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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최신지견

[소화기내과] 밀가루음식 못먹는 환자, 무엇이 문제인가?

                                                                      

 

함 기 백

아주대 의대 소화기내과

Ki-Baik Hahm, M.D. & Ph.D.

Dept. of Gastroenterology,

Genomic Research Center for Gastroenterology,

Ajou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밀가루로 된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파요”

 

외래 진료중 문진을 하다보면 적지 않은 환자에게서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심지어는 배가 아프다는 환자를 접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본인의 불편함을 특히 음식과 연관지어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모두들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전통의학의 영향인 것 같기도 하고 섬세한 한국인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밀가루 음식이 특히 문제를 일으키고 과연 체내에서 밀가루가 병태생리학적으로 작용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Celiac disease라는 흡수장애 질환은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에겐 의과대학 시절 소화기학 강좌에서나 잠깐 접해 보았을 뿐 실제로 임상에서 경험해 본 의사는 한국에 없을 것이다. 그도 그렇듯 실제로 한국인에게서 Celiac disease가 발생되었다는 문헌보고도 아직 없다. 겨우 찾을 수 있는 문헌으로는 대한 소아과학회지의 증례보고인데 이 경우도 환자는 미군의 종속인 것이다.

그런데  Celiac disease 즉, gluten sensitive enteropathy는 소장에서 밀가루 단백질인 gliadin 이나 이 계통의 단백질에 의하여 영구적인 내성이 유발되어 생기는 일종의 자가면역과 유사한 면역반응에 의한 소장 융모손실 또는 위축 (villi atrophy) 및 소장염 (jejunitis)을 일컷는 질환이다.

필자는 밀가루를 먹으면 증상이 생긴다는 환자에게 실제로 Wheat bread를 준 후나, 혹은 이들 환자의 소장점막에서  Celiac disease에서 검출되는 자가항원 (autoantigen)을 조사해 본적이 있다. 놀랍게도 대조군으로 미국의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의 소아 위장학과의 공조(Dr J. Murray와 공동연구)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한국인에게서는 전혀  Celiac disease에 근접할 수 있는 어떠한 자가항원도 면역반응도 관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증거는 적어도 한국인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본인의 자각증상을 호소해도 밀가루 음식에 대하여 어떠한 피해가 실질적으로 장내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Celiac disease에 대한 궁금증과 그렇다면 왜 한국인은 음식 등에 대한 환자의 불편함이 많이 생기는가 하는 궁금증이 더해지게 된다.

 

 

‘Celiac disease’란 무엇인가?

 

Celiac disease는 1888년 까지만 하여도 현재의 한국인이 많이 호소하는 특이한 음식에 대한 거부감 정도로만 여겨져 왔으나 Dr. Gee에 의하여 이는 아마도 소장내에서 세포매개 또는 체액성 면역 기전에 의하여 발생되는 면역반응에 의한 소장점막파괴의 결과라는 사실 (이로 인하여 이 질환을 Gee-Herter 증후군이라고도 명명됨)과 이후의 연구결과 음식중 특히 Wheat gluten protein에 의하여 야기된 반응이 ClassⅡ 조직적합성 항원에 의하여 lamina propria층 T림프구, 대부분이 CD4+ 림프구의 활성에 의하여 직접이나 혹은 여기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에 의하여 점막염증 및 점막세포파괴가 초래된다. 그러나 모든 서양인에게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으로 감수성이 높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보리, 귀리, 통밀에 들어있는 단백질에 대한 불내인성의 결과가 바로  Celiac disease인 것이다.

Gluten에 있는 gliadin이 Celiac disease환자에 노출되면 면역반응에 의하여 villous atrophy가 유발되고 이에 따라 지방변, 체중감소, 복통, 성장장애 등이 발생되며 또 한가지는 dermatitis herpetiformis라는 피부병변이 동반되는 형태이다. <Fig.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Celiac disease때의 소장점막은 염증 및 면역반응의 결과로 모든 소장 융모 들이 소실되어 마치 위의 위축성위염과도 혼돈할 정도의 병리소견을 보이게 된다. 복통은 대개 반복적이며 오심, 구토 등이 동반되고 식욕부진, 전신무력감 등이 복통에 수반된다.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도 조심스럽게 문진하여 보면 이러한 특징적인 증상보다는 대개가 아마도 전쟁을 겪은 우리민족들이 힘들게 생활하던 때를 회상하여 밀가루에 대한 정서가 한민족의 특징인 한이 깃들어 있고 이에 따라 비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지 서양인에게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증상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celiac disease에도 비정형적인 형태는 있고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한국인은 소장보다는 위에서 문제를 일으킬 개연성은 아직 있다.

