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일)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임상최신지견

[소아과] 고셔병(Gaucher disease)

                                                                  

김 현 주

아주대학병원 유전학클리닉

아주대 의대 의학유전학과

Hyon-Ju Kim, M.D. & Ph.D.

Dept. of Medical Genetics,

Ajou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고셔병은 라이소좀(용해소체)의 가수분해효소인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 (acid β-glucosidase) 효소 활성도의 결핍으로 인해서 생기는 대사이상 유전되는 지질축적질환이다. 이 효소의 결핍으로 분해되지 않은 당지질인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glucosyl ceremide)가 망상계 세포내에 축적됨으로서 발병하게 되는데, 분해되지 않은 이 복합지방질을 함유한 대식세포를 ‘고셔세포’라 하고 골수에 침투, 비장과 간 비대, 장기의 기능부전을 초래하고 골격계의 합병증을 유발하며 때로는 림프계, 폐, 피부, 눈, 신장에도 축적되며 드물게는 신경계도 침윤된다.

 

1번 염색체의 장완(1q21)에 위치하고 있는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GC)를 코딩하는 유전자의 변형으로 인해서 생기는데, 현재까지 200여 개가 넘는 유전형 돌연변이가 발견되었다. 상염색체 열성유전질환으로 임상적 양상은 매우 다양하게 표현된다. 임상유형은 발병시기 및 진행여부와 신경계 증상 발현 여부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제 1형은 만성형, 성인형으로 소아에서도 발병할 수 있지만 신경계 증상이 없는 점(비-신경원질형)이 특징인 가장 흔한 임상유형으로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40,000~200,000명 중 1명) 어떤 인종에서도 발견되고 아스케나지(Ashkenazi) 유태인에서는 350~500명 출생 중에 1명이  발병하는 가장 흔한 유전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 2형은 급성, 유아형으로 신경계 증상과 급진행의 양상이 특징이고 500,000명 중 1명 이하에서 드물게 발병하고 2세 이전에 사망한다.

 

제 3형은 아급성형, 유년형으로 50,000~100,000명 중 1명의 빈도로 발생하고 신경계 증상은 있으나 제 2형에 비해 진행정도가 더디고 임상 양상이 다양하여 그 발현 양상에 따라 다시 제 3A형과 제 3B형으로 세분하고 있다. 제 3A형은 스웨덴 노보티안 지방에서 집단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 십대 후반에 근간대성발작을 동반하는 진행성 치명적인 신경계 질환이다. 제 3B형은 조기에 발병하는 거대한 간 비장 증대를 가져오지만 수평안구운동마비 등의 신경계 증상은 천천히 진행한다.

 

 그러나 한국인에서는 1997년 한국인 고셔 등록사업을 통해서 얻은 DB를 분석한 결과 신경계를 침윤하는 제 2형과 제 3형이 과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제1형의 경우에도 서구에서 알려진 만성성인병 유형과는 달리 영아·유아시에 발병하며 치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밝혀졌다.

 

 

진 단

 

고셔병 진단으로 가장 오래되고 잘 알려진 방법에는 골수천자에서 형태학적으로 고셔 세포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위양성 가능성과 골수천자 검체 내에 고셔세포를 간과 할 수도 있는 위음성 가능성도 있다. 고셔병의 진단은 β-GC 효소의 활성도검사로서 확진될 수 있다.

 

고셔진단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혈액의 백혈구나 배양된 섬유모세포에서 β-GC가 함유된 단백질을 추출한 후 방사선 동위원소나 형광물질이 표지된 β-GC의 기질과 반응 시켜 기질의 분해능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β-GC의 활성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비교적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검체의 처치가 번거롭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효소가 활성을 소실하지 않도록 전 과정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 외 가장 확실한 진단법으로는 DNA 분석법으로 β-GC 유전자의 돌연변이 양상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 유전형 분석은 GC 유전자의 돌연변이 양상이 이미 잘 알려진 유태인(Ashkenazic Jewish)에서는 고셔환자의 99.9%가 5가지의 공통적인 돌연변이인 1226G, 84GG, IVS2(+1), 1448C 및 1297T 중 하나의 유전자 변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이 임상적 진단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견된 유전자 변형에 따라 임상표현형의 예측도 가능하다.

 

