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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소화기내과] 간암의 역학 및 예방

이효석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Hyo-Suk Lee, M.D. & Ph.D.

Division of Gastroenterology,

Dept. of Internal Medicine , Liver Research Institute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if Medicine.

 

  

 

역학(epidemiology)이란 특정 인구 집단에서의 건강 관련 지표들의 분포와 결정 요소들에 대한 연구를 말한다. 이 글에서는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 ; 이하 간암)의 주요 위험 인자와 그의 분포, 역학 그리고 예방에 대한 일반적인 측면과 함께 우리나라의 특수한 측면을 다루고자 한다.

 

주요 위험 인자

 

1. B형 간염 바이러스(HBV)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전세계적으로 간암의 가장 큰 원인이며 특히 간암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일반 인구의 B형 간염 표면 항원(HBsAg) 양성률과 간암의 발생률 및 사망률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한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에서 간암이 발생할 위험은 일반 인구의 5∼15배에 이른다고 하였으며 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그 위험도가 100배에 이른다고 하였다. 연구자마다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 대상군의 선정의 차이 즉, 민족간의 차이 및 간질환의 정도(severity)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간암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주된 감염 경로는 모체에서 태아로의 수직 감염(vertical transmission)이며, 이 경우에는 90 % 이상에서 만성 HBsAg 보유자 상태로 이행되는 반면, 발생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주로 성인기에 성접촉이나 비경구적인 경로를 통해 감염되며, 이 경우에는 90% 이상이 저절로 회복된다. 이는 성인이 소아에 비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더 효율적인 면역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간암이 많은 이유는 이처럼 어린 시기에 HBV에 감염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2. C형 간염 바이러스(HCV)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는 1989년에 처음 알려졌으며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비해 전세계적으로 그 감염률은 낮지만 북미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간암의 경우 B형 간염 바이러스보다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Anti-HCV가 양성인 사람은 음성인 사람에 비해서 약 17배의 간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

 

대부분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들은 HCV의 검출법이 개발되기 이전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을 받은 적이 있거나 정맥 주사로 마약을 남용했던 사람들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의 남녀비는 대략 2:1이며 일반적으로 40세 이후에 발생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는 달리 숙주의 유전자 내로 통합(integration)되지 않으며 주로 섬유화(fibrosis)와 간경변(cirrhosis)을 통해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위험도는 섬유화의 정도에 달려 있다. 즉, 일본에서 발표된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n=2890)에 의하면 경도의 섬유화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간암의 연간 발생률은 0.5% 였던데 비해 중증의 섬유화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는 7.9% 에 달했다.

 

그리고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의 기간이 간암 발생과 관련이 있어 보통 20 ~ 30년이 경과하게 되면 간암의 위험도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중에서 Ib형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유전자형임과 동시에 또한 간암 환자에서도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형라는 보고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증명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고령, 남자, 음주, B형 간염 바이러스와의 동반 감염 등이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서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데 관여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3. 간경변

모든 원인의 간경변이 간암을 일으킬 수 있지만 간경변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간암 발생의 위험도에는 큰 차이가 있어서 바이러스성 간염이 원인이 되는 대결절성 간경변(macronodular cirrhosis)은 알코올성 간경변에 비해 간암이 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결과에서도 B 및 C형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도 발생위험도가 높았다.

 

4. 연령/성별

간암의 유병률이 높은 지역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간암은 40세 이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여 50세에서 70세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간암의 연령별 분포는 그 지역에서의 주요 위험 인자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나 알코올에 의한 간암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보다 10년 내지 20년 늦게 발생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와 같은 만성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이 만연하는 지역에서도 60세 이상의 노인에서는 HCV가 HBV보다도 더욱 우월한 병인으로 작용한다.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간암의 발생률이 2배 내지 4배 가량 높은데 이 차이는 특히 간암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더욱 현저하다. 이는 바이러스성 간염 및 알코올성 간경변의 성별에 따른 유병률의 차이로 일부 설명될 수 있지만 이외에도 다른 유전적인 인자가 관여하리라고 생각된다.