Celiac disease때의 또 한가지 특징적인 임상상으로는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발작, 갑상선질환, 아토피성 피부염, 신증후군, 일차성 담즙성 경화, 사코어도시스 등이 흔히 같이 동반되는데 이는 아마도 이 질환이 자가면역 질환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소견이라 하겠다.

처음 1888년 Dr. Samuel Gee에 의하여  Celiac disease가 거론되었을때는 food hypersensitivity로 생각하였으나 이후 네덜란드 소아과의사인 Dr. Dick에 의하여 시리얼 (cereal)속에 들어있는 wheat의 gluten fraction 중 알코올에 녹는 성분인 gliadin에 의하여 유발됨이 밝혀졌으며 이후에 귀리의 prolamine 분획인 secalins, 보리의 prolamine 분획인 hordeins, 그리고 oats의 prolamine 분획인 aveneins가 toxin한 성분임이 추가로 밝혀졌다(Fig. 2).

 

 

그런데  celiac disease는 challenge 후에 증상이 심화되면서 진단되던지 혹은  celiac disease 가계의 자식들에게서 늦게 발견되는데 그 이유로는  celiac disease iceberg (빙산) 라고 하여 silent 하거나  Celiac disease latency에 있는 환자가 현증의 환자로 되기 전에는 진단이 어려운 것이 가장 문제점이라 하겠다. <Fig. 3>에서와 같이 현저한 소장점막병변이 유발된 경우 진단되고 이 경우도 소장내시경검사들의 방법으로 조직생검에 의한 진단이나 생검된 조직의 배경에 따른 in vitro challenge로 진단이 되기 때문에 진단이 늦은 단점이 있다.

 

 

이결과 최근에 한국에도 도입되어 있는 capsule 내시경이 바로 silent  celiac disease 나 clinical  celiac disease의 진단목적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미국 FDA에서도 그 유용성을 공식인정을 한 것이다. 이러한 capsule endoscopy가 한국에 도입되어서는 마치 소화기 내시경 검사의 큰 변혁이 생겨나서 기존의 내시경검사를 대처해주거나 이것으로 위, 소장, 대장 모두를 진단해주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데 이는 celiac disease를 이해하면 상당히 non-sense라고 하겠다. 즉 성양인에게서는 celiac disease나 Crohn’s disease, 그리고 소장출혈 환자의 경우 미리 진단을 하거나 수술시의 intraoperative endoscopy나 small bowel scopy와 같이 힘든 검사를 피할 수 있으며 celiac disease의 경우에는 현증이나 잠재성이 있는 환자, challenge후의 변화를 관찰 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유용성으로 capsule endoscopy가 이용되고 있으나 곧 발전하여 위나 대장의 진단에도 이용될 수 있기를 필자도 희망한다. 

<Fig. 3>의 celiac disease iceberg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환자 중 특히 Celiac disease latency의 경우에는 capsule endoscopy조차도 도움이 되지 않고 소장내시경 등을 이용한 조직생검으로도 정상적인 jejunum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보안해 줄 수 있는 자가항원을 찾거나 strong한 genetic predisposition을 찾는 것이 최근 20년간의 주요한 과제였다. 그런데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 <Fig. 3>에서 보는 바와 같은 MHC ClassⅡ alleles DQAI 0501과 DQBI 0201 locus 검사이고 또 다른 하나가 자가항원으로 tissue 형의 transglutaminase일 것이라는 연구가 1998년 Nature Medicine에 Molberg 등에 의해 발표됨으로써 이에 대한 유용성이 이미 검증되어 이제는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screening method가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연자도 최근에 Helicobacter pylori 감염에 의한 위축성 위염을 연구하던중 TGF-β의 signaling에 문제가 발생하면 H. pylori 균주에 의하여 위축성 위염이 생기며 이것에 의하여 소장 jejunum에 tissue type의 transglutaminase가 상승되고 마치 인간의 Celiac disease와 유사한 병변이 유발됨을 발견하게 되었다.

