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3 (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임상최신지견

[정신과] 양극성 장애의 진단과 치료

                                                                         

 

박 원 명

가톨릭대 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과

Won-Myong Bahk, M.D.& Ph.D.

Dept of Neuropsychiatry

St. Mary's Hospital

The Catholic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양극성 장애란 흔히 조증, 조울병 등으로 일반인들에게 불리는 질환의 의학적 용어이다. 정확히 말하면 양극성 장애는 기분의 양극인 조증 시기와 우울증 시기가 한 사람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양극성 장애의 주요 증상은 기분조절의 이상인데, 조증 시기에는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 의기양양해 하고 유별나게 쾌활하거나, 쉽게 짜증을 내고, 다른 사람과 다투기도 하는 등 기분이 고양되며, 우울증 시기에는 기분이 가라앉고, 슬프고 우울해지게 된다.

 

조증 시기의 다른 증상으로는 지나치게 자신만만하여 과대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새로운 사업을 벌여 손해를 입기도 하고 물건을 사는데 돈을 많이 쓰는 등 행동조절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런 조증의 상태가 지나가면 기분이 가라않고 의욕이 없어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고 무기력해지거나 자책감, 죄책감 등을 갖는 우울증 상태가 되기도 하며, 어느 기간 증상이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도 한다. 조증 상태와 우울증 상태가 극단적으로 나빠지면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이게 되고 행동조절이 되지 않아 환자나 보호자 모두에게 위험을 줄 수 있다. 또한,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해서 순환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생활이 혼란스럽게 되므로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매우 고통스럽게 된다.

 

이와 같은 양극성 장애의 유병률은 적게는 약 1%에서 많게는 약 6.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주요 우울장애(단극성 우울증 ;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조증없이 우울증만 있는 경우)보다 더 이른 나이에 시작되며, 평균 발병연령은 30세로 알려져 있다.

 

치료비 예측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초발 조증 환자의 경우 11,720 달러,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치료 불응성 환자의 경우에는  624,785 달러의 비용이 평생 치료비로 소요된다고 보고되는 등 개인 및 사회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질환이므로 이 장애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필수적이다. 이상적으로는 양극성 장애 진단이 한번 내려지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단이 변하지 않아야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서 진단이 변할 수 있다.

 

첫째, 양극성 장애의 진단이 원인에 의한 진단이 아니고 현상학적인 증상에 의한 진단이기 때문에 다른 질병의 증상과 중첩되면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둘째, 동반된 다른 상태가 질병의 임상양상이나 경과를 변화시킬 수 있다. 셋째, 각각 관찰한 사람에 따라서 결론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넷째, 민족, 성별,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서 질병의 경과, 환자가 보이는 증상, 혹은 의사의 인식 등이 양극성 장애와 다른 정신질환의 경계를 흐리게 할 수 있다.

 

초기 평가에서  자세한 정신과적, 내과적 과거력과 철저한 이학적, 신경학적검사, 정신상태검사와 실험실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실험실검사는 전혈구검사, 혈액전해질, 혈당, 간, 신장, 갑상선기능 검사를 포함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을 포함한 갑상선기능의 이상은 우울 증상, 급속 순환(rapid cycling, 1년에 4회이상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하여 나타나는 경우), 혼합 상태(mixed state, 거의 매일 우울증과 조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경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상과 관련 될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나이, 동반된 정신과적 장애나 증후군, 심리적 스트레스, 내과적 질환의 과거력, 이전의 약물치료 여부와 그에 따른 부작용을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은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가 악화된 가장 흔한 원인을 조사해야 하는데, 내과적 질병, 알코올이나 약물남용, 동반된 정신과적 질환, 부작용 및 비순응 등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양극성 장애에는 양극성 I 형 장애, 양극성 II 형 장애, 순환기분장애, 미분류성 양극성 장애가 포함되는데, 주된 특징은 한번 이상의 조증 삽화 또는 혼합형 삽화가 있는 임상경과를 보일 때를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진단기준인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기준편람 (DSM-IV)에서는 조증 삽화에 대한 독립된 기준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진단 기준은 최소 1주간 지속되는 비정상적 기분이 존재할 것을 요구하며 가장 최근 삽화의 증상에 기초하여 단일 조증 삽화와 재발성 삽화의 특정 유형에 따라 제Ⅰ형 양극성 장애를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DSM-IV에 따르면 제 Ⅰ형 양극성 장애는 완전한 조증 증상의 집합인 조증 삽화가 양극성 장애 질병 경과 동안 적어도 한번 이상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제 II형 양극성 장애는 질병 경과 중 우울 삽화와 경조증 삽화로 특징지어지는데, 경조증 삽화는 완전한 조증 증상군의 진단 기준을 충족시키지는 않는다. 양극성 장애에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는 정신병적 조증이나 우울증의 경우 정신분열병과 감별진단이 어려우므로 양극성장애의 진단은 병의 과거 경과를 자세히 조사하여 진단해야 한다.

