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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호흡기내과] 개원가에서의 EAM(Easy Asthma Management) 실제 활용

박 소 연

A&A 내과 원장

So - Yeon Park. M.D.

Dept. of Internal Medicine,

A&A Clinic.                                            

 

천식 환자에 대한 기억

 

응급실 당직 레지던트로 일할 때, 숨을 헐떡이며 응급실 문을 열어 젖히는 환자 중 천식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쌕쌕거리는 천명음, 호흡곤란, 때로는 산소 부족으로 새파랗게 질리던 환자들은 산소 공급, 스테로이드 투여 및 기관지확장제 흡입 후 한두 시간 지나 호전되어 걸어서 응급실을 퇴원하곤 했다. 다음 날 외래에서 보는 그 천식 환자의 폐활량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천식 환자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던 외래 담당 레지던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환자에게 말한다. “기관지 천식이 있지만 지금은 괜찮으시네요. 담에 힘들면 다시 오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은 환자는 천식이란 병은 이렇게 힘들 때만 치료하는 거구나 생각하고 증상이 나빠질 때만 응급실을 찾게 된다. 의사들도 천식은 증상이 심할 때만 응급 치료를 잘 하면 되겠다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모든 천식 환자들이 위와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오는 것은 아니다.

 

 

천식 환자 찾아내기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질병은 감기이다. 일교차가 커지거나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개원가에는 기침, 콧물, 코막힘을 호소하는 감기 환자가 늘기 시작한다.

 

감기약을 복용하여도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환자들, 기침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가슴 답답한 느낌, 숨이 차는 경우는 없는지 물어보면 그러한 환자 중 일부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한 환자들을 청진할 때 천명음이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천식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경증 천식 환자들은 감기에 걸릴 때 일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므로 감기 환자 속의 천식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EAM 프로그램은 개원가에서 천식 환자를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기관지 유발시험을 꼭 하지 않더라도 천식 환자를 어느 정도 가려내는데 도움이 되는 문진 항목들이 정리되어 있다. (Table 1)

 

천식 진단 설문지의 증상 점수 3점 이상인 경우,  혹은 하나 이상을 만족하며 청진 상 천명음이 들리거나, 기관지유발시험에서 양성을 보이거나, 기관지 확장제 투여 후 FEV1이 15% 이상 상승하는 경우 천식으로 진단한다. 메타콜린 기관지 유발시험을 할 수 없는 개원가라면 기관지 확장제 투여 전후의 폐기능 비교 방법이 손쉬운 방법이다.

폐기능 변화를 판독할 때는 환자의 증상과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심한 천식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FEV1이 80% 정도로 나온다고 해서 정상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폐기능은 나이와 성별, 키를 고려한 평균값을 의미하는 것이다. 평소 FEV1이 120%까지 나왔던 환자가 80%까지 떨어진다면 심한 천식 발작이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기관지 확장제 투여 전후의 폐기능 변화가 15% 이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천식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경증 천식이 있는 환자들은 기본 폐기능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으므로 기관지 확장제 투여 전후의 변화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한 후 환자의 증상 호전이 있다면 어느 정도 천식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천식의 진단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꼼꼼한 문진이다.

 

위의 설문지 내용 이외에도 천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가슴이 답답하다.

2.   숨이 깊게 안 쉬어진다.

3.   밤에 잠잘 때 가슴이 답답하다.

4.   목이 간질간질하고 목에 걸린 느낌이 든다.

5.   한 달 이상 마른 기침이 지속된다.

6.   운동 시 혹은 운동 후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고 숨이 찬다.

7.   찬 공기를 쐬거나 추운 날 외출하면 기침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하다.

8.   밤에 잘 때 똑바로 누워서 자면 가슴이 답답하고 옆으로 누워서 자면 오히려 편하다.

9.   콧물,재채기,코막힘 등의 비염 증상이 같이 있다.

10. 자주 눈이 가려워 비비는 증상 또는 두드러기나 피부 가려움증이 같이 있다.

11. 가족 중에 알레르기 비염, 천식 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다.

12. 과거에 천식으로 진단 받은 적이 있다.