예로써 적어도 한 GC 유전자의 1226G의 인자형을 가진 고셔환자는 신경계 병변이 표현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인 고셔환자에서는 70%만 GC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그나마 서구에서 가장 흔한 고셔 유전자 변형으로 알려진 1226G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발견된 변형의 양상도 서구에서 보고된 양상과는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GC 유전자 돌연변이를 위한 DNA 분석법은 국내에서 임상 진단에 보편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고, 분석을 위하여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국내 고셔병 환자들에서의 진단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본 연구진은 말초혈액 내 단구에서 PFBFDGlu 기질을 사용하여 유세포 분석기로 간편하게 GC의 활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진단에 이용하고 있다. 기존의 GC의 활성도 측정법과는 달리 세포추출액 대신 유세포분석기를 이용한 이 방법은 단일 세포 수준에서 분석이 가능하므로 전혈 그대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법은 진단뿐 만 아니라 동종 골수이식 후 및 유전자 치료 후에 보일 수 있는 다른 세포군의 이질성, 즉 골수 이식 환자와 공여자의 세포, 환자의 GC 유전자 교정된 세포와 교정되지 않은 세포들이 혼재되어 있어도 각 세포군의 활성도와 각 군의 비율까지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본 저자는 2예의 동종 골수이식 환자에서 이 방법을 이용하여 이식의 성공여부를 신속하게 예측하는데도 이용할 수 있었고, 이중 한 예에서는 이식 4주 후에 이식된 정상 단구(25%)와 환자 단구(75%) 세포군이 서로 혼재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추적관찰상 이식된 정상 단구의 세포군 비율이 점점 감소하여 생착에 실패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치 료

 

그 동안 고셔병 환자의 치료는 비장적출술을 비롯한 증상완화요법에만 의존하였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으로 알려졌는데, 1991년 고셔병 환자에서 부족한 GC를 인간의 태반에서 추출하여 대식세포에 집중적으로 흡수되도록 변형시킨 효소(Ceredase??)가 개발되어 그 안정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후 효소대치술이라는 직접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고셔병 치료의 원인적인 접근방법이 가능하게 되었고 1994년 유전자 재조합 기법에 의해서 대량으로 효소생산(Cerezyme??)이 가능해지면서 현재 세계 50여개 국에서 2,000여명의 환자들이 효율적인 효소대치술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4년 12월 아주대병원 유전학클리닉에서 처음으로 제 1형 고셔환자에서 효소대치술 치료를 시작했고 1996년 1년 반 동안의 효소치료에 대한 고무적인 임상효과를 발표 한 바 있다. 환자는 2세와 6세 때 비장 절제술을 받은 9세의 여아로써 심한 발육부전과 저신장, 간비대 및 척추 완만증과 대퇴골 골절 등의 심한 골격계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었는데 효소치료 시작 6개월 후 전반적인 상태가 좋아지고 뼈의 통증이 없어지면서 운동성이 커지고 비대되었던 간 크기 감소 및 다시 성장이 활발해져서 2년 반 동안 12cm나 키가 커졌다.

 

1998년 5월 이후 세레자임이 정식 수입되고, 의료보험 적용과 함께 고셔환자를 위한 치료기금이 마련되면서 한국인 고셔환자 등록사업을 통해서 확인된 제 2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31명중 26명)이 효소대치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모든 환자에서 효소치료 6개월 내에 전반적인 증상 호전으로 삶의 질 향상과 간 비장 감소를 볼 수 있었고, 발육부전과 저신장 소아에서는 멈췄던 키가 다시 자라기 시작하는 등 괄목할 만한 임상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신경계 증상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 못하다. 이는 외부에서 투입된 세레자임 효소가 뇌의 뇌관문을 넘어서 뇌조직 안으로 직접 침투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치료를 받고 있는 8명의 신경원질형 유형의 제 3A형의 아급성 고셔환자 경우에도 신경계증상을 제외한, 대사되지 않고 축적된 당지질,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의 망상계 침윤에 의한 모든 증상에는(간, 비장 비대, 혈소판 감소, 빈혈) 호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고셔환자 치료를 위한 효소대치술이 신경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없는 점 외에도, 부족한 효소를 정맥주사로 평생 보급해 주어야하는 불편함과 고가의 약제비는 효과적인 치료법의 한계라고 볼 수 있겠다.

 

골수이식은 그 시술자체의 위험도(>10%)가 있지만 가족 내 주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공여자가 있는 경우에는 한번의 시술로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제 3형의 경우는 GC 결핍효소를 생성할 수 있는 조혈모 세포를 이식함으로써 치료면에서 효소대치술보다 더 나은 임상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본원에서는 두 명의 제 3형 환자에서 골수이식을 시도했는데 이중 12세부터 근간대성발작으로 시작되어 심한 진행성 근간대성간질과 저지능을 주소로 내원한 16세 된 여아의 경우, 언니로부터 주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동종 골수이식을 받은 후 21일이 지난 후부터 공여자의 골수생착과 정상 GC의 효소 활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경계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최근 외국에서는 결손된 GC 유전자를 가진 환자의 조혈모세포(CD 34)에 레트로 바이러스성 매개체를 이용하여 정상 GC유전자를 도입시킨 후에 다시 환자에게 넣어주는 유전자 치료법이 임상실험 단계에 들어가서 그 안정성과 효율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있다.

 

 

한국인 고셔 환자 등록사업(Korean Gaucher Disease Patient Registry)과 한국인 고셔병의 특성규명

 

한국의 경우 고셔병은 희귀한 질환의 사례로만 보고되어 오다가  1997년 본 연구진이 한국인의 고셔병의 발생률을 추정하고 임상양상과 자연력을 총괄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조기 진단, 효과적인 치료 및 관리를 위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 한국인 고셔환자 등록사업을 시작하였다. 우선 대한소아 혈액종양학회 회원을 상대로 한 설문지 조사와 문헌고찰을 통해서 총 44명의 환자를 31가계도에서 파악 분석하여 제 1형 고셔환자가 33명, 제2형이 6명, 제 3형이 5명으로 보고 한 바 있다.