 

양극성 장애 환자의 50% 이상에서 첫 번째 삽화는 우울증으로 나타나는데, 우울 삽화는 조증 삽화에 비해 상당히 길고, 20% 이상의 환자들에서 만성경과를 보이며, 보다 점진적으로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 조증과 경조증의 과거력이 없다고 해서 양극성 장애의 진단을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지체나 과다수면, 과식, 정신병적 증상은 단극성 우울증(일반인이 흔히 알고 있는 우울증)보다는 양극성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난다. 또한 알코올 남용과 자살행동이 더욱 흔하다.

 

현재 조증의 치료에 여러 가지 약물들이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으나 이들 이용 가능한 약물을 투여하여도 급성기 조증을 완화시키고 안정시키는데 2~4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 동안에는 환자가 난폭한 상태가 될 수도 있고, 너무 들떠 행동조절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나 주위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되어 환자가 안정을 얻으면 환자가 질병에 대하여 이해하고 병전 기능상태를 회복하고 재발을 예방하는데 치료의 초점을 둔다. 조증은 재발하는 성향이 강하여 초발 조증 환자의 80%는 재발하며, 재발 횟수가 늘어날수록 증상이 심하고 삽화의 빈도가 많아지며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기능 상실이 증가된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조증 환자는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나 정신병 증상을 동반하였거나 극심한 과다 행동과 흥분 상태로 나타난 심한 조증, 빠른 주기로 반복되는 조증, 조증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 등은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치밀한 치료계획이 요구된다.

 

약물치료에는 기분안정제 및 항정신병약물이 쓰이는데, 기분안정제로는 lithium, carbamazepine, valproic acid 등이 있다. Lithium은 조증의 고양된 기분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우수하여 전형적인 양상을 보이는 조증 환자의 70~80%에서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이며, 양극성 Ⅰ형 우울증 삽화의 80%에서도 lithium 단독치료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증의 증상이 심한 환자, 빠른 주기를 보이는 환자, 조증과 우울증이 혼합하여 나타나는 환자, 양극성 장애의 처음 증상이 우울증으로 나타나 조증의 순으로 바뀌는 환자 및 양극성 장애 가족력이 없는 환자는 lithium에 대한 반응이 제한적이다. 또한, lithium은 신기능, 갑상선 기능, 심장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Carbamazepine은 kindling을 예방하여 정신운동성 간질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간질에 동반한 정신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rbamazepine은 특히 lithium에 잘 반응하지 않는 빠른 주기를 보이는 조증 환자와 조증과 우울증이 같이 나타나는 혼합성 조증 환자들에게 단독으로 혹은 lithium과 함께 사용하여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arbamazepine의 치료용량은 단독사용 시에는 일일용량 600mg~2,000mg이, lithium이나 항정신병약물과 병합투여시에는 400mg~1200mg이 추천된다.

