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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기초의학과] 유전체정보와 미래의학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자이식연구소 소장

Jeong-sun Seo, M. D., Ph.D. 

Professor & Director,

ILCHUN Molecular Medicine Institute,

Dept. of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인간 유전체 계획의 초안이 발표되었다. 사람의 세포핵안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유전정보가 30억개 염기의 배열순서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에 완성된 유전체지도에는 약 35,000개에 달하는 유전자의 위치가 각 염색체마다 표시되어 있어 질병관련 유전자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난 80년대에 7년의 세월을 들여 찾아낸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유전자를 이 유전체 지도를 갖고 찾으면 단 7초만에 7번 염색체에서 찾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염기서열까지 알 수 있다. 17번 염색체에서는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유전자 2개 중 하나인 BRCA1을 찾을 수 있다. 유전자의 밀도를 보면 19번 염색체는 백만개 염기당 23개의 유전자가 있어 높은 유전자 밀도를 보이는데 반해 13번 염색체의 경우는 5개 유전자가 백만개 염기내에 존재하고 있어 매우 낮은 밀도를 보이고 있다. 

1억 8천만개의 염기로 구성된 초파리 유전체보다 25배나 큰 사람 유전체의 전 염기서열 정보를 책으로 치면 200권의 뉴욕시 전화번호부에 해당된다. 1999년말에 약 10%의 유전체만이 분석되었었는데 2000년 10월에는 약 90%의 염기서열이 분석 완료되어 이번에 발표된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업적이며 또한 20세기 생물학의 왕관에 박힌 보석으로 평가되는 인간 유전체 계획은 대규모 서열분석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쳐 큰 매듭을 지었으나 무병장수의 인류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미래의학에 유전체정보가 가장 크게 기여할 부분은 개인별 예측의학과 맞춤신약의 개발이다. 이 글에서는 인간 유전체 계획의 성격을 알기 위해서 먼저 역사적 추진 과정을 살펴보고 인간 유전체의 특징 그리고 질병분석의 이용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불가능한 꿈 - 인간 유전체 계획 

 

인간 유전체 계획은 시작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 유전체 연구의 중요성을 제일 먼저 간파한 사람은 R. 신샤이머이었다. 1985년 캘리포니아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UC Santa Cruz) 총장인 신샤이머 박사는 J. 설스턴, R. 워터스톤, B. 배럴, D. 보트슈타인, H. 도니스-켈러, W. 길버트 그리고 L. 후드 등과 같이 이 문제를 토론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대담하고 흥미 있는 계획임에 틀림없으나 가능하지는 않은 계획이다라고 당시까지 전체 유전체 분석이 행해진 가장 큰 생물은 Epstein-Barr 바이러스였는데 이 일을 완성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따라서 EB바이러스의 약 20,000배의 크기인 사람의 전 유전체를 분석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신샤이머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후에도 W. 길버트와 J. 와트슨은 에너지성(DOE)의 C. 드리시와 같이 DOE를 중심으로 이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을 반대하던 D. 볼티모어는 좋은 연구란 연구자 주도(Investigator -initiated)로 진행되어야지 대량의 목표지향적(massive goal-driven)연구로는 도달할 수 없다면서 인간 유전체 계획은 실험 생물학적 연구가 아니라 단순한 기술개발 과제라고 몹시 폄하하였다. S. 브렌너 같은 대가도 이 계획은 죄수에게 벌로서 시키면 알맞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죄가 큰 사람에게 제일 큰 염색체의 분석을 맡기라고 하였다. 

 

이 계획을 반대하는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개 다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유전체분석을 위해서는 대량시설과 자금이 소요되는 거대과학(Big Science)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는 기존의 학문방식이 아니며 결국 과학발전을 저해하는 공장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둘째는 전체 1.5%도 안 되는 의미 있는 서열을 알아내기 위해 아무 의미도 없는 98%의 DNA조각을 분석해야 하는가? 소위 쓰레기 DNA(Junk DNA :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DNA)를 서열 분석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쓸 필요가 있는가? 

셋째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당시 기술로 하루에 500개의 염기밖에 분석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볼 때 당연한 지적이다. 

 

D. 볼티모어 박사는 당시에 미래에 있을 자동화설비의 발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음을 시인하였다. 인간 유전체 계획이라는 거대과학은 결국 수많은 일벌들이 해결한 것이 아니고 자동화된 기계와 대용량 컴퓨터의 등장으로 손쉽게 풀어나갔던 것이다. 두 번째 지적도 촉진자(promoter) 등 조절유전자 부위와 텔로미어(telomere) 등의 비단백질 지정(noncoding) 부위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유전체 전 서열분석의 필요성이 입증되었다. 