 

제 1형의 경우 32세에 보고된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아·소아기에 진단되었다. 제 1형으로 파악된 33명의 환자 중 추적이 불가능하여 생사를 알 수 없는 10명을 제외한 23명중 11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사망자 11명중 18세에 사망한 1명을 제외한 10명 모두가 10세 이전에 사망하였고 3세 이전에 사망한 6명의 환자가 전체의 50% 넘었다. 11명의 사망 환자 중 5명은 비장절제술을 받았고, 2명은 1세 이내, 6명은 3세 이내 10명이 10세 이내, 사망하였다.

 

따라서 한국인 제1형 고셔환자는 외국 특히 고셔환자 빈도가 가장 높은 아스케나지 유태인에 비하여 조기 발병 및 치병률과 사망률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질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 2형으로 보고된 6명은 모두 영아기에 진단되었고 4명이 1세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제 3형은 2가족에서 5명이 모두 10대 전반에 시작한 근간대성발작을 주소로 하였고 이중 2명은 20대 초에 사망하였다(Table 1).

 

한국 고셔환자 등록사업이 시작된 1997년 4월부터 2002년 9월까지 등록된 39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중 21명이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신경원질형 유형으로 그 빈도가 보고된 세계 어느 인종보다도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56%).

 

이중 8명의 급성 제 2형은 모두 유아시에 진단되고 1년이내에 사망하였다. 8명의 아급성 제 3A형 중 1명은 13세에 불안감과 우측상지에서 시작된 간대성근경련으로 시작하여 전신성 강직성-간대성 경련으로 발전하는 발작을 시작한 후 21세 때 진행성 간대성근경련성 간질로 사망하였고, 5명은 효소치료 (Cerezyme 30U/kg/ 2wks)를 3년 동안 받고 있는데 이중 1명을 제외한 4명에서는 신경계 증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4명의 제 3B형 중 2명은(1세~2세) 의뢰당시 제 1형으로 진단되었으나 비정상적인 안구운동(ocular apraxia)이 관찰되기 시작하여 제 3B형을 의심하게 되었다.

 

이들은 고용량 고빈도의 효소대치술(30U/kg/wk)로 치료 중 세레자임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었는데, 3세 된 환자에서는 항체형성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아서 지속적인 효소치료가 가능하였고, 1년 후에 간·비장 비대의 현저한 축소 등의 임상효과를 보였으나 신경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항체가 생긴 2세 된 환자에서는 고열과 전신홍반 증상을 동반하면서 범혈구 감소증과 막대한 간, 비장비대 등 임상증상이 악화되어 응급 비장 절제술과 골수이식을 시행하게 되었다.

 

주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누나의 공여자 골수세포가 생착되지는 않았지만 골수이식을 위한 면역억제 전 처치 덕분인지 그 후 세레자임의 항체가 생기지 않아서 다시 효소치료를 계속하여 전신증상은 호전을 보였으나 경련 등의 신경계 증상의 악화로 결국 4세때 사망하였다(Table 2).

 

 

맺음말

 

1. 1997년 4월 시작된 한국인 고셔환자 등록사업을 통해서 한국인의 고셔병 특성이 파악되었는데, 한국에서는 β-GC 유전자 변형양상(Genotype)과 임상유형(Phenotype)이 서구의 고셔병과는 판이하다는 점이다. 즉, 한국 고셔 제 1형은 서구에서 알려진 만성성인병과 달리 영아·유아시에 발병하며 치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조기진단과 효소대치술로 원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2. 1994년부터 현재까지 26명의 고셔환자가 세레자임으로 효소 대치법 치료를 받고 있는데 그 임상적 치료효과는 신경계 증상을 제외한 β-GC 활성도 저하로 생기는 고셔병의 임상증상의 현저한 호전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고셔병은 여러 기관을 침윤하는 다기관계 질병으로서 각 환자간에 임상증상의 차이가 있고, 따라서 필요한 효소 용량과 치료 효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생 지속적인 투여와 고가의 효소 약제비용을 감안할 때, 세레자임 효소치료를 받고있는 환자들을 임상치료효과 평가 프로그램을 통한 추적 관찰에 근거하여 각 환자의 세레자임에 대한 최소 효율적 용량과 횟수로 치료하는 효과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치료받는 환자와 가족은 물론 치료하는 의료진들간에 협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3. 한국고셔환자의 과반수에서(>50%) 신경계 침윤의 임상 양상을 보인다. 효소대치술로는 신경계 증상이 호전될 수 없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신경원질형 유형의 고셔환자가 많은 한국에서는 신경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고셔 치료방법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시급하다.

 

[출처 : DiaTreat Vol.3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