울증 약물을 선택할 때는 의학적 상태, 신체증상, 우울증의 증상, 약물상호작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울증 약물이 의학적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의학적 상태로 인해 우울증 약물의 대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약물과 의학적 상태 상호간의 관계를 알고 있어야 한다. 소화불량, 메슥거림, 통증 등 신체증상의 유무와 그 종류에 따라서 우울증 약물을 적절히 선택하면 그러한 신체증상의 조절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울증 증상의 종류도 약물 선택에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불면증, 식욕부진, 초조, 불안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 경우는 진정작용이 큰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증상을 빨리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쳐지고 잠이 많은 경우에는 진정효과가 적은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암환자들은 이미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약물들과 우울증 약물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우울증 약물의 종류, 용량, 증량속도 등을 조절해야 한다. 암환자 중에는 노인이 많기 때문에 노인에서 약물치료의 주의할 점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경우가 많다. 노인에서는 약물의 대사가 느리고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은 용량으로 시작하고 서서히 증량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신체질환자와 노인에서의 치료원칙을 지키면서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하다 보면 적정 용량을 사용하지 않아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작용을 관찰해 가면서 충분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적정량으로 증량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약물로의 변경이나 복합 처방 등도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암환자들은 약의 부작용에 대해 매우 민감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우울증의 특성으로 인해 더욱 민감해지게 된다. 우울증 약물이 암환자에게도 매우 안전하고 다른 약물과 같이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여 안심을 시켜주어야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우울증이 면역기능 등 신체기능을 떨어뜨려 암치료 경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도 환자를 설득하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우울증의 치료로 잘 자고, 잘 먹고, 마음 편안 상태가 되면 신체적 기능도 좋아지고 암치료도 보다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암환자 우울증 치료에는 우울증 약물치료 뿐 아니라 적절한 정신치료, 가족치료 등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암과 우울증이라는 질병뿐 아니라 환자라는 사람과 그 사람이 속한 가족과 사회를 같이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암환자 우울증 관리

 

암환자에서 우울증은 빈도가 높고 그로 인한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암환자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홍보와 교육, 선별검사, 의뢰체계, 정신종양학 전문가 양성, 암진료와 우울증진료의 기능적 통합, 정신종양학 연구 등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울증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고 잘못된 상식이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환자, 보호자, 의료진, 대중 등 대상에 적합한 방법을 개발이 필요하다. 우울증 선별검사를 적절히 활용하면 조기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암환자 진료의 흐름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우울증 선별검사를 관례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울증 선별검사도 환자나 보호자용, 의료진용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간단하고 짧은 시간에 적용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도구가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가 발견되었을 때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뢰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전달 과정이 복잡하거나 불편한 경우 또는 시간 간격이 벌어질 경우 탈락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암센터 내에 정신종양클리닉 또는 통합치료실을 두어 우울증에 대한 진료를 실시하면 공간적으로 또한 심리적으로 정신과 의뢰에 대한 환자들의 저항을 줄이고 접근도를 높일 수 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암센터 중에는 이러한 구조와 기능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 국내에서는 정신종양학이 개발단계에 있기 때문에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신과 내부적으로는 정신종양학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종양학을 전공하는 전공의나 전임의들을 위한 정신종양학 연수교육 등을 통해 의료진의 전문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quality of care)를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출처:Dia Treat VOL.6, NO.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