 

 

<Fig. 4>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tissue type transglutaminase의 상승으로 인하여 소장점막 villi가 소실되며 염증이 침윤되고 이러한 생쥐는 흡수장애 증후군에 합당한 피부병변 및 전신소견이 관찰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Celiac disease의 치료로는 제일 중요한 것이 gluten free diet를 줌으로서 병의 발생 및 진전을 미리 막는 방법이나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이들 환자들은 림프종이나 궤양성 회장염이 많이 합병되므로 gluten diet의 회피와 함께 합병증의 예방 또한 중요하며 골다공증 등의 동반도 예방해야 하겠다.

저자는 이미 이러한 Celiac disease의 기전 연구를 통하여 밀가루에 대하여 증상이 유발된다고 호소하는 환자군과 증상이 생기지는 않지만 밀가루를 거부하는 환자군, 밀가루 음식에 전혀 거부감이 없는 군의 한국환자에게서 혈청 tissue type transglutaminase 치의 변화 및 이들 환자중 일부에서 얻은 jejunal biopsy 조직에서도 Celiac disease를 의심해 보거나 latency일 것이라는 환자는 발견할 수가 없어 우리나라 사람에게서는 gliadin에 의한 hypersensitivity reaction은 적어도 소장에서는 발생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Helicobacter pylori 감염이 진행되면 위축성 위염이 유발된다. 이것과 밀가루 음식과의 관계는?

 

Celiac disease의 자가 항원에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Celiac disease에서 보는 바와 같은 jejunal atrophy는 없어도 H. pylori 감염에 의하여 위축성위염이 흔하게 발생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혹시 H. pylori 감염시 위축성위염과 transglutaminase 발현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연구하여 본 바, 흥미롭게도 위조직에서 transglutaminase 발현이 증가되며 이는 위축의 정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과 동물실험에서 위축성 위염이 있는 동물의 혈청에 transglutaminase에 대한 자가항체가 발견된다는 사실로 미루어 서양인에게서는 gluten diet의 gliadin에 의하여 jejunum에서 면역반응이 증가된다고 하면, 한국인에게서는 gliadin과 대응해서 H. pylori 균주의 component가 똑같은 transglutaminase 라는 자가항원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hypersensitivity를 보인다는 결과로 왜 서양인에게는 Celiac disease가, 한국인에게서 H. pylori 감염에 의한 위축성위염이 문제가 되는지를 밝힐 수 있는 근거라 하겠다. 본 연구는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머지 않아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으면 밀가루 음식 먹고 속이 불편한 우리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는 물론 더 나아가 H. pylori 감염에 의한 위염 및 위암간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겠다.

 

 

결 론

 

음식이 위장병을 유발하지도 않으며 또한 위장병의 치료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여러 연구를 통하여 규명되고 있다. 전통의학에서의 근거가 충분치 않은 주장으로 말미암아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과 믿음은 실로 대단하다. 어떤 음식은 건강에 이롭고 무슨 질병과 궁합이 있니 하다는 등의 의견은, 의학적으로는 특정 질환을 제외하고는 질병의 병태생리에 견주어 설명할 수 있지 음식에 신비한 기대를 하거나 이를 질환에 대한 주역으로 등장시키는 전통의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금번 본 장에서 소개한 “밀가루 음식 먹으면 불편해요”라는 임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증상은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한국인은 서양인의 밀가루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Celiac disease에 대해서는 안전하나 대신하여 Helicobacter 감염과는 연관성에 대하여 이를 시사해주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이의 결과에 따라 밀가루 음식에 대한 불편함의 의미가 변경될 수는 있으나 Celiac disease때와 같이 병의 진전에 직접 관여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으므로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무시해도 될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 DiaTreat Vol.3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