 

인간 유전체 분석이 완성된 지금에 와서 11년전의 논쟁을 살펴보면 당시로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던 기술적 진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인류는 미래의학을 위한 엄청난 성과를 갖게 되었다. 

 

 

인간 유전체정보 - 유전자수와 분자 기능 

 

셀레라와 HGP 컨소시움 모두 인간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수는 약 32,000개 정도로 발표하였다(양측간에 수천개의 차이는 있다). 셀레라의 경우에는 확실히 유전자로서 인정될 수 있는 것이 26,383개이고 그 외에 12,000개의 후보 유전자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찾아내어 전체 38,383개를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컨소시움은 24,500개의 유전자와 약 5,000개의 후보 유전자를 합쳐 29,500개로서 셀레라에 비해 약 9,000개가 작다. 

하버드대의 W. 길버트가 주장한 10만개보다는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나, 분명한 것은 최소한 25,000개보다 작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셀레라의 경우 26,383개의 유전자 중 12,809개(41.7%)는 기능을 모르는 유전자이나 나머지인 13,500개(약 60%)는 아주 일부라도 기능을 추정할 수 있는 유전자이다. 기능이 알려진 유전자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복제 등에 관여하는 핵산효소로서 7.5%를 차지하고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도 6%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로서 수용체유전자(5%), 신호물질유전자(1.2%), kinase유전자(1.8%) 등으로 세분되고 총 12%를 차지한다. 나머지 기능별 분류는 <Fig. 1>에 정리하였다. 

 

 

 

사람 유전자는 비록 전체 숫자로는 다른 생물체에 비해 엄청나게 크지는 않으나 어떤 특정분야의 유전자는 다른 생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장되어 많은 다양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러한 예는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방어에 관련된 획득 면역 유전자가 많은데 조직 적합성 항원유전자(MHC)가 여기에 속한다.

 

22개의 classⅠ유전자와 22개의 classⅡ 유전자, 그리고 114개의 다른 면역글로빈 유전자가 있다. 둘째는 신경발달에 관련된 유전자군, 셋째로는 신호전달 유전자군, 넷째로는 아포토우시스 유전자군, 다섯째로는 Hemostasis 관련 유전자군 등이 다른 생물체에 비해 수적으로 확장이 많이 된 유전자군들이다. 

 

사람의 질병특성도 새롭게 확장된 유전자의 기능이상에서 유래된 것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부분의 연구가 미래의학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인간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질병분석 

 

인간 유전체의 모든 정보가 이제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5∼10만년 동안의 인류역사에서 10년 정도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처음으로 인간 유전자의 무지상태에서 벗어나 모든 유전자의 실체를 접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유전정보의 변이가 어떻게 질병 발생과 관련이 있는가를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질병관련 변이를 갖고 있는 유전자는 총 1,112개이다(Fig. 2). 

 

유전체 정보를 이용하여 질병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전체 DNA에 나타난 어떤 변이가 어떻게 질병을 일으키는가를 알아보는 것으로 DNA상의 변이를 찾아내어 질병과의 연관을 살펴보면 된다. 단일 염기 다형성(SNP)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질병의 감수성을 알아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전체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알아내는 것이다. DNA microarray를 사용하여 질병상태에서 유전자 발현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백혈병에서 유전자 발현 차이로 새로운 분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DNA chip의 사용으로 세포내 모든 유전자의 변화를 파악, 컴퓨터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clustering하는 것이다. 

 

미래의학은 개개인의 정보를 갖고 환경적요인과 유전적요인의 균형을 밝혀내어 아무리 유전적요인이 있다해도 환경적요인을 조절하여 질병의 예방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적용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전체의학 시대에 할 일 

 

유전체의학(genomic medicine)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질병을 유전자들의 네트워크로서 파악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첫번째로 미래의학자가 가져야 할 핵심적 부분이다.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as a whole) 유전자 네트워크(gene network)에 친숙해져야만 미래정보 의학시대를 맞이할 수 있으며, 또한 엄청난 정보량을 처리하기 위하여 컴퓨터를 이용한 대용량 정보처리에 능숙하여야 할 것이다. DNA chip을 이용한 유전자 발현정보 DB와 SNP DB는 필수적인 DB로서 환자 진료에 이용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proteomic DB가 개발되어 이용될 것이다. 

환경적요인의 제거로 유전적요인을 가진 개인들에게 유전적 자문을 통해 질병의 예방을 가능하게 한다면 유전체 정보계획은 인류역사상 인류의 건강증진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거대과학으로 기억될 것이다. 

인간 유전체 계획이 가져다 준 새로운 파라다임으로 미래 의학혁명을 수용한다면 인류의 숙원인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DiaTreat Vol.2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