 

다른 기분안정제인 valproic acid의 조증에 대한 효과는 이중맹검 연구 및 여러 개방 연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 Carbamazepine과 유사하게 lithium 단독이나 항정신병약물과 복합 치료시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들에게 valproic acid를 병용하였을 때 증상의 호전이 있었을 뿐 아니라, valproic acid 단독 치료 시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일부 연구자에 의하면 carbamazepine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가 valproic acid에 호전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valproic acid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가 carbamazepine에 호전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Valproic acid의 치료용량은 일일 900mg에서 1,800mg이며 혈중농도 50~100ug/L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고, 부작용은 두통, 오심, 최면, 현기증, 통증 등이 빈번하게 보고되지만 내약성이 lithium이나 carbamazepine보다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기분안정제는 들뜨거나 짜증스럽고 예민한 기분을 안정시키는데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반면, 항정신병약물은 급성 조증 삽화와 관련된 정신병적 증상이나 과다행동, 충동성 등의 행동상의 문제를 조절하는데 더욱 효과적이므로 기분안정제에 더하여 항정신병약물을 흔히 사용하게 된다.

haloperidol과 chlorpromazine 등의 전형 항정신병약물은 급성기 조증 치료에 효과적이며 임상경과를 단축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지만, 유지기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이며, 만성적으로 사용할 경우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추체외로 증상 등의 부작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risperidone을 포함한 비전형 항정신병약물은 양극성 장애의 조증뿐만 아니라 우울증에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항정신병 효과를 넘어 기분안정제로서 사용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추체외로증상 등의 부작용 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최근의 연구들은 양극성 장애의 치료에 있어서 비전형 항정신병약물의 기분안정제로서의 효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Olanzapine은 2001년 미국 FDA에서 급성 조증에 병용 또는 단독 치료제로 사용 허가를 이미 받았으며 risperidone도 병용 또는 단독 투여하는 것에 대한 사용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양극성 장애의 치료에 새로운 항경련제가 도입되고 있는데, 특히 lamotrigine와 topiramate는 항우울 효과, 급속 순환성 삽화, 항조증 효능 등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더 많은 통제된 자료가 필요하므로 제한적인 사용이 추천된다.

 

단극성 우울증의 치료에 비해 급성 양극성 우울증의 약물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며, 대부분의 양극성 우울증에 대한 치료적 접근은 단극성 우울증의 치료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양극성 우울증의 치료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정신과 의사들은 치료자체의 복잡성으로 인해 양극성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치료의 기본적 전제는 이들 환자들은 단극성 우울증과 달리 항우울제 없이도 기분안정제에 반응한다는 것과 항우울제 치료가 조증 삽화와 급속순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기분안정제에 효과가 없다고 판단 될 때까지 항우울제 치료를 보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양극성 우울증은 경한 경우 기분안정제 단독 투여만으로 호전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며, 중등도나 고도의 양극성 우울증은 기분안정제에 항우울제를 병합투여할 수 있다. 조증 삽화와 급속순환을 유발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어 양극성 우울증의 치료에 추천되는 항우울제로는 bupropion,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 paroxetine, fluoxetine, sertraline 등) 등이 있다. 이외에도 최근에 개발된 새로운 항우울제인 venlafaxine, nefazodone, mirtazapine, reboxetine 등도 양극성 우울증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amitriptyline이나 imipramine과 같은 삼환계 항우울제의 경우 적절한 항우울 효과에 비하여 조증을 유발하는 경향이 높아 사용에 주의를 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양극성 장애는 아직까지 병인이 불확실하지만 생물학적 요소, 사회심리적 요소 및 유전적 요소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비록 양극성 장애의 진단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에 바탕을 둔 치료는 장기적 예후 및 환자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정확한 진단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기존의 기분안정제(lithium, carbamazepine, valproic acid)에 더하여 새로이 개발되고 있는 항경련제(lamotrigine, topiramate)와 비전형 항정신병약물(olanzapine, risperidone, quetiapine)도 양극성 장애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양극성 장애 치료의 미래는 더욱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DiaTreat Vol.3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