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기로틴은 의료계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함께 막아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대한의원협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규제기요틴 과제에 대해 19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2월 28일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를 개최해 과제 총 153건 중 114건을 개선추진하기로 했다.
의료계와 관련된 사안으로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에 대해 대안마련의 형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메디텔의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미용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용기기기분류 신설, 경자구역내 투장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규제 완화, 의사-환자가 원격진료 규제개선 등의 사안을 전부수용하고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및 예술문신 제공 허용은 부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안 방침에 대해 의원협회는 “하나 하나가 의료계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칠 사안”이라면서 “규제완화라는 명목 하에 한꺼번에 추진되며,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 및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 의료계는 그야말로 파멸의 쓰나미에 휩쓸릴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의원협회는 “의료이용자와 공급자는 철저히 배제된 대기업 이익을 위한 초법적 제도 개악”이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논의된 규제기요틴은 2014년 11월에 8개 경제단체로부터 건의된 것으로 그 경제단체들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자총연합회, 무역협회, 벤처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같은 점에서 환자와 의사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 채, 오로지 기업인들의 기업이윤 추구만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
의원협회는 또 “규제기로틴은 근거중심의학 포기 및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파멸을 유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근거중심이 아닌 개인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한의학으로 인해 자칫 환자의 진단 및 치료기간을 늘리고 질병의 악화나 예후를 악화시켜 오히려 의료비가 더욱 증가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협회는 “즉,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은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시술이나 환자-의사간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학문적 체계가 전혀 다른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는 것은 정부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근거중심의학을 포기하고 더 많은 치료비가 발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이번 규제기요틴의 핵심은 ‘의료의 자본화’ 그리고 ‘대기업 이익을 위한 의료 파괴’로 정리할 수 있다”며 “한방의 경거망동은 결국 한방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방이라는 학문을 인정하거나 한방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실력이 충분해서 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방은 단지 더 많은 기계를 팔아먹기 위한 도구이며 잿밥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방이 대기업 이익의 꼭두각시로 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원협회는 “이런 상황임에도 한방이 자신들도 의사이고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의 유아기적 논리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복적으로 주장한다면, 오히려 한방무용론에 의한 한방퇴출이 거론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결국 한의계가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한의계 스스로 자기 학문을 부정하고 자기 정체성을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또 “지금은 정교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여러 규제기요틴 중 한방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매몰된 느낌이지만 의사와 한방의 직역 이기주의로 프레이밍 되는 경우 자칫 더 큰 것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뿐만 아니라 ▲환자-의사간 원격의료 ▲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메디텔 설립 완화 ▲미용기기 분류 등 다른 규제기요틴들은 성동격서 식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방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안들이 결국 규제기로틴에 의한 의료자본화라는 큰 틀에서 논점을 제시함으로써 대국민 여론전의 명분을 선점하고, 필요한 경우 규제기로틴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과 힘을 모으는 등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의원협회는 이번 규제기요틴을 “대기업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 의료를 내팽개친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조치”라고 규정하며 “의료 자본화에 의한 국민건강 악화 및 국민의료비 상승과 직결된 문제로 언론,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모두 관심을 갖고 함께 뜻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