 

 

천식 환자 치료 및 관리

 

EAM 프로그램의 장점은 천식 치료 가이드라인을 꼭 외우지 않더라도 바로 천식의 중증도를 판단하고 이에 따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주간 증상과 야간 증상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으며 그에 맞는 흡입제를 처방할 수 있다.(Table 2 ~ 3)

 

대부분의 개원가에서는 전자차트를 사용하는 곳이 많으므로 EAM 컴퓨터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 보는 시간 중 3분만 아껴서 EAM 프로그램에 등록해 놓으면 환자 관리가 훨씬 용이해진다. 환자가 다시 내원했을 때 이전 증상과 비교하기가 훨씬 쉽고 천식 환자를 따로 관리하므로 천식 환자 교육 및 관리에 응용할 수 있다.

 

천식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증상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경증 천식 환자라도 질병의 초기에 빨리 치료해야 폐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으며 기도 개형을 방지하기 위해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위주로 한 적극적인 천식치료를 해야 한다. 그리고 증상이 해소되더라도 기도 염증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꾸준히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유지해야 한다. 처음 진단 받는 환자에게도 이러한 내용을 꼭 설명해야 하며 증상이 좋아져도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쓰게끔 의사들의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천식도 꾸준하게 관리하는 만성 질환임을 의사 스스로도 기억하고 환자에게 교육해야 한다.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처방만 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잘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많은 환자들이 흡입용 스테로이드의 사용법을 쉽게 익히지 못하고 잘못 사용하게 되어 약이 안 듣는다고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에보할러를 거꾸로 잡고 뿌리는 것은 아닌지, 약을 들이마신 후 바로 내뱉는 건 아닌지, 의사 앞에서 환자가 스스로 잘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얼마전, 천식으로 진단받았다는 한 할머니가 병원에 내원하셨다. 흡입제 사용해 본 적 있느냐고 여쭤보았더니 효과 없어서 쓰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어떻게 사용하셨는데 그러시냐고, 흡입제 모형을 드리고 사용해 보시라고 했더니 작동 레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흡입구에 입만 대시는 게 아닌가. 흡입제 처방을 낸 후에는 반드시 재교육이 필요하다.

 

천식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증상을 없애는 것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증상 상태를 유지하고 정상 활동, 정상 폐기능을 유지하며 급성 발작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힘들었던 순간이 지나가면 흡입제를 게을리하거나 병원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심한 천식 발작을 경험했던 경우가 아니라 경증 천식만 있었던 경우라면 더더구나 외래 내원을 소홀히 하기 쉽다. 그렇다면 이런 환자들에게 천식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방법은 없을까.

 

EAM pilot program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던 것은 환자에게 최대호기유속기를 나누어 주고 간편하게 폐기능을 측정하여 변화를 관찰하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들 중 일부는 증상의 변화가 있을 때 최대호기유속기를 사용한 후 폐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으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환자 수첩을 꾸준히 작성하여 폐기능 향상을 확인하고 즐거워하는 환자도 있었다.  혈당 측정기를 이용하여 혈당 변화를 확인하듯이 천식 환자도 최대호기유속기를 사용하여 폐활량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Fig. 1)

 

 

앞으로의 방향

 

2002년 여름, 뉴질랜드에서 열린 “Asia Asthma Academy”에  참석하였다. 강연내용 중 인상깊었던 것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국가적인 지원 아래 천식 환자 교육 및 천식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환자들은 self management card를 지니게 하여 현재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사용하는 약물이 무엇이며 응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되는지 상세하게 교육받으며 최대호기유속기를 이용하여 본인의 상태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었다.

 

우리 나라는 왜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까 부러워만 하였는데 뒤늦게나마 EAM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천식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게 되어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천식협회도 발족되어 천식 환자에 관한 계몽 활동 및 실질적인 진료 지침이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매스컴을 통한 환자 교육 및 천식에 대한 정확한 지식 홍보가 더욱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개원가에서는 천식 환자들을 진료할 때 꼭 필요한 최대호기유속기를 병원에서 처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대기오염으로 점점 늘어가는 호흡기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시점에서 천식 환자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진단하여 치료할 수 있는 길잡이로 EAM 프로그램이 사용되길 바란다.

 

[출처: DiaTreat Vol.4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