 

5. 기타

아플라톡신(aflatoxin)은 Aspergillus flavus에서 생산되는 곰팡이 대사 산물로 사람에서의 간암 발생에 있어 중요한 보조 인자(cofactor)로 인정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상하이의 한 비교-대조군 연구에서는  HBsAg 음성이면서 아플라톡신 섭취가 낮았던 군에 비해 아플라톡신의 섭취가 높았던 군에서는 간암 발병 위험도가 3.4배 증가하였고, HBsAg 양성인 군에서는 7.3배, HBsAg 양성이면서 아플라톡신 섭취도 높았던 군에서는 59배 증가함이 보고되었다.

 

혈색소증(hemochromatosis)은 심장, 간, 췌장과 같은 조직에서의 과도한 철(iron) 침착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50대 이후에 이로 인한 간경변이 발생하게 되며 한 보고에서는 이 질환에서 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45% 를 상회한다고 하였다.

 

 

주요 위험 인자의 세계적인 분포

 

간암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간암의 발생률은 일반 인구의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간암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인 중국과 모잠비크의 일반 인구의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률은 10~20% 나 된다.

 

간암의 발생률이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 일본은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주된 간암의 위험 인자가 된다. 일본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연관된 간암의 발생률은 일정한 데 비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은 최근 40년간 3배로 증가하였으며 이로써 전체 간암 환자의 90% 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세계 제2차 대전을 전후로 하여 대량 수혈과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주사바늘을 사용한 탓으로 생각된다.

간암의 발생률이 더욱 낮은 선진국에서도 역시 B형 간염 바이러스보다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에 더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져 있다.

 

 

한국인에서의 위험 인자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이들이 간암 발생 원인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간암을 앓고 있는 한국인 중에서 HBsAg 양성률은 69.3% 이고, HBsAg 양성자 중 anti-HCV 양성률은 5.6%, HBsAg 음성인 간암 환자 중 anti-HCV 양성률은 42.7% 에 이른다(Fig.1). 그리고 HBV에 의한 간암과 HCV에 의한 간암의 발병 연령은 각각 51.6세와 60.4세로, 50세 이하의 환자에서는 HBV가 간암 발생에 주된 역할을 하지만 50세 이후에는 HCV의 비중이 점차 커져 61세 이후에는 더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Fig.2).

 

우리나라는 만성 B형 간염의 유병률이 높은 국가로 B형 간염에 대한 예방 접종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전 인구의 7.3% 가 만성 B형 간염 보유자였으며 36% 가 자연 항체를 가지고 있었고 15%가 B형 간염 바이러스 중심 항원(HBcAg)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전 인구의 60%가 현재 B형 간염을 앓고 있거나 혹은 과거에 이미 앓았다는 증거가 된다. 1983년 B형 간염 예방접종이 실시된 이후 자발적 혈액 공여자에서의 HBsAg 양성률은 남자가 7.3%(1986년)에서 3.9%(1994년)로, 여자가 4.4%(1986년)에서 2.7%(1994년)로 감소하였으며 연령에 따른 HBsAg 양성률의 감소는 나이가 어릴수록 현저하여 학동기 아동의 경우 1988년의 3.23% 에서 1993년의 2.6% 로 감소하였다(Fig.3∼4).

우리나라에서의 항 HCV 양성률은 1.7% 로 선진국의 그것과 유사하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증가하여 70대가 되면 5.7% 에 이르게 된다.

 

 

  

 

간암은 전세계적으로 모든 암의 6%를 차지하며 해마다 50만 명에서 100만 명이 새로이 간암을 앓게 된다. 이를 성별로 나누어 보면 남자에서는 다섯 번째로 흔한 수치이며 여자에서는 아홉 번째로 흔한 셈이다. 또한 간암은 진행이 빠르고 치사율이 높아 발생률과 사망률의 비가 거의 1에 근접하게 된다.

 

간암의 발생률은 성별, 지역별, 민족별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보통 남자 인구 10만 명당 10명 미만의 낮은 발생 지역, 발생률이 10~25명인 중간 수준 발생 지역, 발생률이 25명 이상인 높은 발생 지역으로 나뉜다.간암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은 발생률이 낮은 지역에 비해 환자의 평균 연령이 10세 내지 20세 가량 어려서 평균적으로 40~50 대에 발생률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50~60 대에 절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간암의 발생률은 상대순위로 보면 남자는 위암에 이어 2위이고 여자는 위, 자궁경부, 유방, 대장-직장암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암사망률로는 남자에서는 수위이고 여자에서는 위암과 폐암에 이어 세번째를 차지한다(Fig. 5~6).

 

1992년부터 1995년 사이의 연령화 표준 발생률과 사망률을 보면 인구 10만 명당 남자는 각각 47.3명과 32.4명이었고, 여자는 13.6명과 9.0명이었다. 다른 고형암과 마찬가지로 간암의 발생률은 나이가 듦에 따라 증가하여 70대가 되면 남자는 290명, 여자는 90명에 이르게 되고, 74세까지의 누적 발생률은 남자가 5.8%, 여자가 1.7% 이다.

 

간암 발생의 경시적 추이를 보면, 1987년부터 1996년까지 10년 동안 연령화 표준 발생률은 전체적으로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연령군별로 세분하여 보면 연령군에 따라 경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65세 이상의 연령군에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30~44세의 연령군에서는 10년 동안(1987년~1996년) 25.0 에서 16.8 로 감소하였다(Fig.7~8).

 

또한 젊은 층일수록 간암 발생률이 더 현저히 낮아지는데 이는 HBsAg 양성률의 감소와 평행적인 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B형 간염 예방 접종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1. 일차 예방(primary prevention)

간암의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이 되는 간염 바이러스나 알코올 등에 대한 노출을 피하는 것이며 이로 인한 간질환의 이환 이전에 노출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간질환이 발생한 이후라도 지속적인 노출을 피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B형 간염 백신(vaccine)은 1980년대 초에 개발되었으며 소아와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되었다. 1997년 이들에서 백신의 보급과 함께 간암 발생이 감소하였다는 첫 보고가 있었다.18) 즉, 1984년 타이완(Taiwan)에서 B형 간염 예방 접종이 시작된 이래 B형 간염 표면 항원 양성을 보이는 소아는 10% 에서 1% 미만으로 감소하였으며 이와 함께 소아에서의 간암 발생률도 37% 나 감소하였다.

 

위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도 B형 간염 예방접종이 실시된 이후 HBsAg 양성률이 많이 감소하였는데 최근 젊은 층에서의 간암 발생률의 감소가 이러한 HBsAg 양성률의 감소와 평행적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와 같이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 B형 간염 예방접종의 활성화는 가까운 미래에 간암의 발생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와 달리 현재 효과적인 백신이 없다. 현재로서는 약물 중독자에서의 정맥 내 주사를 단속하고, 수혈 과정에서 사전 검사를 철저히 하며, 보건의료직 종사자들이 보편적인 안전 관리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 이외에도 금주를 통한 알코올성 간질환의 예방과 아플라톡신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일차 예방의 근간이 된다.

 

2. 이차 예방(secondary prevention)

간암은 절제후(postresection) 5년 재발률이 50% 를 넘는다고 알려져 절제후 재발을 막기 위한 이차 예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acyclic retinoid, polyprenoic acid 등과 같이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여러 약물적 치료에 대한 소규모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기는 하였으나 이의 생존률에 대한 효과는 아직까지 입증되지 못하였다.

 

현재 서구에서는 초기의 국소적인(localized) 병변에 대하여서는 간이식(liver transplantation)이 재발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아직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간이식을 위한 간의 공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간이식을 통한 이차예방은 극히 일부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과거와 현재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높은 지역으로 B형 간염 예방 접종 실시 이후 HBV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간암 발생률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간암은 한국인에서 주요 사망원인이 되고 있으며, 그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모든 신생아에게 HB백신 접종을 시행해야하며, 장기적으로는 명확한 간암의 발병 기전의 규명과 더불어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법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CDMA Vol.2 N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